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여름별궁

꿈낭구 2016. 8. 31. 10:55


ㅎㅎ 신혼 10개월차에

부모님께서 노후에 사실 집으로 지었던 이곳으로 들어왔었는디

이곳에서 딸랑구 낳고 알콩달콩 살다가

울딸랑구 초등학교 입학허기 반 년 남겨두고

아이 교육 땜시로 시내로 이사를 허게 되얏쓰요.

우리가 살던 정든 이 집을 전세를 내준지 오랜 세월이 지났지요.

어느덧 아이가 대학을 졸업허고 취업이 확정 되얏으니...

올 초여름에 갑작스레 세 살던 사람이 이사를 가는 바람에

저는 요즘 두 집 살림을 허고 있다우.

정원의 나무 하나하나에

 뒷뜰의 과일나무 하나하나마다

다 사연이 있고 감동의 진동표가 있던 집이었는디

오랜 세월 남의 손에 방치되어

모두들 이 집에 오믄 부러워하고 머물고 싶어허던 공간이

험상궂게 되야뿐져서 넘 속이 상혔었지요.


태풍에 반쯤 쓰러진채로 생명을 이어가던 향나무들을 바로 세워 지주를 해주고

무신 맥문동을 그케나 여그저그 심어갖구서

그것들 세력에 뿌리가 흔들려 죽어간 철쭉이며 동백이며 꽃나무들을 캐내고

그 지긋지긋헌 맥문동과 온갖 나무들을 뒤덮고 있던 아이비를 뜯어내는디만

몇 주가 걸렸당게여.

그렇게 하나 하나씩 다듬고 살려내믄서

우리의 추억이 담긴 이 시골집의 정원이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씀당.

집 밖이 그럴찐대 실내는 오죽허긋써라?

못이 수없이 박힌 거실의 못을 빼믄서 취미가 못박기였능갑다공...

게다가 벽마다 거울을 붙여놓아 그것 떼어내는것만도 몹시 심들었당게여.

그러고봉게로 넘 심란스러워서 거실에 요렇게 텐트를 쳐놓고

올여름 울집 여름별궁 삼기루 혔쓰요.ㅋㅋ

새소리만 들리는 정말 조용헌 이곳에서 올여름 우리 부부는

정원가꾸기로 시간을 보냈다는...


코펠도 가져다놓고 한여름엔 모기장텐트를 쳐놨다가

이제 모기장 텐트 대신 요걸루다 집을 새로 지었당게여.ㅎㅎ

작업용 옷가지며 세면도구며 잠시 쉴때 읽을 책이며

군입정거리랑 이것저것 여기 올때마다 집에서 물어 나른 살림살이가 지법시리 됩네당.


지난 여름휴가때 텐트속에 깔았던 매트를 빨아서 옥상 햇볕 뽀송헌 빨래줄에 널어놓고

침낭도 일광소독허고

아파트와 달리 이런점이 넘 좋구만요.

아침에 싸들고 온 도시락으로 캠핑온것 맹키로 요렇게 주말을 보냈지요.


ㅎㅎ 소리나는 종류가 읎어서 너무 적막허니께

카세트꺼정 가져다놓고 음악을 들으믄서 시간 가는종도 모르고

즐기믄서 작업을 헙니다.

인터넷이 읎어도 TV가 읎어도

이렇게 즐겁고 행복허게 지낼 수 있다는게 월매나 좋은지요.


몇 차례 복덕방에서 누군가가 세로 들어와 살고 싶단다는 기별을 받었지만

더 이상 이곳을 남의 손에 두고 싶지 않다는 남푠의 뜻에 따라서

이렇게 당분간은 두 집 살림을 허기로 혔쓰요.

마침 퇴근길에 잠깐씩 들여다 볼 수도 있고

울집에서 20분 거리니 무리허지 않고 조금씩 손을 봐감서 지내다가

내년쯤에나 리모델링을 생각허고 있구만요.

그랴서 요즘 우린 어디를 어떻게 고칠까 즐건 상상을 허믄서

가을에는 어떤 나무를 사다 어디에 심을것인지

봄에는 어디에 무슨 꽃씨를 뿌린것인지

후훗...아파트 생활에 싫증이 난 우리에게는 새로운 놀이터다 싶구만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우리 손으로 정들었던 이 집을 되살려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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