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오늘은 각자 따로 놀기

꿈낭구 2020. 1. 8. 23:00


연일 비가 내리는 날씨인데다

온통 희뿌연 게 지루해지는 느낌입니다.

어쩌다 운치있게 내리는 비는

누구보다도 환영하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매력없이 계속되는 회색빛 날씨는 에잉~!


마침 울아파트에서 가장 가깝게 지내다가 이사해서

자주 만날 수 없던 절친 이웃에게서 데이트 신청이 왔쓰요.

안 그래도 수다 떤지도 한참이 된 그녀 생각을 하던 참였는데...

오늘 거한 즘심을 대접 받았네요.

샐러드와 곁들여져 나온 감자크로켓을 소스에 찍어 먹으니

아주 맛있어요.

크림파스타가 빵 속에 담겨져 나오는 빠네.

요것은 이곳에서 항상 즐겨먹던 메뉴라서 주문했는데

오늘은 크림이 많이 들어갔는지

식성이 바뀌었는지

감자 크로켓을 먹고 난 후에 먹어서 그런지

좀 느끼한듯...

글두 맛있게 먹었는데 넘 배불러서 가장자리 빵은 그대로 남았네요.

고르곤졸라피자.

세트메뉴로 시켰더니만 요리들이 한꺼번에 나오니

아무래도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수 없겠더라구요.

화덕에서 꺼내자 마자 먹어야 최상의 식감일텐데...

이야기꽃을 피우다보니 요것도 둘이서 절반만 먹었네요.

그래서 음식이 너무 많이 남아서 그런지 포장을 해주더라구요.

ㅎㅎ아무래도 울 둘이서 먹기엔 너무나 많은 양을 시켰나봐요.

곁들여 나온 커피와 함께

오랜 시간 함께 그간의 여러가지 근황들을 서로 나누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사실 오늘은 각자 따로 놀기로 했거든요.

남푠은 오랜 친구와 점심약속이 있었고

저는 저대로 이렇게 서로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지내는

허물없는 오랜 이웃 절친과의 데이트니

그대로 헤어지기 아쉬워서 찻집을 찾았답니다.

다자녀를 둔 그녀의 일상을 오래 지켜본 이웃으로서

달랑 외동인 딸랑구 하나인 제가 느끼는 감정은

부 럽 다~~!!!

아이들 어릴적에 그녀의 집에 가면

아이들이 서로 먹겠다며

그녀가 먹음직하게 부쳐 내온 김치전이며 간식들을

머리를 맞대고 그렇게도 맛있게 먹던 모습들이

귀엽기도 하고 부러웠었지요.

울딸랑구는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주면

'네. 거기 놔두세요. 좀 이따 먹을게요' 그랬거든요.

누가 뺏어먹을 사람도 없으니

한 입이라도 더 먹겠다고 머리 들이밀 일이 있을턱 있었어야죠.

그렇게 참 좋은 이웃으로 가까이서 지내다가

이사를 가는 바람에 아이들 커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없다가

이제 결혼을 앞두고 있다며 청첩장을 내미는데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나 지났구나 싶고

정말이지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싶더이다.

그녀가 가끔씩 기분전환겸 남푠과

때로는 이제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서

멋진 꿈을 향해 비상하게 된 막내 아들과

이곳을 찾았었다며 데려온 찻집입니다.

이 테이블과 의자가 참 맘에 드네요.

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이곳 카페는

어느새 어둠이 조금씩 내리고 있습니다.

실내장식 하나하나까지

세심한 손길이 느껴집니다.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테이블들도 좋았구요

ㅎㅎ이 의자 넘 정감이 넘쳐요.

어린시절의 추억을 끌어내주는 느낌이랄까요?

비오는 평일 오후라서 마침 손님이 뜸해

이 공간은 우리 둘만이 오롯이 누릴 수 있어 좋았습니다.

창밖으로 안개비 처럼 내리는 비도 감상할 수 있고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한껏 젖어들 수 있었네요.

벽에 걸린 작품들을 감상하는 즐거움까지 덤입니다.

작품 한 점 한 점이

한결같이 상상력을 끌어내는듯한...

갤러리 겸 차와 음악과

아름답고 고즈넉한 풍경까지 어우러진 이곳에서의 시간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갑니다.

그림들을 마주하고

비 내리는 창밖 풍경을 즐기며

우린 그렇게 둘만의 오붓한 시간들을 즐겼습니다.

그녀는 이곳으로 이사와서 아는 이 없던 그 시절

유일한 마음의 벗이었지요.

그 당시 그녀는 막내의 육아에 발이 묶여있던 시기였구요.

그래서 가끔 제가 운전하고 기분전환 겸 가까운 나들이를 하노라면

얼마나 즐거워하던지...

그러다가 제가 아파서 정말 외롭고 힘든 싸움을 하고 있던 시기에

그녀는 수시로 맛있는 음식들을 만들어서 들고 올라오기도 했고

아침마다 오늘은 저를 위해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하면서 기도를 했다면서

힘과 용기를 주는 성경말씀을 출력해서 가져와

위로를 해주곤 하던 정말이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믿음의 벗이랍니다.

누가 뭐래도 그녀와 나 사이는

순도 99% 짜리 사랑쯤이 아닐까요? ㅎㅎ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해주며

진심으로 아픔을 위로하며  이해해주는...

그런 그녀에게 이제 새로운 가족이 생긴답니다.

반듯하게 잘 자란 따뜻한 마음인 사윗감이라니

정말이지 올해는 그녀에게 축복이 가득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널리 전하는 이웃이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지고

시간은 속절없이 마구 달려갑니다.

도자기를 빚는 그녀에게는

이 익살스런 작품도 예사롭지 않은가 봅니다.

뜨거운 쌍화차가

구운 가래떡과 조청과 약과를 곁들여 나왔습니다.

쉬 식지 않는 오래 달궈진 이 찻잔처럼

우리의 우정도 세월이 지남에 따라 뭉근히 달구어져서

변함없이 이어지기를...

보약과 같은 쌍화차 한 잔.

참 즐겁고 행복했던 나들이였네요.

이제 더 늦기 전에 일어나야 할 시간인데

곱게 수를 놓은 이 작품 앞에서

우리는 또 발걸음을 멈추고...

난 이것도 참 맘에 든다며

어린 시절 흔히 봐왔던 됫박앞에서

절로 미소를 짓고

참 밝고 따뜻한 느낌의 작품 앞에서

또 눈을 맞춥니다.

난 이것도 맘에 든다며...

많은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는 이 그림도

우리의 발걸음을 붙듭니다.

어둑해서야 집으로 돌아오니

찐허게 잘 놀다왔느냐며 남푠이 환한 웃음을 짓고 반기더이다.

각자 따로 놀기 얘기들로 깊어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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