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오늘은 시댁에 다녀왔어요.

꿈낭구 2020. 1. 21. 20:35

오늘은 병원에 가는 날.

아침 일찍 접수하러 갔는데

7시 부터 접수하는데도 9시 진료시작인데

벌써부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더래여.

명절 연휴도 끼고 해서 그런지 서둘러 제가 병원에 갔을때는

벌써 50여 명이 대기자 명단에 있더라구요.

물리치료까지 받고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이제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면 될것 같다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서는데

보석같은 빨간 열매가 떨어져있어서 보니 산수유열매가

꽃이 핀듯 넘 예쁘개 매달려 있더라구요.

그동안 이곳을 수없이 지나갔는데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가 봅니다.ㅎㅎ

 울 작은형님께서 남푠과 딸랑구가 좋아하는 가래떡을 빼는 날이라고

뜨끈뜨끈헐때 맛나게 먹고 말랑할때 가져가라고 오늘 점심에 다녀가라셨어요.

안 그래도 설명절도 있고 해서 미리 다녀오려던 참였거든요.

몸이 불편하니 혼자 집에서 기다리면

방앗간에서 떡을 가져오신다며 형님과 남푠은

사이좋게 집을 나서기에 위에서 내려다보니

차로 실어오시려나 봅니다.ㅎㅎ

높은 층이라서 저 멀리 산이 한눈에 보입니다.

혼자 심심해서 울형님 가꾸시는 베란다 화초들을 둘러보는데

꽃이 피었어요.

울형님이 자랑하시던 샐러리가 파릇파릇 아주 이쁘게 자라고 있네요.

게발선인장꽃이 활짝 피면 이렇게나 화려하다는걸 처음 알았어요.

몽실몽실 귀여운 선인장들도

도심의 아파트 마냥 위로 위로 자랐네요.

요것은 알로에 같은데 작은 가시가 어찌나 귀엽게 생겼던지요.

게발선인장이 이렇게나 예쁘다니요.

울집 게발선인장은 꽃망울도 안 생겼는뎅...

울형님네 베란다는 하루종일 햇볕이 들어서

온실속의 화초들 처럼 아주 무성하게 잘 자라고 있네요.

이 선인장 가시를 보니

어렸을적 생각이 납니다.

겨울이면 월동이 불가능한 화초들이며

구근들과 함께 각종 선인장들도 방으로 데려왔는데

선인장은 가시 때문에 위험해서 그랬던지

책상 밑에 올망졸망 자리를 잡게 되었지요.

공부하다 깜빡 졸다가 모르고 다리를 쭈욱 뻗다가

앗 따가워라~!

잠이 홀라당 깨서 가시를 빼내던 끔찍한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저는 선인장 종류는 아예 집에 들이지 않았었거덩요.ㅠㅠ

그런데 오늘 이렇게 보니 귀엽고 예쁘기도 하네요.

24시간만 핀다는 선인장 꽃이 그렇게 예쁘대도

저는 어린 마음에 무섭기만 했었다니깐요.ㅎㅎ

샐러리에 군침을 삼키던 중

형님과 남푠이 떡 상자를 들고 돌아오셨네여.ㅎㅎ

형님네 떡은 굳으면 떡국떡으로  썰어서 가져오신다며

먼저 가래떡으로 말랑말랑할때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가져다 넣어두고 먹으라십니다.

셋이서 힘을 합하여

한 사람은 랩을 펼치고

울형님은 떡을 키를 맞춰 랩 위에 올려놓으시고

남푠은 랩을 감싸는 환상적인 호흡으루다...


그 와중에도 떡은 입으로 쉴새없이 들어갑니당.ㅎㅎ

형님께서 지난 가을에 햅쌀도 주셨는데

해마다 이렇게 가래떡을 뽑아서 주시면서

좋아하는 남푠의 모습만 봐도 흐믓하시다며

젤루 좋은 쌀로 해마다 이렇게 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대여.

인정 넘치는 울형님과 입이 귀에 걸려 줄곧 신바람이 난 남푠의 모습을 보는것 만으로도

저는 어찌나 행복하던지요.


형님은 아침을 늦게 드셨다며

우리를 위해 일부러 뜨신 밥 먹인다고 밥을 새로 지으시고

울형님 알아주는 고들배기김치랑

아삭아삭한 무김치에

반찬을 이것저것 꺼내놓으시는데

올 김장김치가 너무 싱거워서 실패한거 같다는데

제 입맛에는 정말 맛있어서

고만...속이 안 좋아서 그동안 미음과 죽만 먹던 제가

형님께서 갓 지으신 밥에 이 김치를 올려서 하도 맛나게 먹으니까

못말리는 울형님 또 이렇게 김치를 싸주십니다.

드리는 것 보다 항상 넘치게 받기만 하니

늘 고맙고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제 큰형님댁을 향해 달려갑니다.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하니

남푠은 차속에서 가래떡을 먹으며 신바람이 났어요.

변산반도를 좀더 가까이 즐기기 위해

구 도로로 내려왔어요.

저만치 새만금도 보입니다.

낙조가 아름다운 이곳을

우리는 참 많이도 찾았었지요.


형님댁에 항상 당일로 다녀오다보니

주로 주말이나 휴일 오전에 일찍 이곳을 지나게 되면

늘 썰물일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점심 자나서 출발해서 밀물인가봐요.

점심 전이었음 울형님 좋아하시는 바지락죽을 사드리면 좋을텐데...

이젠 형님께서 편찮으시니

형님 모시고 맛난거 사드리고

함께 드라이브를 하던 추억들이 새록새록 생각나서

마음이 많이 안타까워요.

겨울바다 답지 않게 잔잔하네요.

지난 가을 형님댁에 갔을때만해도

형님께서 이것저것 챙겨주신다고

거동을 하셨었는데

그때 이 이상스런 호박을 보고 놀라서 웃고 떠들며

사진을 찍었던 생각이 났어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꼭지는 누웠다 떨어지고

건들기만 해도 무너져 내릴것만 같은 형상으로 있네요.

큰형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간가는줄도 모르다가

차가 붐비기 전에 나서얀다고 서둘러 작별을 하고 돌아오는 길

갑자기 새떼들이 날아드네요.




철새들의 군무가 장관입니다.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듯...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런 멋진 광경에 창문을 열고 달려보기도 했어요.

얼마를 달리다 보니

아니...요것은...

꺼다란 까마귀떼들이 전깃불에 새까맣게 앉아있네요.

징그럽고 무서울 정도로 많아요.

크기도 꽤 커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지평선을 볼 수 있는 이곳에는 까마귀들의 먹이가 풍성한 모양이지요?

암튼 진저리치게 많은 까마귀들의 쉼터로 변한 전깃줄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나 좀 걱정이 되기도 하더라구요.

집에 돌아오니 하루 해가 다 지나갔어요.

먼 길 다녀오느라 몸은 고단한데도

마음은 뿌듯하고 행복했던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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