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름별궁에서의 하루

꿈낭구 2020. 9. 2. 16:25

2020년 8월 31일 월요일

폭염경보가 발령된 도심을 탈출하여

여름별궁에서 하루를 보냈다.

갑작스런 소나기도 이곳에서는 나에게는 즐건 놀이터다.

텃밭의 캐노피를 철거하던 날 사온 모종을

태풍 지나고서야 심어서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항암배추다.

연 이틀이나 물을 주지 못해서 시들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슬을 먹고 견뎌냈는지 신통방통하다.

무우는 씨앗을 파종했는데

 

아주 이쁘게 싹이 올라오는 중이다.

아고고...이삔것들~!!

야들은 대체 무엇이다냐?

심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나 존재감을 팡팡 내뿜고 있는것이

하도 대견해서 일단은 그냥 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오늘은 그동안 엉망이 되어버린 텃밭의 잡초들을 제거하는데

힘을 보태기로 하여 쿨링타올을 장착하고

모기향을 좌우에 설치하고

커다란 우산을 펼쳐쓰고 

오늘 정한 구역을 깔끔허니 정리하기로 했다.

땀방울에 발등이 깨지게 생겼음에도

내 사랑하는 허브구역을 무단 침입헌 요것들을 뽑아내니

속이 다 시원했다.

바람불어서 여기저기 씨가 떨어져서 자란 고들빼기와

사과나무와 세이지까지 휘감고 뻗어가는 인디언감자를 잡아당겼더니

이렇게 엄지손 만한 인디언감자가 땅속에서 뿌리를 따라 올라왔다.

ㅎㅎ요거 씻어서 쪄먹어봐야징...

아주 오래전에 고창 청보리밭에 놀러갔다가

인디언감자를 맛보구서 밤처럼 포슬하며 맛이 좋아서

당시에 꽤 비쌌던 종자를 사다가 주말농장에 심었었는데

이렇게 넝쿨을 뻗으면서 자라는줄 몰랐었다.

지주냥반네 밭두렁꺼징 눈치도 없이 뻗어나가 휘감아 오르기에

처분을 허느라고 뽑아다가 쪄먹고 짠챙이를 버렸는데

그게 자란 모냥이다.

질긴 생명력에 감탄~!

남푠은 내내 무엇을 만드는지 망치소리가 요란한데

완성되기까지는 범접허지 말라기에

몰래 찍었다.ㅋㅋ

하늘이 심상찮더니 비가 몰아오기 시작한다.

오후 작업은 포기하고

거실에서 비내리는 뜰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는것도 좋다.

아침에 냉동실에 얼려두었던 대봉시 퓨레를

냉매 삼아서 아이스박스에 넣어갖고 왔는데

꺼내두었더니 먹기 좋게 녹았다.

예전에 가져다 놓은 찻잔 두 개가 캐노피의 짐 속에서 나와

궁색하게나마 손시려우니까 들고 먹기 편하게 여기에 담아서

남푠에게 새참으로 배달나갔다.

너무나 달고도 시원허니 맛있는거...

내가 가장 즐기는 여름날의 별미 간식이다.

ㅎㅎㅎ공사중 자투리 나무를 이용하여 데크 위에 신발덮개를 만들었단다.

어쭈구리~!!

날로날로 목공실력이 향상된다고 추임새를 넣어가믄서

칭찬을 했더니만 옥상 데크에도 하나 더 만들어 준단다.

안방 창을 통해 내려다보니

냥3이는 살금살금 또 무언가 사냥에 열중한 모습이다.

벌이며 잠자리까지 아주 민첩해서 사냥실력이 셋 중에서 가장 뛰어나다.

다시 빗방울이 굵어진다.

가냘픈 장미꽃잎이 구멍나면 어쩌나 싶게

억수로 쏟아지는 소낙비

꽃대가 휘어지게 무섭게 쏟아진다.

빗방울이 영롱한 보석같다.

핫립세이지가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요정으로 변신했다.

앞에는 핫립세이지를 심고

체리세이지는 뒷마당에 심었었는데

얘가 어찌하여 여기에 자리를 잡아나 모르겠다.

핫립세이지가 자라면서 흰 드레스와

핑크빛 드레스로 옷을 갈아입은 모양이다.

꽃을 찾아드는 벌 나비들의 중매로 

우리집 화단은 해마다 다른 꽃들을 만날 수 있다.

비에 흠뻑 젖은 벌개미취의 꽃술이 아슬아슬하다.

비가 그리도 억수같이 내리는 와중에도

찾아온 손님이 있었으니...

올해처럼 긴긴 장마에 곤충들도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는 모습이 놀랍다.

고상한 옷을 입은 파리도 열심이다.

아이방 창가에서 내려다보이는 보석같은 물방울...

수많은 보석들이 주렁주렁한 여름별궁에서의 하루가 너무 재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하늘의 구름이 가는 동안 멋진 변주를 하고 있다.

그제서야 울아파트 베란다 문을 활짝 열어두고 온게 생각났다.

힝~! 설마 빨래가 젖기까지야 했을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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