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즐거운 상상

꿈낭구 2020. 3. 23. 16:43


오늘도 즐거운 봄나들이를 갔다.

주차장의 차소리만 들어도 야옹거리며

마중을 나오던 냥이들이 워째 대문을 열고

심지어는 현관문을 열 때까지 보이질 않는다.

집안을 뺑뺑 둘러보다가

작년 요맘때 단체로 불시에 붙잡혀가

수난을 겪었던 생각이 불현듯 나서

조바심이 났다.

집안을 뺑뺑 둘러보다가

ㅋㅋㅋ옆집 지붕위에서 자세를 잔뜩 낮추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는 냥2를 발견~!!

아니...저 높은데를 어떻게 올라갔단 말인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어쩔려고.

지붕위로 훨씬 높게 자란 옆집의 살구나무가 꽃을 흐드러지게 피웠는데

거기 새들이 찾아드니

아마도 냥2는 새사냥을 노리고 있었던듯...

옆집 지붕에는 홈통도 없는지라

미끄러지는 날에는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위험이 있구마는

그나저나 어찌 내려온담??

그제서야 나를 발견한 냥2는 반가움에 야옹대며

살구나무 가지에 사뿐 올라타더니

다람쥐 보다 더 민첩하게 가지 사이로 미끄럼을 타듯...

순식간에 내려와 담장위로 착지하더니

번개같이 내게로 달려왔다.

에효~! 이 말썽꾸러기를 어찌한담.

우습기도 하고 아찔해서 가슴 쓸어내리기도 했던 순간이다.

난쟁이똥자루 같던 땅딸이 히야신스가

순간 꽃대를 쑤욱 올리나 싶더니

사흘만에 찾아간 우리에게 이렇게 화사한 봄인사를 전한다.

그나저나 수선화랑 아직 꽃대가 올라오지 않은 히야신스까지 다 피는 날에는

이 구역은 달콤한 향기로 우리의 야외 티타임에 있어서

핫플레이스가 될것인디

요즘들어 뚱실뚱실 피둥피둥헌 냥이들이

행여 이 구역을 넘나들며 말썽을 피울까봐 염려스럽다.

누워서 뒹굴대기 좋아하는 월동용 왕겨를 조심스레 긁어서

다른곳으로 옮겨주었다.

진달래도 고운 꽃망울을 매달고

앞다투어 햇빛사냥중이다.

오호~!

요것이 뭐이당가?

공조팝나무 밑둥치에 이렇게 희한한 버섯같은 형상의 생명체가...

죽은 나무 둥치에서 흔히 보던 그런 버섯하고는

약간 다른 모습이다.

혹여나 싶어서 얼른 공조팝나무가 죽은게 아닐까 싶어서

가지끝을 보니 초록초록 연초록 빛깔로 새잎이 꼬물꼬물 올라오고 있어

다행이다~!

도대체 넌 누구냐?

나름 생명을 키워내기 위해

이 봄날 무던히 애를 쓰는 모습이구마는...

소나무 가족이렷다.

목단이 수줍게 꽃망울을 내밀었다.

울집 매화는 연한 핑크빛으로 만발했다.

벌들이 붕붕거리던 아름드리 커다란

어린 시절 고향집의 매실나무에서도

요맘때믄 항상

이렇듯 핑크빛 매화가 봄이면 온동네를 눈부시게 했드랬지.

이 매실나무도 지난해 강전정을 해서

키를 낮춰보기로 했더니

얘들이 위태롭다 여겼던지

가지 끝까지 열심히 꽃송이를 매달고 피어났다.

이렇게 열심히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읽는 순간

갑자기 미안해졌다.

자연스럽게 그냥 놔두는게 옳지 않았을까?

양지바른 울타리 밑에서

이렇게 피어나서

우리 어린시절 소꿉놀이 할 때 요긴하게 쓰였던 머위다.

무수한 꽃들이 씨방에서

세상을 향해 힘찬 생명력을 발산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것 하나 이쁘고 사랑스럽지 않은게 없다.

생명있는 것들의 아름다움이란...

황금열쇠를 주렁주렁 매달고 피어난 노란민들레.

