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꽃잔디동산

꿈낭구 2011. 5. 6. 19:01

이 길을 한 두번 지나다니는 것도 아니건만 여태 이런 모습으로 단장을 한 줄은 몰랐어요.

온 산이 꽃잔디로 옷을 입은 모습이 장관입니다.

아마 올 해 처음으로 공개된것 같은데

낮에 지나치면서 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엄청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허브체험도 하고 꽃길을 걷는 모습이 좋아보여

해질녘에 귀가하던중 잠시 이곳에 내렸어요.

진안인데 꽤 넓은 사유지를 이처럼 아름답게 가꾸어 놓으셨더라구요.

 

 

낮에 그 많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드믄드믄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남녀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워요.

우리도 살짝꿍 그들의 틈에 끼어...ㅎㅎㅎ

천천히 이 꽃동산을 둘러보기로 했지요.

 

 

이 넓디 넓은 산을 어떻게 이렇게 길을 닦고 나무를 심고

관리를 했을까 정말 존경스럽더라구요.

아마 꽃과 나무들을 몹시도 사랑하시는 분 이시겠죠?

 

 

꽃잔디에서 흘러 넘치는 달콤한 향기는

얼마나 매혹적인지요...

앞을 다투며 피어나는 철쭉도 예쁘고

이곳에서 내려다보니 꽃잔디가 파도처럼 물결치는것 같네요.

 

 

해가 마악 산너머로 저물어 갑니다.

제법 높은곳까지 올라왔는지 멀리 마이산의 뒷덜미가 반 쯤 보입니다.

저물어가는 어린이날이 몹시도 아쉬운지 아직도 토끼처럼 뛰어다니며

즐거워하는 아이들도 더러 보이고

꽃처럼 피어나는 어린 시절의 한 때를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는 젊은 아기엄마들로

이 꽃동산이 얼마나 빛나는지요.

 

 

그런데 마주오는 ...가슴이 먹먹한 모습이 보입니다.

허리가 꼬부라지신 할머니와 손주로 보이는 열 살쯤 돼보이는 남자아이.

진안 읍내에서부터 걸어오신듯 보였어요.

밭일을 하다말고 어린이날인데 손주가 몹시 마음에 걸리셨을까요?

요즘 시골에는 조손가정이 많다는데...

어떤 가슴아픈 사연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와 할머니의 표정이 가슴을 먹먹하게 했어요.

남들은 놀이공원이다 근사한 외식이다 하며

어린이날을 행복하게 보낼텐데

부모 없이 자라는 손주녀석이 얼마나 걸리셨으면

여기까지 어린 손주를 앞세우시고 걸어서 오셨을까요.

할머니의 따뜻한 사랑으로 저 아이가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진심으로 기원했어요.

그러고보니 이런날이면 누구보다도 더 가슴이 시린 이들이 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를 잃은 부모라든지 부모를 잃은 아이라든지...

꽃동산을 돌며 아이가 밝게 웃으면 할머니의 구겨진 마음이

빛나게 펼쳐지시겠지요?

 

지는해가 아쉬운듯 산등성이의 높다란 정자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서쪽하늘을 바라보네요.

저녁이라 그런지 꽃향기가 더욱 짙어졌어요.

우리도 서둘러 내려와야해서 못다 둘러본게 조금은 아쉬웠지만

얼른 내려와서 허브를 구경하려구요.

 

훠이훠이~내려왔는데 아쉽게도 마감을 했다고...

핑계삼아 한 번 더 오라며 우리를 위로하네요.

 

 

이 꽃동산의 나무들이 제법 그늘을 드리울만큼 세월이 지나면

외도처럼 멋진 봄나들이 장소가 될것 같더라구요.

고마운 마음으로 꽃들에게 작별을 하며 내려왔더니

어둠이 살짝 내려앉으려고 했어요.

봄 한철 이곳을 지나는 많은 이들에게 기쁨과 감동을 선물할 이 꽃들에게

그리고 이곳을 많은 이들에게 내어주신 산 주인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손을 흔들며 집으로 돌아왔는데

식사기도하려고 눈을 감으니 온통 보라빛이 펼쳐지는게 아니겠어요?ㅎㅎㅎ

꽃에 취했던가봐요.

아마 오늘밤엔 보라빛 꿈을 꾸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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