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네 자매의 추억여행

꿈낭구 2010. 11. 1. 19:52


두 살 터울인 네 자매중 제가 막내인데

모처럼 봄 나들이겸 언니들이 서울에서 단체로 내려왔답니다.

3박4일의 일정으로.

첫날에는 근처의 수목원에 갔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온실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여러가지 식물들을 보며 시간 가는줄을 몰라 점심시간을  그만 훌쩍 넘기고 말았지요.

디카 충전하는걸 깜빡해서 언니들한테 구박(?)을 받았어요.

점저로 운암까지 드라이브겸 해서 매운탕집엘 갔는데 어찌나 전라도 음식이 맛있다고

아구아구 먹었던지 후유증이 대단했어요.

새우탕인데 조미료를 쓰지않아 담백하고 너무 매워 자극적인 맛이 아닌 부드러운 맛이

특히 좋답니다. 반찬으론 무얼먹을지 모를만큼 맛난 음식들이 주루룩...

게다가 식후엔 구수한 누룽지까지 알뜰하게 먹고

운암호가 바라다보이는 근사한 찻집에서 분위기 잡고 녹차를 마셨는데

한옥의 정취가 아주 그만입니다.

다음엔 사진을 함께 올리도록 할게요.

다음날엔 떠나온지 36년이란 세월이 지난 고향으로 추억여행을 하기로 했지요.

가슴이 두근두근...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남겨져 있을까???

우린 제각각의 어릴적을 회상하며 고향에 대해 나름대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니~~그런데 대문에서부터 예전 그 모습 그대로인 아버지의 문패가 달렸던 자리까지...

문을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서 안타까움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데

언니가 못참고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불렀더니 이미 노인이 되신 할머니께서

문을 열고 나오셔서 의아한 눈빛으로 저희들을 둘러보시는 겁니다.

여차저차~~말씀을 드리니 그제서야 저희 부모님을 기억해 내셨고 들어오라시며 반겨주셨어요.

우선 밖에서 둘러보고 들어가겠다고 하고는 이리저리 우리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들을 담아 사진을 찍었어요.

 

 

어릴적 기차놀이를 하곤했던 단풍나무는 아름드리로 굵어져있고

우물가의 모습은 펌프가 수도꼭지로 바뀐것 말고는 그대로 간직되어 있는겁니다.

 

 

목욕탕의 파란 타일까지 그대로 세월의 무게를 뒤집어쓴채 숨죽이고 있더군요.

여름날 소나기가 오면 언니와 속옷만 입고 신나게 빗물을 받아 나르던

우리들의 풀장으로 쓰였던 우물가의 시멘트 물탱크에는 꽃이 심겨져 있었구요.

비록 낡고 노인 혼자서 사시기에 미처 손보지못한 뜨락이며 나무들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멈춰선 듯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을까 그저 신기하기만 했지요.

저는 지금도 가끔씩 어린시절의 꿈을통해 고향집을 꿈에 보곤 했거든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맘때쯤이면 온 마을이 내려다 보일만큼 큰 매화나무에서

꽃향기가 진동하고 벌들의 붕붕거리던 소리가 들리곤 했었는데  고목이되어

베어진 그루터기만 남아있고 그 곁에 심었던 후박나무가 지붕보다 높이 자랐더라구요.

진돗개 재동이랑 안방 앞에 걸어두었던 카나리아와 잉꼬새장이 어른거렸어요.

유난히 꽃을 좋아하셨던 친정어머니께서 가꾸셨던 꽃밭에는 지금 수선화가 한창인데

금세라도 엄마 아빠모습이 보일것만 같아.....너무나도 그리웠어요.

 

주인 할머니께서 두유를 주셨는데 그 순간 아드님이 어머님을 모시러 온거였어요.

어리둥절~~아니 이게 누구냐며 왠일이냐고 놀란것도 잠시...손에들린 두유를 보고 발을 굴렀어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않은거니 빨리 드시라고 했건만 아끼시다 일주일이 지나버린 거였다네요..

"야아~암시랑토 안탕게~ 나 아까도 먹었어도 암시랑괜찮었어야~~야가 왜 이런디야~"

우린 서로 눈을 꿈쩍이며 단숨에 마실듯 손에 쥐었지요."그러믄요.잘 먹겠습니다."

굳이 혼자 편히 사시기를 고집하셔서 가끔씩 모시러오곤 한다는데 지금 막 모시러 온 참이었던 겁니다.

이럴줄 알았음 집 안에부터 둘러봤을건데...실례가 될까봐 차마 보고싶단 말을 못하고

'오빠! 대청마루도 그대로 있어요? 복도는요?오시레도요?...'

 

갑자기 소란스러워 돌아보니 저희 친정어머니의 친구분께서 때마침 양로당에서

저희 어머니 이야기를 하시던중에 저희들이 왔다는 동네사람들의 얘길 듣고 한달음에 오신거였어요.

눈물을 글썽이시며 몇해전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셨어요.

참 곱고 어여쁘셨던 모습은 간데없고 주름진 모습속에 담긴 그 큰 사랑을 느끼며 저희도 콧날이

시큰해졌어요. 맛난거 사드시라고 적은 용돈을 손에 쥐어드리고 초등학교로 향했지요.

 

 

운동장의 나무들이 그대로인데 학교건물은 아담하고 예쁘게 바뀌었더라구요.

쉬는시간마다 그렇게 그네를 차지하려고 줄달음을 쳤던 그 자리에는 6개로 늘어난 빈 그네가 우릴 맞이했어요.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우리 네 자매는 하나씩 차지하고 신나게 그네를 탔답니다.

운동장을 뛰고...교문앞에서 사진도 찍고...

 

집에 돌아와  딸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제 어린시절 앨범속의 사진과 비교하며 

설명을 해주었더니 다음번엔 꼭 함께 가보고 싶다는군요.

어릴적 고향을 찾아 추억여행을 해보는것도 참 좋은 추억여행이 될텐데...

한 번 떠나보세요.더 늦기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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