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매화와 살구꽃

꿈낭구 2019. 4. 4. 01:49


고향의 봄 노래가 절로 나오는 요즘

옆집 살구나무가 꽃을 피웠다.

나무가 너무 커서 우리집 담장을 넘어

지붕까지 맹렬히 세를 늘려가는지라

지난해에도 참 성가시기도 했고 무섭기도 했었다.

살구나무를 예전에 심어본 적이 있었는데

집안에 들여 심기에는 부적합할 정도로

너무나 무성하게 자라 결국 자른적이 있었다.

살구가 달고 맛있으면 그나마 고민했을 터인데

당시에는 너무 시고 단맛도 적은데다

살구가 어찌나 많이 열리는지 떨어진 살구 처리하는것 또한 일이었다.

생명력 또한 어찌나 강한지

그렇게 땅에 묻은 살구에서 어느새 살구나무가 자라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온통 살구나무로 뒤덮힐 지경이었으니...

그런데 바로 그런 살구나무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높게 자라니 열매나 잎이 떨어져

우리집 지붕의 홈통이 막히는건 기본이고

옥상의 배수구까지 막아 여간 성가신게 아니었다.

더구나 이렇게나 크게 자라다보니 떨어진 살구를 처리하는 새로운 일거리 또한

만만치 않고

지난해에는 미국쐐기벌레가 나무 전체에 번져서

이파리 하나 남기지 않고 초토화 시키더니

우리집까지 바람에 날려와 지붕이고 옥상이고

장독대는 물론 꿈틀대며 기어다니는 벌레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었다.

그러니 곱지않은 시선으로 보게된 살구나무인데

꽃이 눈부시게 피어 옥상에 올라가서 나무를 올려다 보며

나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너무 큰 나무가 맹렬히 뿌리를 뻗은 탓인지

담장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해서 고민스러운 존재다.

이웃에 피해를 주는건 좀 곤란하지 않은가 말이다.

자칫 감정이 상할지 몰라 아직 말을 못하고 있지만...

암튼 꽃이 핀 얼마동안에는 즐기기로 했다.

머지않아 꽃비가 또 억쑤로 내릴테지만...ㅎㅎ

우리집 매실나무를 지난해 강전정을 했었다.

뒷뜰 한 켠에 있지만 이 또한 너무 오랜동안

세 들어 살던 사람들이 손을 대지 않고 방치해서

수형이 제멋대로여서 아깝지만 우듬지를 몽땅 잘랐더니

얘들도 위기감을 느꼈던지

아주 작은 가지까지 꽃을 엄청 매달고 있다.

매실이 너무 많이 열려서 따는것도 일이고

익어서 떨어진 매실을 처리하는 일도 제법 성가신 일인지라

매실도 매화도 적당히 포기하고

나무를 다듬기로 했지만

꽃이 핀 걸로 보아 열매도 엄청 열릴것 같다.

꽃을 따주고 가지를 잘라줘야 하나...

고민스럽지만 나무를 위해서도 방치하는건 아닌듯 싶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뒤늦게서야 다듬는 일이란게

결코 쉽지 않은걸 보며

사람 또한 무수히 다듬고 정성과 사랑을 쏟아부어야

멋진 열매를 맺는 훌륭한 사람이 되기에

어릴적부터 부모는 자녀들에게 마음을 쓰지 않던가 말이다.

살구꽃은 꽃받침이 붉은 빛인데

꽃이 피면 꽃받침이 뒤로 젖혀진다.

꽃자루가 짦아서 매실처럼 살구도 가지에 거의 붙어있다.

이 꽃마다 다 살구가 열린다면

올 늦은봄 우리집은 살구로 온통 뒤덮히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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