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오월 하순의 나른한 별궁

꿈낭구 2020. 5. 28. 05:49

백정나무에 하얗고 자잘한 꽃들이 예쁘게 피어났다.

벌들이 꽃가루를 찾아 열심히 비행중이다.

꽃송이 여기저기를 들랑거리며

요란하게 붕붕대는 붕붕이들.

열심히 꽃가루를 물어나르느라 여념이 없다.

소문을 듣고 늦게서야 도착한 일벌은

이게 왠 횡재냐는듯 주변은 아랑곳하지 않고

분주하게 일만 하고있다.

아이의 짐을 보관중인 캐노피가 텃밭 한 켠에 세워져있는데

호시탐탐 비집고 들어가는 냥2 때문에

어미인 냥1이는 오늘도 이렇게 보초를 서는 모양이다.

요즘 공사중이라 낯선 사람들이 있어 그런지

처음에는 냥이들이 경계심이 많아진것 같더니

매일 먹이와 생수까지 챙겨주는 손길 덕분인지

공사중에도 거실이며 주방까지 낼름 들어와서

나와바리를 넓혀가고 있는 냥1이 때문에 어처구니가 없다.

뭐 누군 몰라서 그런가요?

주인님 아끼는 물건들이 잘 있나 살펴보려고 들어간것 뿐인데...

저두요 바람 솔솔 부는 꽃그늘 아래서 낮잠자는게 더 좋다구요.

체리세이지와 꽃양귀비가 사과나무와 체리나무 틈바구니에서

열심히 벌나비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여기에 보리지와 바질이 함께 어우러졌어야는데...

오엽송 아래에서 집에서 싸들고 온 점심을 먹는데

냥이들이 슬그머니 나타나서

무슨 맛난것을 먹나

우리 먹을것은 없나...

냥3이는 고개를 빼고 염탐중이다.

오잉?

이게 무슨 냄새지?

쥔님~!커피나 꼬깔콘은 흥미가 없답니다.

꽃그늘 아래서 잠자리도 잡아먹고

날아다니는 새도 호시탐탐 노리고

심지어는 벌도 발로 채간다니깐.

냥이들의 놀이터가 된 여름별궁의

초여름은 꽃과 새들로 천국이다.

냉3아 너 아까부터 왜 그렇게 목을 빼고 있는거야?

보는 내가 다 뒷목이 아프구만...

새로운 묘기라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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