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구례장터1

꿈낭구 2012. 3. 2. 10:58

 

 

울신랑이 자기의 생일잔치를 거하게 해줬다공

고마운 마음으로 보답의 차원으루다가

저를 위해 특별히 하루를 비웠다며

재미난 데로 데리고 갈거라더니

바로...여기~!

ㅎㅎㅎ 시골의 5일장 장터귀경을 허게 되얏씀다.

 

 

이 짜리몽땅헌 수시빗자루 조까 보셔라.

얼마나 오랜만에 요런걸 보는지...

어린시절 외할머니께서 파를 다듬으실적에 깔고 앉으시곤 했던

아득한 세월 저편의 기억들이 문득 떠올랐어요.

그런가허믄 아픈 엄마 머리맡에서 징징거린 제가 미우셨던지

외할머니께서 방빗자루를 거꾸로 드시고...

날쌘돌이 맹키로 후다닥 신발도 못신고 맨발로

달음박질로 도망을 쳤던 생각도 납니다.

제가 어릴적에 유난히 징징댔던 모양입니다.

말만 크게해도 울었다고 하는걸 보면.ㅋㅋ

 

 

아이고~!

요즘 아이들에게 요런 물건들의 용도를 알아맞추라믄

과연 몇개나 맞출까여?

죠-기 밤색 둥그런 물체는

가마솥에 쓰이던 요즘말로 치믄 수세미가 아니등게뵤?

그리고 그 아래 둥그만건 머리 위에 물건을 일때 사용하는 똬리?

글구...둥그런 방석맹키로 생긴거는

시루에 떡을 찔때 김이 잘 오르도록 바닥에 까는거?

그리고 그 위의 요상시런 도구는 뭐죠?

송아지 코뚜레 같기도 허구...

한쪽 구석의 효자손을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났습니다.

 

 

아고...요긴 철물점이구먼요.

그란디...요 뿔겋구 시컴탱헌 요것은 삼태기 용도일까요?

겁나게 진화해서 나이롱 삼태기가 되얏네뵤.ㅋㅋ

 

 

용도를 잘 알 수 없는 온갖 다양헌 물건들이 즐비혀서

눈으로 귀경만 허는디두 한참이나 걸렸구만요.

죠기 세워진 갈퀴 역시 대나무와 플라스틱 두 종류가 있어서

묘헌 조화를 이룹니당.

 

 

ㅎㅎㅎ 요즘엔 빗자루에도 이렇게 멋지게 치장을 허능만유.

꽃 달린 빗자루가 눈길을 확 잡아 끌었구만요.

손잡이 윗부분의 풀어짐을 방지하기 위해

야물딱시럽게 망을 씌워 마무리를 헌것꺼정...

이 꽃단장을 헌 빗자루로 너른 마당을 쓸적이믄

퍽 낭만적인 그림이 되지않을까 싶었어요.

 

 

요 시커먼 다라이(?)의 용도는 또 무엇인지요?

한켠엔 바베큐용 석쇠도 있구마는

한쪽에는 Ddong장군이라등가 소매바가지라등가 허는

추억의 물건을 열심히 흥정허시는 할아부지도 계셨구요.ㅎㅎ

 

 

대빗자루.

증말 아주 어린시절에 보고 처음 보는지라

엄청 반가웠구만요.

앞마당을 쓱쓱 쓸던 소리가 귓전에 들리는듯...

 

 

요긴 신발가게.

색색의 털신이랑 장화랑

우리를 미소짓게 하는군요.

털신 역시 멋지게 진화를 혀서 완벽 방수 털신아닌게뵤? ㅋ

어릴적에 내동생은 이 털신을 꼭 왼쪽 오른쪽을 바꿔신곤 혔드랬쥬.

 

 

검정고무신을 만났쓰요.

와따...겁나게 오랜만에 보는 깜장고무신이 아닌게뵤?

지는 이 신발을 한 번도 못신어봐서리

무쟈게 부러벗당게로요...

남들 다 신는 요것을 나도 신어보고 싶어서

멀쩡헌 운동화를 땅바닥에 문질러대곤 혔지라잉.ㅋㅋ

 

 

대장간의 모습입니다.

지금도 이런곳이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뜨건 불 앞에서 일을 하시는지라 한겨울에도 선풍기가 필요헌게뷰.

맨끝에 세워진게 소 여물을 썰때 쓰는 작두라는 물건잉게뵤.

TV에서 본적이 있구만요.

나무 자를때 쓰는 톱도 여러가지 모양이고

이곳에는 주로 여러가지 농기구들이 주종을 이룹니다.

 

 

와우...무셔버라.

이 무지무지허게 생긴 칼들은 오데서 쓰는걸까요?

꼴을 베는 낫도 보입니당.

 

 

봄은 봄잉게벼라.

각종 유실수 묘목들이 잘랭이에 담겨져서

새 쥔냥반을 지달리능만유.

