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어버이날 선물

꿈낭구 2010. 11. 1. 20:03

카네이션 두 송이, 허브 화분, 등두드리는 안마봉.

어젯밤 땀을 뻘뻘 흘리며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 딸아이의 손에 들려진

어버이날 선물 이랍니다.

때로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고 은근슬쩍 타이르기도 하건만

요녀석이 늘 마음을 섭섭하게 하곤 했었더랬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는 학교에서 쓰는 편지도 낯 간지러운지

생략을 하더니만 어버이날이라고 말로만 때우던 달랑 하나뿐인 딸아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물을 내미는게 아니겠습니까?

학교에서 친구들의 부모님은혜 열풍에 자극을 받은건지

아니면 철이 조금 들은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 부부는

엄청난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어쩔줄 몰랐답니다.

작년에 가르침을 준게 효과가 난 것인지...

옆구리 찔러 절 받은 것일지라도 하여간 기분이 화안~해지더라구요.

 

오늘 친구들과 오페라를 보러 간대서 연주회장까지 태워다주고는

우리 부부는 수목원으로 향했지요.

많은 어르신들과 자녀들의 모습으로 조용하고 한적하기만 하던

수목원은 얼마나 북적이던지요...

어른들 모시고 오면 좋은 장소라서 보기에 참 흐믓하고 부러웠답니다.

저희는 양쪽 모두 돌아가시고 안계시니 그저 마음 한 구석이 뻐근했는데

우리는 아직 딸이 어려서 스스로 자축하자는 말로  한참 웃었지요.

지금 천냥 하우스에서 산것같은 그 지압봉인지 안마봉인지를

남편은 몇시간째 두드리고 앉아 있네요 

딸랑구는 흐믓하고 좋아서 코를 발름거리며 '아빠, 시원해요?'

묻고 또 묻고...

저러다 멍들겠어요.

당분간 남편의 손에서 이 효심가득담긴 물건이 떠날날이 없겠지요?

아참, 가장 중요한 우리 딸랑구의 멘트를 잊었네요.

'제가 고등학생이 되어서 이제 바빠져 아빠 등 두드려드릴 시간이

없어서 이걸 선물로 골랐어요.'

기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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