풍경이 있는 이야기

주말 나들이

꿈낭구 2012. 2. 7. 14:41

 

 

지난 주말에 찌뿌등헌 몸을 릴렉스허게 맹글어주고 싶어서

온천에 가려고 무작정 집을 나섰다가

흘러흘러 담양의 소쇄원까지 가게 되얏다우.

아침에 일어나니 간밤에 눈이 살짝 내렸는지

차 위에도 길거리에도 눈이 흔적을 남기고 갔네여.

산에 가려다가 지난번 산행중 아이젠이 망가져서

새로 장만을 헌것이 워찌나 요란시럽던지

예전걸로 바꾸려고 환불을 허고 장을 보다가 그냥 와뿐진규...

그랴서 산행을 포기허고 뜨신물에 푸욱 몸을 담그고파서

위로 갈까 아래로 갈까...하다가

무조건 달려봅니다. 발통 닿는대로...ㅋㅋ

새로 개통된 이 도로는 순창까지 단 45분이면 갈 수 있다구요.

하지만 구도로의 구불구불헌 그 길을 달리면서 만나는 풍광허고는

비교헐 수가 없등구만요.

빨라서 좋기는 헌디...우짠지 정이 안 갑니다.

 

 

멋진 운암호를 먼발치로 볼 수밖에요.

눈이 많은 지방이라서 동네 고샅길에도 눈이 그냥 남아있네요.

 

옛도로로 갔더라면 카드속 한 장면 같았을낀디...

안개에 살짝 감싸인 운암호의 아름다움을 아쉬워했습니다.

 

 

 

요즘엔 도로들이 굉장히 높은곳에 있어서

산 중턱쯤 되나봐요.

겹겹이 둘러싸인 산의 능선들이 명암을 달리하며

멋진 산수화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유명헌 메타세콰이야 가로수길.

나목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문득...박완서선생님이 생각났습니다.

싱그러운 이곳을 만나는것도 좋지만

이런 풍경 또한 멋지지 않나요?

 

 

한산한 도로에서 우리들만 남도의 정취를 느껴봅니다.

이른 새벽 안개가 자욱한 모습도 정말 멋질것 같지요?

 

 

소쇄원에 이르렀습니다.

고즈넉한 이곳으로 빨려들듯 걸어들어가 봅니다.

댓잎이 부르는 바람노래가 제법 운치있습니다.

걸으면서 흙길이었으면 더 좋았을걸...아쉬웠어요.

대숲에 들면 서늘한 느낌이 들지요?

시원스레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어요.

소곤소곤~

전라남도 담양군 지곡리에 자리잡은 소쇄원.

연산군 9년에 이곳에서 양사원의 세 아들 중 장남으로 태어난 양산보는

나이 15세가 되던 1517년에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올라가

정암 조관조의 문하생이 되어 스승 조광조가 대사헌으로 있을 때

양산보도 이때 급제를 하였으나 조광조가 능주로 유배되는 기묘사화가 일어나

양산보는 스승을 따라 스승의 유배처 가까이로 낙향하여

조광조가 그 해 겨울 사약을 받아 죽은 이후로 두문불출하고 55세로 일생을 마칠 때까지

고향에서 은일자적인 삶을 보내게 되었다는군요.

그를 처사공이라고 부르게 된 것도 이런 연유였다니...

 

 

 

 

대숲을 지나서 제일 먼저 만나는 곳 대봉대.

여기 걸터앉아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본디  정자의 본질이 이곳에 앉아 주변의 풍광을 즐기는것이건만 

사람들은 거꾸로 정자를 구경합니다.ㅎㅎ

계절이 계절이니만큼 우거진 녹음 속에서 보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낙향한 양산보가 소쇄원을 만들고 그의 자손들에게

절대로 팔지 말 것과 돌 하나 계곡 한구석 그의 손길, 

그의 발자국 닿지 않은 곳이 없으니

하나도 상함이 없게 할 것을 당부하였다는데

오랜 세월이 흘러 옛모습을 잃은 무너진 초가정자인 대봉대를

문화재관리국에서 복원하여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없는게 흠 입니다.

손대기 전의 모습을 보지못한 우리로서는 조금 아쉬웠지요.

 

 

이곳에는 언제든 볕이 들어 따뜻했다지요?

