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참새방앗간

꿈낭구 2019. 11. 24. 18:24


남푠이 안 하던 살림을 두 달이 넘게 허믄서

급기야 탈이 났어요.

주부의 일상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걸 실감했다네요.

등쪽 어느 부위의 통증이 심해져서

요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입니다.

치료 받고 돌아오는 길에

항상 발길을 붙드는 곳이 있어요.

가래떡 좋아하는 남푠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이렇게 사서 식을까봐 품고 왔더이다.

못말려유. 좌우지간...

냉동실에 가래떡이 떨어지믄

양식 떨어진것 맹키로 맴이 그런갑디당.ㅎㅎ

돌아오자마자 도라지조청을 곁들여서

의기양양~~거실로 들고 들어오는데

만면에 행복이 가득~~~넘실넘실~~~~~!!

 울딸랑구 역시 가래떡 대장이랑게여.

저는 가래떡 보다는 말랑말랑헌 인절미가 더 맛있는딩...

절반만 먹고 절반은 남겨서 내일 딸랑구 만나믄 전해줄라구요.ㅎㅎ

주말 아침.

서둘러 길을 뜰 준비를 하는데

딸랑구가 다음달에 새로운 곳으로 발령이 나서

원룸을 구하기 위해 그곳에서 아이와 만나기로 했거든요.

김장을 했으니 김장김치도 맛보게 해주고 싶고

한창 사이다맛 나게 잘 익은 석박지도 가져다 주고 싶고

사과랑 파프리카랑 이것저것 챙겨넣다 보니

시간이 빠듯했구만요.


몇 곳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원룸을 계약하고

직장까지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길도 익힐겸 차로 다녀오는데

아이는 자못 들뜬 모양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나고

이전 보다 더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다리가 불편한 엄마를 배려해서인지

점심으로 맛난거 사준다는데도

굳이 근처의 우리밀 바지락칼국수를 먹고 싶대여.

담백하고 시원하면서 우리밀 특유의 쫄깃함이 퍽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나중에 다시 와서 먹고 싶다며 1인분도 시킬 수 있느냐고 묻는것이...

모처럼 울 세 식구가 머리를 맞대고 맛난 점심을 먹었네요.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날씨가 추울줄 알고 아이스박스에 냉매도 없이 넣은 김치랑 석박지가

마음 쓰이는데

주말 오후이니 근처 지형지물도 익힐겸 좀 더 둘러보고 돌아가겠다네여.

원룸이지만 한적하고 조용한게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겨우 21살에 머나먼 길 혼자서 유학떠나 보내던 그때가 생각난다고...

우리의 걱정과 염려 대신

딸랑구는 물 만난 고기처럼 공항에서 작별하는데 어찌나 씩씩하던지...

커다란 이민가방을 끌고 것도 직항도 아닌 경유지를 거쳐야 하는 아이가

내내 걱정이었는데 마음이 놓였지요.

혼자 잘 도착하여 집까지 알아보고 숙소를 정한 아이니

이제는 혼자서 이삿짐 꾸리고

이사해서 정리하는것 까지

스스로 알아서 다 해낸다 했으니 마음 내려놓자네여.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면 힘이 들텐데

하필 그 기간에 친정의 가족여행이 계획되어 있어서

도움을 줄 수 없음이 마음에 걸렸던지

꿈에 아이를 잃어 목놓아 울다가

남푠이 놀라서 깨우는 바람에 정신이 들었다우.

대여섯 살쯤 되었을까요?

오후쯤에 밖에서 놀다온다고 나갔는데

어둑해지도록 돌아오지 않아서 찾으러 다니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는데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아무리 목 놓아 불러도 찾을 수 없어서

얼마나 애가 탔던지 꿈에서 깨어나서도 한동안 울었다니까요.

휴우~~!!

꿈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언제나 처럼 맑고 쾌청한 음성의 딸랑구와 통화하면서

아이는 왜 엄마는 그런 꿈을 꾸고 그러냐믄서 놀립니다.

야 인석아! 너도 새끼 낳고 키워봐라.

엄마의 마음을 그제서야 알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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