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완죤 찜질방 수준으로 37℃를 기록하고 있쓰요.
이렇게 덥기는 생전 츰인것 같구만요.
열대야로 밤잠도 설치기 일쑤고
입맛도 없다보니 매일매일 지치고 힘이 들어요.
처서라는 어제도 절기가 무색허게 맹렬헌 더위로
모두를 헉헉대게 만들었지요.
이렇게 더운데 SOS를 청하는 동생의 전화를 받고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함께 산골마을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을 뫼시고 천연염색을 하러 갔었지요.
손수건이 제법 커서 스카프 대용으로 써도 좋을것 같은데...
암튼 우리가 도착했을때는 마침 마을회관에서
한무리의 학생들이 마악 점심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참였지요.
아마 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아닌가 싶더라구여.
천연염색을 하기위해 먼저 손수건을 삶아서 풀기를 제거해야 했는데요
조그만 벽걸이 에어컨 하나로는 역부족이네여.
이렇게 더운데 어르신들께서 가스렌지 옆에 계시게 할 수 있남유?
너무나 더워서 앞치마도 입을 수 없었당게여.ㅎㅎ
일단 한 번 삶아서 주물러 헹군 손수건에
물을 들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요것은 치자염색인데요
뜨거운 물에 치자를 우려내서
삶아서 헹군 손수건을 집어넣고
요것은 소목으로 염색을 하는 과정이랍니다.
빛깔이 넘 이쁘죠?
예전에 원예심리 공부할적에 우리가 손바느질로 만든
광목원피스에 소목으로 염색을 하던 생각이 나더라구여.
시간관계상 바로바로 진행을 해야해서
여러차례 염색을 해야 더 짙고 예쁜 빛깔을 얻을 수 있는데
좀 아쉬웠어요.
어르신들께서 소목으로 염색을 하고 계신 모습이야용.
조물조물 골고루 치대줘야 얼룩 없이 고르고 이쁘게 물이 든다고...
요것이 바로 소목인데요
한약재로도 쓰인다지요?
뜨거운 물에 우려내고 걸러낸 소목이랍니다.
왕잠자리 선풍기가 웽웽 돌아가도
가스렌지 앞에서 염색작업을 하려니
땀이 뻘뻘~~!
치자물이 곱게 든 손수건을 찬물에 여러번 헹구는 과정이랍니다.
말렸다가 다시 한 번 염색을 하면
물도 덜 빠지고 곱게 염색이 되지요.
방 안에 임시로 줄을 매고 주렁주렁 손수건을 널어서 말리는 과정입니다.
처음엔 흰색 그대로가 좋다며 염색을 안 하시겠다던 할머님께서도
슬그머니 염색을 하시겠다고...ㅎㅎㅎ
이렇게 널어놓고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한 장은 할머님들께서 쓰시고
한 장은 젤루 이쁜 메누리 선물용으로 좋겠다공...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쓰요.
벽에 걸린 요것은 무엇이당가요?
ㅎㅎㅎ지는 날이 하도 더워서 비닐봉지에 얼음을 넣어 매달아 놓은줄 알었구먼요.
그란디...그게 아니래여.
요것은 바로 파리쫒기용이라네요.
파리가 증말 안 온다니 참 신기했어요.
입맛이 없어서 점심도 굶고 갔었는데
학생들 점심으로 토종닭으로 닭죽을 끓였는데
한 그릇 먹어보라고...ㅎㅎㅎ
그런데 이 닭죽은 마주앉은 젊은 남자분께서 직접 끓이신 거라네여.
시골마을에서 고장난 기계나 여러가지 일손을 거들어 드리고
대신 할머님들의 음식을 배우신다고 하네여.
조각을 전공하셨다는데 요리에 삘이 꽂혀서뤼...
어릴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고 하네여.
한식, 중식...가리지 않고 뭐든 척척 잘하시는 분이신데
이 닭죽도 정말 맛있게 끓이셨더라구여.
토종닭이라서 쫄깃쫄깃한 식감도 좋았구요.
요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참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요리는 뭐니뭐니해도 재료가 가진 맛을 최대한 살려주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의 일치꺼정...ㅋㅋ
어르신들께서 한 분 한 분 늦게오신 분들도 참여를 하시겠답니다.
살짝 살짝 어르신들 말씀을 귀동냥허믄서
이렇게 여러가지로 다양헌 체험을 즐거워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전 시간에 만든 부엉이는 손주들 오믄 부술까봐서
영감님께서 깊숙허니 슁겨놓으셨다구요.ㅋㅋㅋ
치자와 소목으로 염색한 손수건을 들고 모두 함께 즐거워하시는 모습입니다.
무쟈게 덥고 쾌적헌 환경은 아니었지만
어르신들께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역쉬...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있었으면 더 여러차례 염색을 해서
빛깔 고운 손수건을 만드셨음 더욱 좋았을텐데 아쉬웠어요.
돌아오면서 살짝 궁금해지네여.
과연 할머님들께서 어떤색을 고르셨을까 허구요.
고운 핑크빛을 더 많이 선호하시지 않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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