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말도 안 돼~!!

꿈낭구 2016. 11. 17. 13:13


엊그저끄 우연히 헌옷 기증받는다는 문구가 쓰여진 가게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구먼요.


지난번 바자회때 안 입는 옷을 내놓을라고 그렇게나 찾다찾다 못찾은 옷을

최근에 찾어내곤 옷정리 허다가


 작아서 못입는 옷,

안타깝게도 넘 귀여워서 못입게 된 이삔 옷들도 챙겨놓구

걸어두자니 그렇고 버리자니 아까운 어정쩡헌 옷들을 따로 모아뒀기에

거기 가져다주믄 좋긋단 생각이 들어서요.


그란디...사람들이 좁은 가게 안에 꽤 많아서

지인과 함께 우리도 함 들어가 보자고...

그렇게 발을 들였다가 요것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집어들고 왔잖긋쓔?


사실...옷정리 허믄서 더이상 옷장을 붐비게 만들지 않긋다 결심을 혔드랬는디

이건 싸도 너~~~~~~모나 싼것여라.

토끼털이 안에 들어있어서 엄청 따숩게 생긴 남성용 패딩자켓인디

넘 그럴싸허드라구여.


더구나 헌 옷이 아닌 새것이란디 가격표도 그대로 붙어있기에 들여다 봤등만...

헉~! 똥골뱅이 하나를 나가 시봥 잘못 본거 아녀??

가만있어부와. 분명히 119,000원이 아닌 1,190,000원이래여.

옆구리쪽 아래 밑단 가까이에 아주 쬐끄만 하자가 있어서

50,000원에 파는디 30,000원에 준다능규.

이게 왠 횡재대여?

냉큼 집어들었습죠.ㅎㅎㅎ

세탁소에 드라이 맡길라구요.

그날 퇴근헌 남푠이 거실 한켠에 얌잔허니 놓인 이 옷을 보더니

제 옷인줄 알고 있다가

자기가 못보던 옷 같어서 들춰봤대여.


아니...근디 남자옷일세??

회심의 미소를 짓고 가격표를 보다가 뒤로 자빠질뻔 혔다고

주방으로 이 옷을 들고 온규.


ㅋㅋㅋ 여차저차...저차여차...혔등만

그제서야 입어보더니 뜨시고 근사허고 좋다고 입이 귀에 걸리더니만

갑자기... "근딩~~! 나 챠르르르~~헌 양복 사주기로 헌것을 요걸루다 때우려는건 설마 아니긋징? "

에이~~ 그럴리가요.

약속은 약속인디...걱정 허덜덜 말으셩!!

눈 크게 뜨고 뒤적뒤적 찾어보닝게 바로 요 울니트 티셔츠.

따뜻허게 생겨서 요새 외투 속으다가 입으믄 딱이긋지 뭐여유?

요것은 3,000원이래여. ㅋㅋㅋ

누군가 츰엔 달게 입었을테지만 싫증이 났던지 보푸라기 하나도 읎구만

색깔도 디자인도 마음에 쏘옥 들어서 요것두 추켜 들었쓔.

오늘 울세제로 세탁을 혀서 요렇게 말리는 중여라.

글구... 또 하나

치마달린 레깅스야요.

요것두  새것인디 속에 폭신헌 기모가 있어서

집에서 입으믄 안성맞춤이긋잖우?

요것두 3,000원.

글구 좀 크다 싶은디 색깔과 옷감 소재가 넘 맘에 드는 긴 남방 하나.

요것도 3,000원에 사다가 세탁혀서 말리는 중입니당.

그리하야 몽조리 합혀서 39,000원.

증말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옷 네 벌이 생겼지뭐여유?

저는 츰이라서 너무나 큰 충격이었네여.

우리는 얼마나 많은것들을 쉽게 사고 또 버리는지요.

묵직헌 보따리를 들고 집에 돌아오믄서 참 생각이 많아졌쓰요.

예전 우리나라에 들어온 구호물자들이 생각나기도 허고

보세라고 멋쟁이들이 즐겨 입던 옷들도 어슴프레 기억이 납니다.

내게 필요치 않은 물건들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허게 잘 쓰임받을 수 있긋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나바다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혀야긋단 생각도 들었구요.


그랴서 아는 동상헌티 이 놀라운 소식을 전혀야긋다 싶어서 자랑을 혔등만

" 아니...무슨 토끼털을 남자헌티 입혀?"


그랴서 당장 이 사진을 날려주고서뤼

'야~! 가만 안 둘껴. 아무렴 나가 여인네덜 입는것 같은 털 부월부월헌것을

울신랑헌티 사 입히긋냐? 이 성님을 어케 보구 그런 말을...'

그럇더니

 " 잉~! 아주 멋지구먼. 나는 부얼이 털코트인종 알공...ㅋㅋㅋ

"나넌 내년 11월꺼정은 내 옷은 빤쮸 말고는 안 사입긋다고 스스로헌티 약속을 혔는디

가족들것은 사줘야징~! "

ㅎㅎㅎ

카톡방에 최고의 득템이다 럭셔리허다 모다덜 부러워 허는디 

갑자기 지가 겁나게 근사헌 일을 헌것 같기도 허고

가심이 뽀닷~~헌 것이 여간 기쁜게 아니구만요.

마르기 지달렸다가 쏴악~~스팀다리미로 다려서뤼

뽀대나게 입고 누구를 놀래켜 줄까 상상허는것만으로도 즐겁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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