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2020년의 우울한 봄

꿈낭구 2020. 3. 9. 18:30


노루귀가 어느새 고개를 들고

화사한 모습으로 봄인사를 청합니다.

솜털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수줍은듯...

여기저기 꽃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철쭉 아래 자리를 잡고 이렇게 방긋방긋 웃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요.

낙엽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한낮의 따사로운 봄햇살에 끄덩끄덩 졸고있는 냥1이.

월동을 위해 치자나무 아래에 왕겨를 깔아주었는데

그곳이 냥이들의 놀이터이자 휴식처가 되었네요.

작약이 빨갛게 올라오고 있는데

냥이들에게 밟히지나 않을까 조바심이 나네여.

할미꽃도 긴 겨울잠을 떨치고

바깥 세상 소식이 궁금한가 봅니다.

솜털이 보송보송~~

따뜻한 털옷을 마련하고 나왔으니

깜짝 추위쯤이야 문제가 없다는 듯...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가 현천마을에서 얻어다 심은 산수유도

이렇게 화사하게 봄인사를 하네요.

꿀벌들이 분주하게 꽃송이를 찾아듭니다.

활짝 꽃문을 열고 중매쟁이를 기다리는 꽃송이들

더 적극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모습인데

생김새와는 달리 향기가 없어서

더욱 적극적인가 봅니다.

곁에 있는 선인장류인 키다리에 기대어

보다 안정적인 위치를 선점한 꽃송이들도 있구요.

잎 사이사이로 차곡차곡 쌓인 낙엽들을 어찌해얄지...

가시 때문에 쉽지가 않으니

그냥 두고 볼 수밖에요.



전에 세들어 살던 이들이 이 향나무에 이렇게 몹쓸짓을 하였드랬지요.

이렇게나 커다란 못을 나무에 박고

무엇을 했을까...

태풍에 뿌리가 뽑혀 나무가 기울어진것을

그대로 방치해서 삐뚤어져 자란 불쌍한 향나무.

심은지 30년도 더 된 나무를

그동안 손질을 안 해서 키가 너무 커버려서

나무를 손질하기가 버겁다고 자르고 싶다는 남푠.

사다리에 올라도 전지하기가 어렵다고...

삐닥허니 자란 나무가 영 거슬렸던 모양입니다.

나는 어떻게든 그냥 자연스럽게 자라도록 두고 싶었는데

옥상에 올라가서 된장항아리 손 보는 사이에

남푠이 이렇게 향나무를 잘랐네요.

냥이들의 캣타워로 숨바꼭질 놀이터로

그동안 얼마나 신나게 놀았을텐데...

냥이들 보다 내가 더 마음이 아프고 섭섭했다는걸

남푠은 아는지 모르는지...

잘려나간 그루터기를 쓰다듬으며 그윽한 향기로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듯한

이 향나무 앞에서 할 말을 잊고 우두커니가 된 모습을 보고는

남푠은 이 그루터기에 멋진 의자를 만들어

쉼터로 선물하겠다는데

듣는둥 마는둥...그냥 마음이 참 아프더이다.

잘려나간 향나무 놀이터가 아쉬운지

냥3이의 표정도 어쩐지 슬퍼보입니다.

난 차라리 안 볼란다.

냥2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

놀이터를 잃은 냥이들의 상실감을

이렇게 표현하는것만 같습니다.

감나무 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는듯

냥3이는 여기 이러고 버티고 있구만요.

잘려나간 밑둥을 하염없이 바라보는것만 같네요.

냥2와 냥3이의 즐거운 놀이터를 어쩐다지요?

섭섭함을 어찌할 수 없어 그만 입을 굳게 닫아걸었네요.

한 켠에서는 장미도 부지런히 잎이 나오기 시작하네여.

꽃이 필 오월까지는 아직 멀었구만...

가시도 제법 야무지게 생겼구만요.

회양목이 꿀냄새 폴폴 풍기면서 꽃을 피웠네요.

꽃송이가 작아서 더 열심히 꽃을 피우는 모양입니다.

모란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고 있어요.

오월의 뜨락을 가장 화사하게 장식해줄

아주 오래된 모란입니다.

오래전 이곳에 터전을 마련하시고

노후에 지내시려고 온갖 과실수며

정원의 나무와 꽃들을 심고 가꾸셨던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

나무 하나 하나

옥상의 항아리 하나 하나가

내게는 다 애틋한 추억인데 말입니다.

오늘 몹시 울적한 마음이라우.

집에 돌아와 그냥 드러누웠습니다.

아마도 남푠은 이런 제 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을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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