마당을 가진 집에 살믄 요기서 걍 못지나칠것 같구만요.

 

아유...히야신스랑 여러가지 봄꽃들이

젊은 아낙들을 붙듭니다.

장바구니 한 귀퉁이에 살며시 얹어서 가져가며

마냥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집에서 아주머니께서 직접 만드신거라네여.

들깨강정을 하나 맛뵈기로 주시기에

넙죽 받어묵었등만 캬~ 겁나게 꼬숩구만요.

당장 주머니를 열고 한 봉다리를 집어들었지요.

 

 

직접 농사하셨다는 다래라고

좀 작기는 혀두 어찌나 야무지게 생겼능가 몰러요.

요 한 망에 만원!!

갈아먹을겸 한 망을 둘러메고...ㅎㅎ

 

 

금이빨을 산답니당.

워디서 난 금이빨이당가요? ㅎㅎ

아주 오래전  동해안 7번국도 포항에서 울진쪽으로 갈적에

버스 안에서 번호표를 나눠주고는 호명을 해서

느닷읎이 은수저 세트를 앵기며 당첨이 되얏다며

아주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이라고 혼을 빼던 아자씨헌티

순식간에 가짜 은수저를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었던

참 어수룩했던 시절이 생각났구먼요.

생전 처음 겪은 일이라서 어찌나 황당했던지...

 

 

손주를 등에 업으신 할머니로부터

젊은 큰애기들꺼정  장귀경은 그저 신나기만 헙니다.

한쪽에선 모닥불을 피워놓고 할아버지들께서

불을 쬐시며 정담을 나누시는 모습도 푸근허니 좋았어요.

 

 

너부데데헌 메주도 한 자리를 점잖게 차지허고 있습니다.

어느집 따땃헌 웃목에 자리보존허다가

잠시 처마밑에 매어달려 있다

요렇게 세상귀경을 나왔으니...

콤콤헌 내얌시가 그저 정겹기만 합니다.

 

 

직접 담그신 각종 건강식품들이 아닌게뵤?

때를 놓쳐서 미리 장만허지 못허신 분들

발 구르실거 없겠구만요.ㅎㅎ

 

 

요긴 어물전.

이렇게 큰게 멸치라능만유.

생멸치를 처음 보는지라 신기했어요.

산촌의 장터에 생멸치가 납셨으니

불티나게 팔리겠어요.

 

 

 

벌교가 가까워서 그런지 꼬막도 아주 여러 종류라

눈으로 귀경만 허는디도 아조 잼나요.

새조개라는것도 직접 보구 말이죠.

집으로 바로 가는 길이라믄 이것저것 사면 좋겠지만...

 

 

장귀경을 왔응게로 장터국밥이란것도 먹어봐야 쓰지 않긋느냐구혀서

두리번 두리번...그러다가 어느 국밥집에 들어갔지요.

우리처럼 장귀경을 나온 한 가족은

뚝배기에 김이 모락모락 오른 국밥에

요것을 넣등마는 질겁을 허드랑게라.

잼피라는 요것을 너무 많이 넣어서

매워서 못 드시겠다고...

뚝배기를 가져가시더니 새로 떠오십니당.

음...요건 쬐꼼만 시늉으로 넣는것잉게벼.

 

 

갓지은 밥에 노오란 조가 예쁘게 섞여 있습니다.

기분이 좋아지는걸요?

이런 밥을 얼마만에 먹어보는지...

 

 

드댜...우리것두 나왔씀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거라서 이름도 생소헌디

익숙치 않은 냄새를

 

요 가루를 넣어 먹어보려구요.

 

 

아까와는 달리 묘헌 향기가 납니다.

뜨거운 국물을 몇 번 떠먹어 보는데...

마주앉은 울신랑은 태연히 밥을 말아서 열심히

정말루 열심히 드십디다요.

주인 아주머니께서 오시더니

요 기름진것이 아조 좋은거라고 건져내지 말고 먹으라네여.

소의 겨드랑 부분에서 나오는 거라고

이름이 무엇이라 혔는디 도저히 생각이 안 나능만유.

요것 이름이 수구레국밥이라등가??

수구레라는게 바로 요 기름져 보이는 요것이라능만

울신랑은 순대를 이곳에선 그렇게 부르는 모냥이라며

순대국밥으로 알고 들어왔거덩요.ㅎㅎ

아...그란디...도쥐 못먹겠더라구여.

제 취향이 아닌규.

몇번 떠먹지도 않았구만 내내 거역스런 트림이 나고

울신랑 역시 내색도 못허구 반 쯤 먹다가 남겼는디

에구...쇠머리국밥집을 바로 옆에 두고도 몰랐구만요.

언제부터 부르짖던 쇠머리국밥인디...

암튼 아직 못다헌 장귀경을 위하야 다시 어슬렁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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