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놀라운 생명력

꿈낭구 2013. 7. 30. 10:07

 

 

요것이 뭣인종 아실랑가요?

알어맞추심 오백만원 짜리 수표 견본을 드리리다.ㅋㅋ

 

세상에나...아침부터 이 쬐끄만 녀석이 저를 감동시켰다는거 아뉴?

몇주 전 주말농장에서 강낭콩을 수확해왔는디

덜 여문 콩은 그냥 두었더랬쥬.

그 후에 다시 갔더니만 비록 콩깍지는 자그맣지만

야무지게 영글었더라구여.

그랴서 반바지 주머니에 콩깍지를 넣고는 깜빡 잊어뿐졌던가봐요.

며칠 전에 세탁을 마치고 세탁물을 꺼내다봉게로

세탁기 안 바닥에 강낭콩 세 알이 빠꼼허니 저를 쳐다보는게 아니긋써라?

아고고...이거 먄시러서 우짤끄나잉?

깨끗이 씻는다혀두 밥에 넣어 먹기에는 세탁기 출신인디 좀 꺼림찍허고

그렇다고 버릴 수는 더더욱 읎는일 아닝교?

 

 

울집 뒷베란다에 시야차단용으로 청목과 엽란 화분을 놓아두었지요.

오후 늦게 석양의 불타는 여름햇살에 버티컬을 치면 답답헌디

이렇게 화분을 놓으니 바람은 통험시롱 햇볕도 막아줄겸

여름밤에 불을 켜면 뒷동네 아파트에서 이 창을 통해 거실꺼정

들여다 보일까봐 요로코롬 초록이들을 두었는데요

 

 

강낭콩 세 알을 청목 화분의 흙속에 검지손으로 쏙쏙 박아두었드랬쥬.

시야차단을 목적으로 둔 화분이라서 아래 가지는 잘라

윗부분만 무성허니 잎을 매달고 있어서

아래가 좀 허전해 보여서 요렇게 옆쪽에 놓아둔 화분에서

영역을 침범혔기에 뿌리내려서 사이좋게 살라고 돌로 살짝 올려두었지요.

 

 

화분 손질허다가 실수로 잘린 별아이비도 여기다 함께 놓아두었는디

몸살도 안 허고 시방 잘 자라고 있구만요.

셋방살이 신세지만 서로들 정다웁게 잘 지내고 있는게

신통방통혀서 들여다보던 어느날...

 

 

옴마낭~~! 이것이가...이것이가 뭣이당가??

세상에나 버리기 미안시러서 무심코 콩 세 알을 꾹꾹 박아두었던것이

이렇게 흙을 뚫고 가느다란 줄기를 허고 세상귀경을 나온것여라.

 

 

생명의 신비로움에 고만 지 가심이 방맹이질을 허능규.

세탁기에 월매나 어지럽게 시달렸을틴디

기어코 이렇게 싹을 틔웠으니 말여라.

 

 

또 하나는 아직 콩깍지도 못벗은 요런 모십을 허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더란 말여라.

 

 

콩 세 알 모두가 요렇게 땅속에서 뾰족허니 올라와

해바라기를 허느라 죄다 고개를 좌로 꼬고 있는 모십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미안허기도 허고 고맙기도 허고 신기허기도 허고...

암튼 참으로 묘헌 느낌이었지요.

 

 

주말농장으로 데려다줄까 허다가

요즘 너무 햇볕이 강렬해서 어려울것 같어서

걍 여기서 자라도록 두었답니다.

그런데 매일매일 요것들 들여다보는 재미가 여간 즐거운게 아닙네당.

 

 

벌써 목을 쭈욱 빼고 떡잎을 만들더니 키가 한 뼘도 넘게 자랐어요.

 

 

이제 이렇게 무성헌 잎까지 너울너울~~!

 

 

조금이라도 햇볕을 보려고 한사코 창쪽을 향해 달음박질을 허고 있네여.

요넘은 아직도 마른 콩깍지를 떨구지못허고 있는디

벗겨줄까...허다가 걍 두고 보기로 혔구만요.

스스로 어려운 역경을 헤쳐나가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도록 말여라.

 

 

콩깍지의 흔적이 이렇게 남겨졌쓰요.

화분을 안쪽으로 돌려놓을까 허다가 관두기로 헙니다.

나 좋자고 야떨헌티 못헐일 시켜서야 말이 아닙죠.

 

 

지난번 동해바다에서 해수욕허믄서 여름장식품을 만들까허고 주워온 조개껍따구에

물을 부어 바다내얌시를 없애려고 이케 두었등만

강낭콩의 엄청난 기세에 눌려 주눅이 든 요것들이

슬그머니 이 조가비 담근 물속으로 들어와 제 살궁리를 허고 있구만요.

작은 물고기라도 한 마리 데려다 놓아줄까 생각중입네당.

여름휴가 댕겨온 사이에 계곡에서 청소부로 델꼬온 다슬기허고

사이좋게 살고있던 구피가 저 세상으로 갔더랑게여.

아무 염려말고 자기가 다 알어서 헌다고 큰소리 빵빵치더니만

울신랑 물꾀기 밥 주는것을 잊어뿐졌던 모냥여유.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이래서 생명있는것들을 키우는게 망설여져요.

 

요것은 음지에서도 잘 자라는지라

요렇게 수경재배를 해도 좋아요.

뻗어나온 줄기 끝에 매달린 요것을 따서 물에 요렇게 담그면

금세 뿌리를 내려 잘 자라거덩요.

ㅎㅎㅎ울집 욕실로 델꼬가려고 엄마랑 작별인사 허라고

한나절 요렇게 여기 두었어요.

욕실 변기뚜껑에 올려두면

눈도 시원허고 얼마나 즐겁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