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으쌰으쌰

꿈낭구 2019. 12. 21. 23:00


아고고...

요놈의 정신머리를 워쨔얄랑가 몰긋다.

재작년에 여행중 남푠이 체코에서 사준 털모자.

춘삼월에 눈발이 날리던 이상기온으로

이 털모자가 여행지에서 얼마나 요긴하게 쓰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여행 다녀와서 철지난 물건이니 잘 둔다고 둔것이

작년 겨울에 아무리 찾아도 행방이 묘연해서

결국...쟉년 겨울에는 찾다 찾다 털모자타령만 허다가

그렇게 이 털모자 없이 겨울을 보냈었다.

그러다가 불과 두어 달 전.

퇴원후 조금 회복되어 여름살이를 들여놓으려고 정리를 하던중에

이 털모자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던지...

때아닌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찾았다고 좋아했드랬는디

날씨가 추워져서 겨우살이를 꺼내다 문득

그토록 애를 태우던 이 털모자가 떠올랐다.


글쎄...분명히 그때 어딘가에 잘 둔것 같은데

아무리 있을만한 곳을 다 찾아도 사라지고 없어서

애를 태우던 중에

주말에 작심을 하고 온 집안을 샅샅이 뒤져보기로 했다.

남푠헌티 지청구꺼징 들어가믄서 도움의 손길을 동원해서뤼

옷장 속 상자는 물론 가방까지

드레스룸 구석구석은 물론이거니와

서랍이란 서랍을 다 찾아도 없다.

함께 찾아보겠다며 협조적이던 남푠은 포기하고

혼자서 운동삼아 시내까지 다이어리를 사러 다녀온다고 하더니

작년것과 똑같은 다이어리로 사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돌아왔다.


그만 지쳐가던 참에

드레스룸 수납장 선반의 작은 상자 안에서 이 털모자를 찾아냈다.

세상에나...상자에는 얌전히 '체코털모자'라는 라벨까지 붙여진 상태였다.

아니...몇 번이나 분명히 그곳도 열어보고 또 찾아봤었는데도

어찌하여 그때는 이게 눈에 띄지 않았을끄나...

넘 한심허기도 하다가

반갑고 기쁘기도 해서

이 털모자를 뒤집어쓰고 남푠을 향해

기쁨의 세레머니를...

이제는 절대로 잊어뿐지지 않을테야 하고서

눈에 들어오는 보면대 위에다 이렇게 걸쳐두었다.

ㅎㅎ보들보들 그 감촉이 얼마나 좋은지

너무 신이 나서 그냥 집에서도 요걸 뒤집어쓰고 있을까부다.

 말이 잘 통하지 않던 체코의 골목 어드메의 나이 지긋허신 가게 아주머니와

팽팽한 줄다리기로 가격흥정을 해서 겨우 쟁취한 추억의 애장품이다.

ㅎㅎㅎ 세 번째 체코여행은 언제쯤이 되려나?

남푠은 둘 중 하나를 먼저 선택하라기에

가계부 겸 두께나 종이의 재질이 익숙한 왼쪽의 것을 선택했다.

이제 얼마남지 않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해야겠다.

먼저 기념일들을 기록하고

중요한 나만의 비밀스런 정보도

오로지 나만 알아볼 수 있게 적어야지.


ㅋㅋㅋ그런데 또 바꾼 비밀번호를 이자뿐지믄 우짠다지?

내가 한때는 총기 하나는 끝내준다고 인정받던 사람였는디

학창시절엔 수업시간에 시를 외우는데 젤 먼저 손을 번쩍 들고

줄줄줄 외우던 선수였고

교회 청년부 시절에는 성경암송을 유창허니 허는 모습에

야무져 보여서 맘속으로 점을 찍었었노라던 남푠의 고백도 듣던 시절도 있었는디

수술 몇 차례 받고나서 그런건지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나이 들어가며 나타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증상이라지만

안 되긋다.

80 넘으신 어르신께서도 영어공부를 허시던디

나도 정신을 가다듬고서뤼 새해부턴 다시 무언가를 공부해얄까부다.

햄펀이나 꼼쀼따로 손끝만 튕기믄 세상의 모든 알짜배기 정보들이

와르르~~쏟아지는 세상이라

머리 쓸 일이 없어져서 퇴화하는것은 아닐까?

과연 나는 가까운 이들의 전화번호를 과연 몇 개나 외울 수 있나 적어봐야징.

으쌰으쌰~~~~~~~~~~~~~

ㅎㅎ새해 결심상품을 무얼로 정할것인가

생각이 많아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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