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즐거운 꽃놀이

꿈낭구 2020. 3. 20. 20:26


주말을 앞둔 금욜.

집안에만 갇혀 지내다가

날씨가 풀리면서 시골집 나들이가 가능해져서

날마다 좀이 쑤셔서 가게 됩니다.

울아파트의 핑크빛 동백이 정말 어여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어요.

눈이 부시게 흐드러진 백목련은 또 어떻구요.

이 목련은 토종이라서 꽃이 작아서 더 예뻐요.

이런 커다란 목련이 앞쪽으로도 더 있었는데

몇 년 전에 은행나무 자르면서 젤루 풍성했던 목련이 아깝게도...

아직은 그래도 세 그루나 있어서

예전의 흐드러진 백목련꽃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낭만 만큼은 못되어도

여전히 이른 봄 울아파트 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이 꽃을 볼때마다 복효근 시인의 시가 생각납니다.

아파트 입구쪽에 탐스럽게 해마다 피는 동백꽃은

얼마나 이쁘다구요.

붉은 동백과 흰동백은 봤어도

이런 핑크빛 동백은 흔치 않은것 같더라구요.

근데 다른 동백꽃과는 달리

핑크빛 동백은 꽃이 시들때가 쬐끔 미워요.

글두... 이쁜 절정기때 우리를 해피하게 해주니까

시들어가는 모습도 눈감아줘야긋지요?

이 동백꽃 씨를 받아다가 심어보구 싶어요.

울시골집에 왔더니 울아파트 보다는 좀 윗동네라고

이제서야 산당화가 꽃망울이 생겼어요.

앙다물고 있는 모습이 넘나 귀여워요.

올망졸망 꽃송이가 많이도 맺혔네요.

이 꽃들과 노는데 냥이들이 어찌나 비비대는지...

샘이 났을까여? ㅎㅎ

냉동실에 아껴두었던 보리굴비를 꺼내서 가져갔거덩요.

아무래도 아파트에서는 보리굴비 굽는게

냄새 때문에 보통 성가신게 아니라서요.

잔 가지들을 이용해서 불을 지펴서

쌀뜨물에 담가두었던 보리굴비를 호일로 감싸서 구워달랬더니

요렇게 구워졌네요.

요거 굽는 동안 온동네 냥이들이 담장위로 출동했다네여.ㅋㅋ

그만큼 냄새가 요란했다는거쥬?

그동안 밥을 짓고 묵은지로 김칫국을 끓이고

스팸을 구웠어요.

상자텃밭을 만든다고 오전 내내 씨름하던 남푠은

보리굴비에 식욕이 동하는 모냥입니당.

일회용 위생장갑을 끼고

보리굴비 살을 발라서 먹기좋게 뜯었어요.

녹차물에 밥 말아서 보리굴비를 먹어얀디

쫀득하고 개운한 맛이 좋아서 사람들이 즐긴다지만

저는 그래도 신선한 일반 굴비가 더 맛있어요.

글쎄...고추장굴비 정도라면 모를까...

점심 먹고 어슬렁 어슬렁

남푠 텃밭상자로 예술작품을 만드는데 감독이 있어얀다기에

뒷뜰로 나갔더니

오메낭~~!!

딸기꽃이 피었어요.

ㅎㅎ작년에 웜청 맛나게 딸기를 먹었는데

여름에 옮겨심기를 해주기로 했는데

제가 수술을 하는 바람에 때를 놓치고 말아서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꽃을 피운걸 보니

딸기를 주려나봐요.ㅎㅎ

앵두나무 아래 양지바른 언덕에 딱 한 송이 피어난 딸기꽃이

너무나 기특해서 냥이들이 뭉개지 못하도록

잘 지켜줘얄것 같아요.

아직 나비는 없고

벌들만 열심히 이 꽃 저 꽃을 날아들며

분주한 모습인데

얘한테도 다녀갔는지 모르겠네요.

종지꽃도 어느새 이렇게 활짝 피었네요.

이 종지꽃은 어찌나 번식력이 강한지

호랑가시나무와 모과나무 아래 구역을 완죤 점령했어요.

이 꽃을 따다가  화전도 부치고

꽃얼음을 만든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휘리릭 지났네요.

할미꽃이 꼬부랑꼬부랑 노래 불러줬더니만

요로케 꽃문을 열었어요.

꽃송이마다 제각각 표정들이 다 달라서

거의 땅에 무릎을 꿇고서 꽃들과 눈인사를 나눴어요.

하얀 솜털이 보송보송~~!!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따뜻한 할머니 품 처럼 느껴져요.

요즘엔 할미꽃 군락지에 몰지각한 사람들의 손길이 마구 뻗쳐서

보기 힘들어졌다고들 하던데

약초로 쓰인다하여 수난을 겪는 모양입니다.

울집 할미꽃은 파파할머니랍니다.

봄마다 캉캉나무 아래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며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봄 이렇게 찾아오거든요.

즐거운 꽃놀이로 시간 가는줄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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