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봄나들이를 계획하다가
진안 고원길을 걸어보기로 했다.
예전에도 고원길을 걸은적이 있었는데
아주 한적해서 여유롭게 놀멍쉬멍 걷기에 아주 적합한 길이라서 좋았다.
오늘은 은천마을에서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줄사철나무가 푸르른 이 마을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나이 지긋헌 나무들을 올려다보며 하늘바라기도 하고
그리 크지않은 산골마을인지라
빈집도 여럿 보이고
정겨운 돌담들이 나즈막허니 있어서
굳이 목을 빼지 않아도 들여다 보일만큼 허술한 모습이다.
봄햇살 내리죄는 돌담 너머로
기지개를 켜는 늙은 감나무도 보이고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며 우렁차게 짖어대는 멍멍이를 달래가며
마을 고샅길을 돌아나오는데
참 오랜만에 보는 흑벽돌이네요.
살금살금 낮은 담장 너머로 화단도 들여다봅니다.
햇살 내리쬐는 흙집에서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듯...
돌담 아래로 파릇파릇 돋아난 새싹들이 사랑스럽네요.
요즘 이런집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구들방에서 하룻밤 묵고싶을만큼 정겨운 집입니다.
얼기설기 돌담위에 얹어진 헌 기왓장들이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녹슨 양철로 된 처마며 스레이트 지붕과 돌담이 조화롭구만요.
저 쬐끄만 창이 눈에 확 들어왔어요.ㅎㅎ
밖을 내다보는 용도로 쓰였겠지요?
예전에 우물로 쓰였던 걸까요?
돌담 지붕도 참 다채롭네요.
마을을 지나 이제 본격적으로 산길로 접어들면서
마을을 내려다 봅니다.
산골마을인데도 양지바른곳이라 그런지
쪽파가 파릇파릇허니 이쁘게 자랐어요.
노루발풀이 숲속 낙엽을 비집고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점점 올라갈수록 마을이 아득해보입니다.
요것은 무슨 예술작품 같이 보여요.ㅋㅋ
아마도 벌레집이 아닐까 싶은데...
점점 더워서 겉옷을 벗고 오르다보니
숫마이산 윗부분이 빠꼼허니 보입니다.
마이산의 모습은 정말 특이하게 생겼어요.
뾰족한 요 산이 숫마이산이고
암마이산은 조금 둥글고 편안해 보인다고 해얄까요?
암튼 서로 모양이 다른 우뚝 솟은 봉우리가 둘 이랍니다.
맞은편 산자락에는 며칠전 내렸다던 눈이 쌓였네요.
폭신폭신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걸었습니다.
이제 암마이산 정상부근도 살짝 드러납니다.
갈림길에서 잠시 벗어나 숫마이산 정상이 잘 보이는 쪽으로
조금 더 걸어서 올라가보기로 했어요.
숲이 왜 이리 적막할까요?
새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고
너무나 조용해서 꿈을 꾸고 있는듯 합니다.ㅎㅎ
한참을 오르자 까마득한 산 아래 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말의 귀를 닮은 모습이라하여 마이산이라고 한다는데
가까이서 보니 엄청납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기묘한 모습이 우뚝 솟아있어요.
두 봉우리 사이에 길이 있어서
아주 오래전에 반대편쪽에서 걸어서 넘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리가 바들바들~~ㅋㅋ
엉금엉금 깎아지른 절벽같은 바위를 기어오르며
스릴만점~! ㅎㅎ
우뚝 솟은 숫마이산 정상부근 가까이 높이까지 오른것 같네요.
잘 내려다 보이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안정적인 자리를 잡고 앉아서 준비해온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컵라면과 김치겉절이.
그야말로 꿀맛같은 소풍도시락입니당.
두유에 후레이크를 넣어 영양보충도 하구요.
그러니까 암마이산이 내려다 보이는 맞은편 봉우리에서
우리가 기어오르는데 놀랍게도 어떻게 이런 바위틈에서
식물이 자라는지...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저렇게 자랄 수 있다는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파른 바위를 오를때보다 내려올때가 훨씬 난이도가 높다는걸
이제서야 알았구만요.
바위의 돌들이 떨어져 내리니
발 디디기에도 쉽지 않아서
한 발 한 발 조심 또 조심!!!!
먼저 내려가서 안전조치를 취허긋다공...
ㅋㅋㅋ다리가 바들바들 떨리던 스릴만점의 산행이었어요.
이제 마이산 탑사쪽으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마이산은 보는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이 제각각 다릅니다.
나무 사이로 뾰족하게 솟은 바위산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는듯 합니다.
어머낭~!
양지바른 산 아래 깊은 골짜기에서
노루귀가 꽃문을 활짝 열고 노래부르는 모습 같아요.
아이공~~~ 사람귀경 증말 간만에 헌겨?
이정표를 따라 걸어 내려갔어요.
마이산의 그 유명한 탑사가 내려다 보입니다.
우리는 산 너머로 이어진 고원길을 향하여 다시 발길을 돌렸지요.
비가 내리는 날 이곳에 오면
정말 장관일것 같지요?
이 기묘한 모습들이라니요.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입니다.
잠시 쉬어가라고 통나무로 만들어진 쉼터가 있지만
주차된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다시 올라가야하는지라...
올라갈때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내려오면서 보입니다.
빗자루마녀일까요? ㅎㅎ
아님 이 고즈넉한 산길을 바람이 이 빗자루로 말갛게 쓸었을까요?
이슬 한 모금에 목을 축이고 사는 이끼며
바싹 마른 낙엽과 쓰러진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진 숲속은
무궁무진한 우리의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드디어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외양간에서
순하디 순한 소의 눈망울이 우리를 신기한듯 바라봅니다.
새끼 송아지 모습도 보입니다.
돌거북이 표정을 흉내내며 웃기도 하구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는데
ㅎㅎ잘 놀다 간다고 인사라도 하고 가야겠지요?
돌아가는 길에 우리가 올랐던 산자락을 먼발치로 바라다 봅니다.
고원길은 언제 걸어도 참 한적하고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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