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눈부신 가을햇살

꿈낭구 2013. 9. 6. 10:44

 

 

초가을 햇살이 참 좋네여.

이런날 그냥 있긴 넘 햇살이 아깝잖우?

여름살이 이부자리도 세탁혀서 들여놓구

열심히도 주렁주렁 열린 호박을 다 먹지 못해서

이렇게 썰어서 말려 호박오가리를 만들려구요.

 

 

지난번 여름휴가 떠나믄서 냉장고에 있던 호박이 아까워서

썰어서 베란다에 널어두고 갔었는디

바싹 말랐더라구여.

글두...여름철 강헌 햇볕에 말리는걸 보지 못혔는디

가을햇볕에 말리는것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함 살펴보려구여.

여름햇볕에는 몇 시간만 널어 말려도 금세 바삭해질텐데

왜 굳이 가을에 말리는건지 궁금했거든요...ㅎㅎ

 

 

앞베란다에 키 큰 화초들이 그늘을 드리워서

햇살이 옮겨가는대로 자주 들여다보믄서

위치를 바꿔줘얀당게여.

아침에 널을땐 왼통 가을햇살에 환헌 속살을 드러내고

일광욕을 허던 요것들에

그늘이 생겼쓰요.

 

 

다시 화분들과 타협을 허고 햇볕을 독차지허게 신경을 써줬구먼요.

요렇게 말려서 들깨 넣고 호박오가리탕을 만들어 먹을 생각에

벌써보톰 군침이 돕니다요.ㅋㅋ

 

 

우잉??

어디선가 향긋헌 내얌시가 솰솰 퓡겨서 고개를 들었등만...

야가...뭣이뎌??

때아닌 쟈스민이 보랏빛에서 하얀색으로 이렇게 기를 쓰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등감마는...

요즈음 날씨가 봄날의 날씨와 비슷헌 모냥이쥬?

그래서 가끔씩 철부지 꽃들이 때를 분간못허고서 이렇게 피기도 허지요.

내년 봄에 만나야 할 인연이구만

뭐가 그리 성급혀서...ㅎㅎㅎ

꽃에게 말을 걸어주며 한참을 어여삐 여겨 놀아주었네여.

안방 창 쪽으로 돌려놓았어요.

'모두들 앞 다투어 꽃을 피워낼 내년 봄엔 넌 어쩔거야?'

 

안방에 들어가면 한눈에 들어오는 이 쟈스민을 보니

ㅎㅎㅎ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헌 갓 피어난 꽃송이 같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싶어 비비크림을 바르고 눈화장까지하고

거리로 나온 철부지 모습같다고나 할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