저같음 소꿉놀이를 했을것 같은 양지바른 아늑한 장소인데...

이 담장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무엇을 했을까 상상해봅니다.

 

한 그루 동백이 알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어디선가 나타난 한 무리의 고교생들이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서

깔깔웃음을 웃습니다.

언뜻 스쳐지나가며 듣기로는

이 양지바른 곳에서 볕바라기를 한 노모의 머릿니가

따뜻한 햇살에 죄다 기어나오자 동백기름을 바른 머리를 가까이하여

어머니의 머릿니를 다 옮겨오게 하였다는 효심을 이야기했던것 같아요.ㅋㅋ

 

 

오곡문 담장 밑으로 맑은 계곡물이 흘렀다는데요...

 

 

길이가 50m나 되는 기와지붕을 얹은 흙돌담은

소쇄원과 지석마을을 갈라놓는 경계구실을 하면서

소쇄원 안쪽에서 바라보면 아늑하기 이를데 없는 기능을 한다지요?

ㄱ 자로 둘러쳐진 담장의 북쪽 부분인데요

놀랍게도 이 담장 아래로는 냇물이 흐르도록

이와같이...

 

 

흙돌담 밑으로 개울물이 흘러갈 수 있게 만들었다는데

지금까지도 무너지지 않았다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돌다리를 놓듯 담장을 괸 받침돌이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여태껏 유지를 할 수 있었는지...

돌다리 담장이 세월의 더께를 덕지덕지 얹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더이다.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인공미를 높이 평가하는곳중 하나랍니다.

 

 

외나무 다리가 놓여져 있는데요.

이 다리를 건너기전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가다듬고 건넜다고 하니

우리도 우리 스스로를 살핀후에 이 다리를 건넜지요.ㅎㅎ

 

담장 밖으로는 이런 우물이 있더라구여.

우물 안에는 하늘도 담겨있고 낙엽이며 돌맹이랑 이끼까지

제각기 사이좋게 자리를 차지허고 있습니다.

한때는 맑은 물을 이곳에서 길어 올렸었겠지요? 

 

 

사랑채와 서재가 붙은 이 집을 제월당이라 이름붙였는데

비 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

참 멋집니다.

주인집이었던 이곳에서는 지금도 그의 후손이 살고계신다는데 

문고리 위에 문을 열어보지 말라는 쪽지가 붙어 있더라구여. 

쉿~!! 목소리도 낮추고 발소리도 가만가만 고냥이 걸음걸이로...ㅎㅎㅎ

우짠지 온기가 느껴지더니만

군불을 지핀 흔적이 있고 아직 아궁이 속에 불기운이 남아있더라구요.

한옥의 선은 어쩜 이렇게도 아름다운지요...

이런 한옥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어요.

 

제월당 바깥쪽에서 바라다 본 담장인데

참 멋스럽지요?

 

제월당에서 광풍각으로 내려오는 문입니다.

머리를 숙이지 않음 이마를 부딪힐 수 있나봅니다.

머리조심이라고 붙은걸 보니...

삐그덕~ 광풍각으로 향합니다. 

 

 

 

 소쇄원의 중심에 자리한 정자로

정자에 방이 딸려있는게 독특한 구조입니다.

겨우 두 사람이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작은 방이라네여.

사랑방으로 쓰였다지요?

 

광풍각.

비온 뒤에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

비가 내린 후에 다시 한 번 찾아와 그 청량한 바람을

몸과 마음으로 느껴보고 싶네요.

예전에 이곳 마루에 앉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혔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겨울철이라서 조금 황량해보이기는 합니다만

역시 빼어난 경관입니다. 

 

 

아쉽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오늘의 목적지인 온천으로 향합니다.

화순온천이 소쇄원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더라구요.

유황온천을 주로 다녔던지라 알칼리온천수라하니 좀 다르긴 했어도

시원시원하게  넓어서  주말 오후인데도

붐비지 않아 쾌적하고 좋았어요.

빤작빤닥 광내고 나오니 어찌나 상쾌하고 좋은지요...

집 가까이에 위치한 온천들이 모두 문을 닫는바람에

평소 온천욕을 즐기던 우리는 몹시 아쉽답니다.

관광안내도를 보니 화순에도 이름난 볼거리들이 근처에 아주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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