아이들과 수업할때 이 민들레 꽃을

루페를 통해 바라보며 놀라워하던 모습들이 생각난다.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야말로 생명력에 있어서는 가히 손꼽히는 끈질김을 장착한

민들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민들레 뿌리는 너무 깊은데다

민들레 홀씨의 번식력 또한 추종을 불허하니

잠깐 사이면 화단이고 텃밭이고

모두 이 민들레에 저당잡히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추희자두라며

남푠이 양지바른 언덕에 심어준 자두나무가

이렇게 다글다글한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자두가 생각보다 키우기 힘들다는 사실을

작년에 알게 되었다.

이렇게 꽃이 많이 피어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도

결국 약을 하지 않으면

하나도 제대로 된 자두를 얻기 힘들다는 사실을...

꽃피기 전에 미리 살충제라도 살짝 했더라면

올해엔 자두 몇 개라도 얻을 수 있지않을까 했었는데

올해도 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러니 이렇게 어여쁜 자두꽃을 즐기는것만으로 만족을 해야될듯...

자두꽃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모습을 행여 들킬세라...ㅋㅋ

오메낭~!

앵두나무 아래 양지바른 곳에서 어느새 딸기가 꽃을 피웠더냐?

얼씨구~~요넘은 벌써 딸기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네.

벌써 이미 중매쟁이 꿀벌요정이 다녀간 모양이다.

댠쟝햐고 중매쟁이를 기다리는 모습과

이미 시집간 딸기꽃이 사이좋게 나란히

납작 누워서 햇볕샤워를 즐기고 있다.

비닐하우스 출신 달기만하고 밍밍한 딸기와는 비교가 안 되는

새콤상콤달콤헌 야생의 딸기맛을 아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입안에 신물이 절로 고인다.

꼴깍~!!

사진 찍는 동안

내 입속은 군침으로 홍수가 났다.ㅎㅎㅎ

시금치와 상추와 아욱이

겨울을 이겨내고 이렇게 파릇파릇 자라나고 있다.

앗 깜딱이야~!!

하마트면 뒤로 나자빠질뿐 혔쟈녕~!!

외마디 비명에 야가 오히려 더 놀란듯

어기적 어기적 있는힘을 다해 달아나려고 하고 있다.

어쭈구리~!

뒤늦게서야 정신줄 붙잡으며 카메라를 들이대니

순간 방향전환을...

얼굴을 보여줄 수 읎다 그말이지?

고러타무는...내가 요러코롬...

얼씨구??

잽싸게 180도 회전을 허네그랴?

얼떨결에 세상밖으로 불려나와 어안이 벙벙해도

아직 졸린 눈은 공개헐 수 읎다는거 아녀?

그랴그랴...초상권은 지켜주마.

미안쿠나. 때이르게 잠을 깨워서뤼...

산골마을 산자락 울형님네 밭에다가 심었던 단감나무에서

지난 가을에 수확해온 무쟈게 그럴듯했던 단감이

비쥬얼은 갑인디

맛은 멍텅구리~!!

그랴서 모두 항아리에 때려넣고

식초나 만들자고 요렇게 해서 두었더니

조심스레 열어보니 시큼털털헌 향이 물씬...

낑낑대며 그늘진 서늘헌 곳으로 옮겨둬보기로 했다.

식초가 되려믄 초파리들이 있어얀단디

남푠의 정보력을 워디까장 믿어얄지...

암튼 그대로 슬그머니 덮어서 적당헌 장소나 물색혀봐얄판이다.

요즘 텃밭조경(?)에 심혈을 기울이는 남푠은

봄볕에 그실리믄 님도 몰라본단디

그도 아랑곳읎이 줄곧 뒷뜰의 텃밭에서 뚝딱뚝딱~!

매향 그득허니 일헐 맛도 나긴 허긋다.ㅎㅎ

채소 씨앗을 뿌렸는지

미니 비닐하우스꺼징 이케 씌워놓구서리

이쯤되믄 뭔가 새참이라도 준비혀얄듯...ㅎㅎ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제법 그럴싸허다.

탱자울타리 앞쪽에는

단감나무, 블루베리, 앵두나무,

그 아래 딸기밭

그리고는 자두나무와 대추나무

텃밭 1분단에는 보리새싹이 자라고 있고

그 앞족엔 블루베리와 미니사과

그 앞쪽 구역엔 사과나무와 체리세이지와 바질과 페퍼민트 구역.

2분단에는 작년에 먹고 남은 대파와 쪽파가 자라고 있다.

3분단에는 뽑아다 먹고 남은 시금치와

작년에 주렁주렁 열렸던 맛있는 미니사과가 제법 많이 자랐다.

