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내동 서늘혀진 날씨탓에 여름살이들 들여놓으려고
세탁을 대대적으로 허고 가을옷을 꺼내 정리허다 말고
ㅎㅎㅎ혼자 패션쇼를 한참 허고있는디 전화가 왔쓰요.
도움의 손길이 필요헐적마동 아는 동생이 SOS를 청헌당게여.
지난번 천연염색 수업을 혔던 노인정으로...
어제는 할무니 사탕 담어놓고 드실 한지바구니를 맹그는 수업이래여.
원래 이날 수업은 다른 수업을 혔던지라
흥미가 별루 읎으셨던지
도착혀서 봉게로 할머님 세 분이 기다리고 기셨어라.ㅎㅎ
지난주에 분명히 미리 말씀을 드리고
노인정에 적어놓기꺼정 혔구마는
깜빡 잊어뿐지시고 원래 허던 수업인줄 아셨던가봐요.
밥상 두 개를 이어 붙여놓고
조곤조곤 담소를 허시믄서 한지로 사탕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혔는디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셨어요.
여학생 3+ 남학생 1 ...
반색을 허믄서 어서 들어오시라고 혔등만
알고 봉게로 여기 계신 할머니를 찾어오셨드랑게여.
빨리 밭에가서 배추 심어얀디 여그서 뭣허고 있냐시믄서...
그러자 할머님께서는 이거 다 만들고 가서 심을팅게 먼저 가시라고...
할아버지께선 할머니 안 따라나서심 계속 서 계실 태세시더라구여.ㅎㅎ
결국 할머님 사탕바구니는 제가 만들어 완성시켜드리기로 허고서야
할아버지를 따라 밭으로 가셨당게여.
그란디...워디서 소문을 들으셨던지
할머님들 한 분 한 분 띄엄띄엄 들어오시기 시작헙니당.
요것이 시간이 지법시리 걸리는 것인디
얘기꽃이 무성헙니당.
근처 마을에 장이 서는디 거기 가셔서 노래 한 자락 부르고
약통을 타갖고 와야 쓰긋다는 할머님도 계셨고
뉘집 메누리가 노래를 잘헌다고...ㅋㅋㅋ
어느분 께서는 아들 메누리보구 자식 읎어도 괜찮응게
둘이서 재미나게만 살으라고 허셨대여.
그 말씀에 이구동성으로 이혼허지말고 즈들찌리
알콩달콩 살믄 된다고들 허시드랑게여.
요즘엔 할머님들 의식이 많이 달라지셨더라구여.
속으로 놀랐당게여.
자식 못 낳아 소박맞던 야그는 옛날 야그당만유.
ㅎㅎㅎ하여간 사람사는 이런저런 말씀들로
참 정겹고 따뜻헌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네여.
헐레벌떡...할머니 한 분 들어오시네여.
한글공부 마치고 맴이 급허신 남지기 눈썹을 휘날리고 오셨구만유.ㅋㅋ
오늘 무얼 배웠느냐고 물으시는 할머니께
그런것은 낭중에 물어보라시며
이 작품 맹그는디 총력을 기울이십니당.
뒤늦게 초등학교서 한글을 배우시는게 그렇게 재미날 수 읎다시네여.
이거 끝내고 가셔서 숙제를 허셔얀다공...ㅎㅎㅎ
추석때 여그다가 사탕을 담어놨다 손주들 나눠주신다고
좋아라허십니다.
다음 시간은 노래방 시간이래여.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겨우 마무리 작업을 마치고
빨랫줄에 매달어서 말린 다음 가져가시라고 혔등만
노래연십시간잉게 항꼬 배우고 찬찬히 가라고 붙드십니다.ㅎㅎㅎ
가사를 적은 종이를 보니
직접 작사 작곡을 허셨다는 마을노래라고...
맴 같어선 할머님들 노래방 분위기도 살필겸 천천히 일어나고 싶지만
아쉬워라 허시는 어르신들께 인사를 드리고 길을 나섰구만요.
요일별로 다양헌 체험학습을 하실 수 있도록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서
산골에 계신 어르신들께서 적적해 허시지 않고 무척 즐거워허신다구요.
이곳에서의 시간은 오히려 젊은 우리가 어르신들께 더 많은걸 배우고 돌아오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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