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이션 두 송이, 허브 화분, 등두드리는 안마봉.
어젯밤 땀을 뻘뻘 흘리며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손에 들려진
어버이날 선물 이랍니다.
때로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고 은근슬쩍 타이르기도 하건만
요녀석이 늘 마음을 섭섭하게 하곤 했었더랬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학교에서 쓰는 편지도 낯 간지러운지
생략을 하더니만 어버이날이라고 말로만 때우던 달랑 하나뿐인 딸아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물을 내미는게 아니겠습니까?
학교에서 친구들의 부모님은혜 열풍에 자극을 받은건지
아니면 철이 조금 들은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는
엄청난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어쩔줄 몰랐답니다.
작년에 가르침을 준게 효과가 난 것인지...
옆구리 찔러 절 받은 것일지라도 하여간 기분이 화안~해지더라구요.
오늘 친구들과 오페라를 보러 간대서 연주회장까지 태워다주고는
우리 부부는 수목원으로 향했지요.
많은 어르신들과 자녀들의 모습으로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던
수목원은 얼마나 북적이던지요...
어른들 모시고 오면 좋은 장소라서 보기에 참 흐믓하고 부러웠답니다.
저희는 양쪽 모두 돌아가시고 안계시니 그저 마음 한 구석이 뻐근했는데
우리는 아직 딸이 어려서 스스로 자축하자는 말로 한참 웃었지요.
지금 천냥 하우스에서 산것같은 그 지압봉인지 안마봉인지를
남편은 몇시간째 두드리고 앉아 있네요
딸랑구는 흐믓하고 좋아서 코를 발름거리며 '아빠, 시원해요?'
묻고 또 묻고...
저러다 멍들겠어요.
당분간 남편의 손에서 이 효심가득담긴 물건이 떠날날이 없겠지요?
아참, 가장 중요한 우리 딸랑구의 멘트를 잊었네요.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이제 바빠져 아빠 등 두드려드릴 시간이
없어서 이걸 선물로 골랐어요.'
기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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