아참~!! 보이지 않는 0분단 구역이 있었넹.

그곳에는 아스파라가스가 머지않아 올라올것이다.

그 근처에 달래와 고들빼기와 부추가 자라고...

옆집 살구나무는 우리집 옥상에서 바라봐도 이렇게나 키가 크다.

손보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해마다 담장 너머로 살구들이 떨어지는 바람에

울집 지붕 홈통이 막히고 옥상의 홈통이 막혀 애를 먹고 있다.

그것까진 그런대로 견딜만 한데

여름철에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들이 온통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울집까지 피해가 심각해서

기회를 보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서

관리를 부탁해볼 생각이다.

옥상으로 올라오는 계단 밑으로 창고가 있는데

그 창고 앞 구역이 아로니아 세 그루가 있고

그 구역에 작년에 씨가 떨어져 엄청난 갓들을 죄다 뽑아내느라

고생이 많았는데 방풍나물도 번식력이 만만찮아서

조만간 담장 아래 구역으로 떠다 옮겨심어얄것 같다.

냥1이가 또 경계목을 런웨이 삼아 워킹을 하려는듯...ㅎㅎ

왜요?

좀 걸어보믄 안 되야요?

너 또 그 경계목 쓰러뜨리믄 혼날줄 알그라잉?

쥔장께오서 월매나 심들여서 조성을 혔능가 몰라서 그랴?

쪽파가 부지런히 커야 파김치를 담글낀디...

예전에 이곳에서 살적에

해마다 벚꽃피는 시즌에 파전을 부쳐먹으며

이곳에서 봄밤에 지인들과 작은음악회를 열었드랬다.

그때부터 이 구역은 쪽파구역이었는딩...

울집에 오면 누구나 앞치마를 입고

김밥을 말고 오징어를 손질하고

파전을 부치고 비빔밥을 만들어서

함께 식탁을 나누며 저녁이 되도록 놀았었다.

소쩍새 우는 저녁이 되면 그제서야 우리의 작은 음악회가 열렸었드랬는디...

울집 피아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유명피아니스트도 둘씩이나 있긋다

성악가가 셋이나 있긋다

뚜와리 와리와리~~ 화음을 거들 나머지 남정네들도 있으니

우리의 봄날밤 여흥은 늦도록 이어질밖에...

모두들 요맘때면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추억하겠지.

이제 교육도 어차피 끝났긋다

자연인으로 돌아와 이곳에서 다시 뿌리를 내려볼꺼낭?

은퇴후에 우리의 삶터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봄마다 여행을 다니느라 때를 놓쳐서 여태 계획을 세우지 못했었는데

요즘 심각하게 리모델링을 해서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이사를 해볼까 생각중이다.

아직도 밍기적거리는 남푠 때문에 글쎄다...

올해에도 그냥 이렇게 여름별궁으로 쓰이게 될지...

오후가 되면서 한층 향기가 짙어졌다.

이 작은 꽃송이에서 어떻게 이런 향기로 온 집안을 채울 수 있는지...

수선화까지 피어나면 꽃들의 합창이 아주 멋드러질게야.ㅎㅎ

들꽃조차 사랑스러운 전원생활을 오늘도 꿈꾸어본다.

집을 어떻게 리모델링할까?

가구배치는 어떻게 하지?

짐을 많이 정리해얄텐데...

함께 생활하게된 아이의 방은 어느쪽이 좋을까?

다락방을 좀더 멋지게 꾸며봐야징...

그나저나 먼저 견적을 받아봐얄텐데...

이곳에서 나고 자란 아이한테도 구석구석이 정겹고 좋은지

언제 이사할거냐며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거들고 있다.

수없는 집을 짓고 부수고...


울언니는 자기도 협조헐팅게로 방 하나 부탁헌다공...

ㅋㅋㅋ 이동식주택을 들일 정도로 커다란 특수차량이

이 진입로로 들어올 수만 있다면야

얼마든지 그것도 꿈꿔볼 수 있는뎅...

본체를 대충 손봐서 살림은 거기 두고

여름철용 편백 단칸방과

겨울철용 황토찜질방 한 칸씩 들여서

미니멀리즘의 생활을 해보구 싶당.

아...가마솥도 있어얀디.

나중에 울 손주 생기믄 태워줄 대문앞 단풍나무가 좋을까

뒷뜰의 매실나무가 좋을까...

즐거운 상상만으로도 충만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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