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여그서 살었능가 야가 요새 울 여름별궁 쥔이랑게여.ㅋㅋ
인기척에 철쭉 그늘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자다가 나와서
우리를 보믄 야아옹~~ 야아옹~~~
발에 걸릴 정도로 따라댕김서 놀아달라고 허능만요.
사뿐~ 단숨에 높다란 감나무 위로 올라가 담장을 타고
신기헌 묘기를 보여주지를 않나
암튼 도둑고냥이는 사람을 잘 붙여주질 않는디
야는 암만혀도 사람손을 타는걸 보니께 누가 기르던 고냥이인것 같구만요.
지는 예전에 이 시골집에 살적에 슬금슬금 돌아댕김서
매서운 눈초리로 우리 감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은 새장속의 새를 호시탐탐 노리던
도둑고냥이를 아주 싫어했었지요.
어느날 새들이 자지러지게 울어서 쫒아가보니 글쎄...
도둑고냥이가 발로 새장문을 열려고 허능규.
호통을 쳐서 담박에 쫓아뿐졌쥬.
미수에 그친 그 고냥이 수작이 뭔줄 알우?
쥐 한 마리를 현관 앞 매트 위에 잡어다 발겨놓은거 있쥬?
기겁을 허고 그 뒤로는 고냥이가 해코지를 허는게 무서버서
고냥이만 얼씬거리믄 쫒아내질 못허고 호스로 물뿌리는 수법으로 접근을 못허게 혔당게여.
그러니 고냥이는 제게 무서운 존재로 각인이 되얏는디
아 글씨...야는 속도 모르고 자꼬만 제 주위를 맴돌믄서 시선을 끌려구그런당게라.
텃밭에서 일하던 남푠이 부르면 쪼르르~~ 쫒아가서
발랑 뒤집고 눕고 다리에 비비대는게 남푠의 좋은 친구가 되얏당게여.
이날 츰으로 이 고냥이를 유심히 살펴봤더니만
시상으나...먹을게 읎어서 그랬으까요잉?
피골이 상접허요잉.
뱃가죽이 등에 붙었쓰요. 쯔쯧...
그동안 고냥이 앞모습만 봐서 몰랐는디 뼈가 앙상헌것이
지대루 못읃어묵어서 배가 고픈 모냥여라.
우리가 일허다가 잠시 참외를 깎어서 먹고 있는디
배고픈 어린아이가 보채듯 너무도 간절허게 야옹야옹거림서 칭얼대는것여라.
우쨔쓰까요잉?
암만 봐도 야가 먹을만헌것이 읎는딩...
참외를 던져주니 반색을 허믄서 다가갔다가는 실망을 혀서 돌아와
다시 보채능것여라.
다음번에 갈때는 이 고냥이 먹을것을 좀 챙겨갖고 가얄까봐요.
칭얼대는 고냥이를 보믄서 너무나 가엾어서 안타까워 어쩔줄 모르긋더라구요.
부추가 심헌 가뭄으로 타들어가고 있기에 좀 잘라서 다듬고 있는디
시종 제 주위를 맴돌믄서 야옹야옹 꼬리로 저를 치는것여라.
아직은 그런 고냥이가 익숙치 않아서
"엄마야~! 야 좀 데려가줘요. 무섭다니까요~~!!
야좀 어떻게 해줘봐요."
울신랑헌티는 이 상황이 그저 재미난 귀경거링게벼라.ㅋㅋㅋ
옴싹달싹도 못허고 시야시되야서 뻗뻗헌 장작맹키로 서서 울상짓는 지 모십에
단재미가 나서 낄낄거려용.
아구구...고냥이를 좋아허는 울딸랑구는 추석때 내려오믄
많이많이 귀여워해줄거란디
이러다가 야가 울식구가 되믄 워쩔까 몰긋써라.
야를 어찌믄 좋누?
불쌍허기도 허고 재롱떠는거 보믄 귀엽기도 헌디...
고냥이도 사료를 먹나 알어봐서 배고프다고 칭얼대지는 않게 혀줘얄까봐요.
고냥이가 이쁘게는 생겼는디 얼굴은 애기고냥이 맹키로 생겼구만
몸집은 상당히 크지요?
세상에나... 줄게 읎어서 헌 플라스틱 통에다 물을 좀 줬더니만
목이 말랐던지 하염읎이 통 속에 고개를 디밀고 물을 먹능것여라.
어쿠쿠...그러다가는 물 담긴 통 속으로 들어가게 생겼쓰요.
불쌍헌 마음에 고만 나도 모리게시리 남푠을 향해 고성을 발사!!
"야옹이가 물을 편히 먹게 물을 가득 담아줘야지용~!"
ㅎㅎㅎ어느새 고냥이헌티 맴이 한 발자욱 다가간 모냥여라.
얼마전 생태공부허다가 알게된 사실인뎌라...
예전에 새장속의 새를 넘보다가 쫒겨난 그 고냥이가
울집 현관 앞에다 쥐를 잡어다가 펼쳐놓은 행동은
해코지가 아니라
갈등상황의 주인에게 잘 보이기 위헌 뇌물(?)같은 의미라네여.
그러니께...지랑 화해를 허고자허는...
그 말을 듣고보니께 참말루 그렸을까? 허는 생각이 듬시롱
삼시세끼에서 보여준 겨울이와 오리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당.
겨울이의 오리를 향헌 시선이 바로 함께 놀자는 의미가 아녔을까여?
그 고냥이도 그때 그 시절에 우리 새들허고 놀아보려고 그랬을랑가??
겨울이가 오리주변을 맴맴 돌던 모습을 보믄서
그때 지가 잘못 생각헌것이 아니었나 싶음서 ㅎㅎ
고냥이 무섬증에서 살짝 마음을 내려놓아도 될랑가 싶으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