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봄나들이

꿈낭구 2020. 2. 26. 20:00


남푠의 생일날 아침.

다른때 같으면 생일 전야제 부터 시작해서

나름 신경을 써서 생일을 준비했을텐데

아직은 자유롭지 못한 무릎때문에

장시간 서있는게 힘들어서

겨우 요렇게 소박헌 생일상을 차리게 되얏네요.

한우양지를 미리 꺼내놓는다고 꺼내둔게

양지가 아닌 한우다짐육이었지 뭐유.ㅠㅠ

그랴서 어린 아이나 치아가 부실헌 어르신들이나 해당되는

한우 다짐육으로 멱국을 끓였구만요.

미역도 최상품으로 산모들에게 알려진 불려서 끓이는게 있었는데

어차피 양지가 아닌 다짐육이라서 바로 넣고 끓이는 미역을 이용했어요.

시금치무침, 느타리버섯볶음, 15약초 넣어 만든 돼지보쌈, 두부와 샐러드

그리고 양배추쌈을 김치와 함께 차렸습니다.

지난번 레드키위에 그닥 매력을 느끼지 못해서

이번에는 그린키위를 주문했는데

역시 키위는 그린키위가 맛있어요.

제주산 비트도 한 상자 샀긋다

날마다 샐러드를 먹을 수 있어서 신이 났어요.

오늘은 시국이 하도 무시무시혀서 시골집으로 봄나들이를 다녀왔네요.

자두나무에 벌써부터 이렇게 꽃망울이 다닥다닥...

냉이가 지천입네당.

ㅎㅎ간이의자 가져다놓고

햇살 등지고 앉아서 냉이캐기 삼매경.

돌나물이 파릇파릇 올라왔는데

그것좀 수확하는데 냥이들이 놀아달라고 성화입니다.

냥3이는 이래도 안 놀아줄거냐는듯

온갖 아양을 떨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는데

냉이만 캐고있으니 삐진 모냥입니다.ㅎㅎ

가지치기하는 남푠에게로 다가가서

두 발 사이로 냥2와 냥3이는 좌로 둘고 우로 돌믄서

치대고 비비고 꼬리로 툭툭 치며 장난을 걸고 있어요.

이렇게 꽃망울이 생기기 전에 미리 손을 썼어얀디

넘 늦었나보다며 작년처럼 자두 한 개도 제대로 못먹는건 아닐지

아쉬워하며 과감히 가지치기를 하고 있어요.

꽃망울이 경쟁하듯 다닥다닥 붙어서 잘라낸 가지들을

집으로 가져다 물에 꽂아두고 즐겨볼라구요.

수선화가 삐죽삐죽 열심히 올라오고 있고요

산수유는 금세라도 꽃송이를 활짝 펼칠 기세루다...

어머나...복수초가 어느새 이렇게 올라왔네여.

라일락이 있는 담장 아래 낙엽 사이로

환한 웃음을 짓고 이렇게나 어여삐 피어있어요.

황금술잔 같은 꽃송이가 수줍게 인사를 하네여.

여기저기 복수초의 인사에 발을 디디기 조심스러워요.

그 곁에서는 영춘화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네요.

영춘화에 왠 물방울일까여?

비가 내리거나 아침이슬 맺힐 시간도 아닌데...

암튼 수줍게 고개를 떨구고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참 이뿌요잉.

얘는 꽃자루가 길다란게 참 특이하지요?

상사화를 작년에 죄다 떠다 옮겨심었는데

남아있던 뿌리들이 있었던지 그 자리에 이렇게 연두빛 잎이 올라오고 있네요.

얘들은 아무래도 이 자리가 좋은가 봅니다.

옮겨심지 않고 그냥 이대로 여기에서 자라도록 해얄까봐요.

이상한 생명체를 발견했어요.

감나무 잘라낸 밑둥에서

버섯 같기도 하고 분이 잔뜩 난 곶감같은 형상을 하고

이 수상스런 생명체가 시선을 잡아끌어요.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살짝 건드려보는데 촉감이 여엉~~이상합니당.

그 때 갑자기 하늘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서 올려다 보니

까마귀떼가 시커멓게 몰려오네요.

비행훈련일까여?

방향전환을 이리저리로 하믄서

깍깍거리는데 어마무시헙네당.

그렇게 어지럼증이 나게 한참이나 곡예비행을 하더니

대장을 따라 일시에 시야에서 사라졌어요.

자두나무가 그 사이에 조금 단정해졌어요.

재작년에 아주 오래된 커다란 로즈마리가

안타깝게도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죽은지라

작년 늦가을에 이 로즈마리에 비닐옷을 입혀서 월동을 시켰드랬지요.

오늘은 비닐옷을 벗겨 맘껏 신선한 바람과 햇볕을 맛보게 되었다고

기지개를 켜고 있네요.

그 곁에 자리한 치자나무도 비닐옷을 벗겨주니

이제야 살판났다는듯 즐거워하는게 눈에 보이네요.

이렇게 이제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노라니

하루가 금세 지나갔어요.

간만의 시골집 나들이...

아직 할 일이 태산인데 너무 무리하면 안 되니까...

미니비닐하우스에서 월동한 채소들도

드디어 비닐을 걷어내니 맘껏 숨쉬기를 하고 있어요.

쪽파 한 웅큼, 어린 상추와 아욱과 근대가 파릇파릇 합니다.

이 정도면 우리 두 식구에게는 충분해요.

냉이가 비닐 속에서 웃자라서 상추 보다 더 씩씩하네여.

이것저것 수확하니 푸짐하구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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