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매화

꿈낭구 2012. 3. 27. 13:55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렸어요.

지난번 산에 갔을적에 이 매실나무 아래에서 냉이를 캤는데

냉이에 온정신을 다 팔려서 냉이만 찾느라

 가지를 미처 보지못해 무심코 일어서면서

조그맣게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한 가지 하나를 부러뜨리고 말았어요.

아깝고 미안해서 품에 고이 품고와서

꽃병에 꽂아두었었는데

와...정말 예쁘게 피었습니다.

작고 여린 가지마다 이렇게 어여쁜 꽃망울을

대롱대롱 매달고 있답니다.

그 곁에서 차 한 잔을 마시려구요...

물을 붓자마자 환하게 피어나는 꽃송이를 바라보며

간만에 사치스런 감정에 젖어봅니당.ㅎㅎ

활짝 핀 두어 송이의 매화가

울집 거실에 그윽한 향기를 선사하는데

고마워서 내내 이 곁을 떠나지 못하겠어요.

봄으로 가는 길목에서

매화를 바라보며 마시는 국화차도 퍽 괜찮습니당.ㅎㅎ

가을에는 국화꽃을 바라보며

매화차를 마셔볼까요? ㅎㅎ

봄이면 매화를 한 잎씩 고이고이 냅킨을 깔고 담아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가끔씩 봄을 추억하며 차로 마시거든요.

마지막 남은 차름 혼자 마시기엔 아쉬워서

저녁나절 남푠과 다시 함께 마주 앉았습니다.

 

 

둘이서 그윽히 바라보는 이 늦은 밤에도

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계곡에 마주앉아 매화 한 송이 동동 띄워 마시던

지난 봄 보다 우리는 얼마나 익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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