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여호와 이레

꿈낭구 2019. 12. 6. 23:00


갑자기 새로운 곳으로 인사발령이 나서
집 구하러 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일주일이 앞당겨져
어제 새벽에 출발해서 이사를 시켰네요.

첫발을 내딛어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계약만료일 전에 이사를 하게되어

  방이 나갈때까지 새로 이사한집 월세까지 양쪽을 부담해야 했었던지라

 이번에도 염려스러웠는데
집주인께서 다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인데

 발령나서 이사하는거니 충분히 이해하신다며 걱정말라셨어요.

그동안 편안히 잘 지낼 수 있었던것도 감사한데

 저희를 배려해주심에 너무 고마웠지요.

  요즘같이 삭막한 세상에 이처럼 참 따뜻한 마음에 감동이었습니다.

이삿짐 운반해주셨던 아저씨께서도

추운 날씨에도
어찌나 섬세하게 배려해주시던지요.

자식의 처소를 마련해주는 부모의 마음처럼
꼼꼼하게 살펴주시고 그렇게 따뜻할 수 없더이다.

수납장이 많아서 방이 좁아도 그다지 답답하지 않을듯...

기존의 작은 선반을 두 단 짜리 선반으로 바꾸어 주었어요.

오후에 새로운 거처로 퇴근할 아이를 위해
집에서 미리 준비해간 재료로
아이가 좋아하는 팥칼국수를 끓였지요.


이사하느라 냉장고를 비운 상태라

밑반찬도 준비하고 과일과 채소도 채워주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할테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단할텐데

늦잠이라도 자게 되면 요긴하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찰밥도 한 번 먹을만큼씩 포장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어요.

아이가 이전의 원룸 냉장고가 너무 작아서
좋아하는 수박도 맘놓고 못먹는다며

 제힘으로 새로 마련하고

혼자힘으로 베란다로 작은 냉장고를 옮겨놓구서

 사진을 찍어보내며

' 이제는 냉장고도 혼자 옮기는 씩씩한 사람이 되었답니다' 그랬던 ...ㅎㅎ
제 스스로 처음 마련한 냉장고를 어쩌지 못해서
결국 델꼬 와서 ㅋㅋ건조식품 저장고로
그릇 등등 수납용도로 정리를 해주니 안성맞춤 입니다.

집을 구하는것 부터 이사하기까지 여호와이레!

베란다 수납공간도 넉넉해서 좋네요.

이전 원룸에 비해 좁은 느낌인데 아이는 아늑해서 좋다네요.

 주변환경도 조용해서 좋고

창을 통해 밝은 햇살이 가득 들어와 따뜻해요.


늦은밤 아이를 낯선곳에 떨구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아이 유치원 캠프때

처음 떨어져 지낸 밤과
기숙사생활로 텅빈 아이방에서

 퇴근후 우두커니가 되어 허전한 마음에

 '남들은 군대도 보내는데 군대 보낸셈치지 뭐!' 하며

보고픔을 달래던 남푠의 모습도 지나가고...

대학입학해 처음으로 하숙집에

아이와 짐을 떨구고 돌아오며

내내 말 한 마디 없던 우리에게

 미리 예방주사 맞은거라며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던

 언니의 전화도 생각나고


머나먼 해외로 떠나보내며

겨우 스무살 딸아이와 작별하고

 공항에서 돌아오던 그 밤이 떠오르더라구요.
그때 아이는 너무나 씩씩해서 물 만난 고기 같았지요.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혼자서 집을 구하고

외로움을 견디어 낸 덕분인지 단단해져서

 이젠 걱정 보다는 든든하고 대견하다는 마음인것이

  초기의 예방주사가 효과는 있구만요.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될테고

그리고...

또 언젠가는 이생에서의 마지막 작별도 하게 될테지요?


이제서야 돌아가신 부모님의 마음을 알것 같습니다.
순도 100% 짜리 사랑
이 세상에 가족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운 선물이 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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