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천변산책

꿈낭구 2020. 7. 16. 02:10

2020년 7월 15일 수요일

오늘은 여름별궁 공사가 하루 쉰다하여 

오늘 배송되는 에어컨과 인덕션 설치 때문에 다녀오려 했었는데

비가 내려서 하루나 이틀쯤 일정을 조정했다.

며칠째 계속 내린 장맛비로

언더패스가 통제되었다가 오늘은 강물의 수위가 낮아져

차량통행이 가능해졌다.

오전에 책을 보다가 남푠이 뚝딱뚝딱 우렁각시 마냥 만들어 온

국수로 점심식사를 거실에서 했다.

멸치육수에 감자와 애호박볶음과 고추를 넣고 메밀면을 말았다.

양념간장까지 만들어와 이렇게 둘이서 맛나게 먹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변의 산책로는 물론

언더패스까지 물에 잠기고 

다리 교각이 이렇게나 물에 잠겼었다.

잠깐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점심 먹고 요즘 계속되는 소화불량으로 속이 불편해서

운동 겸 걸어볼까하고 천변에 나왔더니

징검다리도 물에 잠겼고 물살이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천변을 휩쓸고 강물이 지나간 흔적이 이런데

어린 왜가리들이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로 살피고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길 양쪽에 화사하게 피었던 꽃들은 

속절없이 물에 잠겨 휑한 모습이다.

용케도 키가 큰 꽃들은 이 와중에도 다행히 무사하다.

흙탕물에 잠긴 나팔꽃이며 작은 풀꽃들 사이로 

물방울이 송글송글한 풀잎들의 모습이 어여쁘다.

저 멀리 모악산은 구름에 갇혀있는데

간만의 햇살이 따갑게 내리쬐어

비가 올지도 몰라서 들고 나갔던 우양산을 펴들고

더위를 피해 걷는데

사람들이 없어 마스크도 벗고

간만의 산책을 둘이서 즐길 수 있었다.

물에 젖은 원추리꽃이 애처롭다.

들싸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내려온 쓰레기 더미들이 엄청나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뿌리째로 뽑힌 것들도 많은데

그래도 이렇게 버티어낸 꽃이 애처롭다.

먹이를 찾느라 길목을 지키고 서있는 모습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처럼 간절해 보인다.

풀들도 꽃들도 누워버린 강물 위엔

새들만 분주하다.

강 하구 쪽으로 오니 아직 산책로에 물이 덜 빠져서

아무래도 나는 신발이 젖을것 같아서 이쯤에서 돌아서기로...

반환점까지 남푠 혼자 다녀오기로 하고

나는 천천히 혼자만의 시간을 나름대로 즐기며

걷기로 했다.

수많은 쓰레기들의 대부분이

스티로폼과 패트병들이다.

이런 일회용품을 자제해야 되는데...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환경보호를 위해 

실천해보리라 다짐을 해본다.

그토록 어여쁘던 기생초와 개망초꽃이

초토화되었다.

얼마나 물살이 거셌던지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여기저기 뽑혀져 드러누운 나무들이 안타깝다.

그래도 범람하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퇴적물이 쌓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모래톱 사이로

강물이 세차게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며느리배꼽이 물방울 밥상을 차렸다.

키작은 다닥냉이꽃이 사랑스러워서

한참을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놀다가

조금 데려와서 벌개미취 꽃병에 꽂았다.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귀엽고 이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우르릉 쾅쾅~~!!

다시 하늘이 시커멓게 구름에 휩싸이는가 싶더니

세찬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휴우~! 다행이다.

하마트면 물에 빠진 새앙쥐가 될 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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