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시골집

여름별궁에서의 하루

꿈낭구 2020. 8. 27. 23:06

2020년 8월 27일 목요일

간밤의 태풍으로 인해 잠을 설친 아침.

그래도 다행이다. 큰 피해 없이 지나간게 ...

방충망이 밀려나 활짝 열리고

바람소리가 굉음에 가까우리만치 요란했던 지난 밤.

테이프로 고정을 시키고 베란다 문을 걸어잠그고

파수꾼을 자처하며 거실에서 뉴스을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

어느새 태풍이 호남지방을 지나 충남 보령쪽으로 북상중이란다.

오히려 태풍의 중심부에서 벗어나고난 후 바람이 요란하게 불어닥쳤다.

비도 예상보다 훨씬 덜 내려서 한숨 덜었다.

그렇게 잠을 설치고 그래도 공사중인 여름별궁의 상황이 궁금해서

아침에 서둘러 향하려는데

지난밤의 태풍의 흔적이 따라붙었다.

차창 앞유리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낙엽들이

지난밤 태풍에 떨어져서 달라붙은 모양이었다.

한참을 달려도 떨어지지 않고 따라나서겠단다.

그렇다면야...어디까지 동행을 할지 두고 보자꾸나.

대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오늘 공사를 하는줄 알았다.

지난밤 태풍이 요란했던지 무거운 화강암 돌로 

대문 안쪽과 바깥쪽을 다 막아두었었는데

그 무거운 돌덩이도 견뎌내지 못할만큼 위력이 거셌던 모양이다.

아직 잠금장치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신경이 쓰였는데

다행히도 별 이상은 없는듯...

햇볕이 좋아서 그동안 캐노피 속에서 여러 달을 방치되었던

물건들을 세탁하고 일광소독도 하느라 오전 내내 분주했다.

이 캠핑용 매트도 거실 앞 데크에 내다 널었더니

냥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냥1이와 냥3이의 하는짓이 

어린 시절 엄마가 이불 홑이불 빨아서 풀먹여 빨랫줄에 널어두면

달라붙은 홑이불 사이로 들어가서 놀다가 엄마한테 혼났던 생각이 나서

배시시 웃음이 났다.

뭐라고 야단칠 자격이 없으니 그냥 함께 

냥이들의 하는 놀이에 눈으로 동참하는걸로...ㅋㅋ

나는 이 빨간의자가 어쩐지 더 맘에 들어.

냥3이는 이 의자 아래에서 요리조리 포즈를 취하며

그늘을 즐기고 있다.

그 하는짓이 가당찮다는듯

눈을 지그시 감고 안 보는 척 하지만

가끔씩 실눈을 뜨고 언제쯤 저 자리를 차지할지

때를 기다리고 있는 냥1이.

냥이들의 새로운 놀이터가 된 앞쪽의 데크.

날이 좋아야지 오일스텐을 바른다는데

아직 젖어있는 상태라서 완전히 마를때까지는 

몇날을 더 기다려야될듯.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는데

간밤에 전기가 누전이 되었는지

개폐기가 작동을 하지 않아서

정전이 된 상태다.

오늘은 다른곳에서 공사중이니

내일 아침 일찍 전기 공사하셨던 기사님이 오셔서

아직 마무리 하지 못한 부분까지 하실 모양이다.

그래서 컵라면과 햇반을 가지고 온 우리는 점심을 꼼짝없이 굶게 생겼다.

마침 있던 부르스타에 기대를 걸었지만

부탄가스가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하여 남푠이 옆 마을 마트에서 가스를 사오기로 했는데

이렇게 여러가지 아수쿠름을 사갖구 왔다.

눈누난나~~~~!

비비빅은 남푠이

나는 콘을 먹을테양.

어? 물 끓이는 동안에 빨리 먹어얀다공...

딸랑구 가졌을때 무던히도 먹었던 메로나...

아~역시 마시따앗!

설레임은 녹아도 괜찮으니 아껴두공.

컵라면에 고구마순김치와 오이장아찌무침에 새콤달콤한 락교

그리고 고추와 쌈장.

이만허믄 아주 훌륭헌 한 끼 식사렷다.

점심 먹고 맛난 설레임도 먹었긋다

이제부터는 캐노피에서 나온 짐들을 정리할 시간이다.

이 박스 가득하게 어성초 말린것과 입욕제로 쓰일 어성초 

그리고 뽕잎차와 갖가지 말린 나물들이 한아름이다.

그 사이에 남푠은 시장에서 어제 사왔던 항암배추 모종도 심고

무우씨앗도 뿌리고

상추 모종도 심고 래디시도 파종하고...

캐노피가 철거되면서 이제서야 본격적인 올해 영농이 시작되었다.

내가 무척이나 사랑하며 아끼던 허브구역이

긴긴 공사로 인해 내박쳐져서 세이지가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을

창을 통해 내려다 보면서 올해엔 틀렸으니

내년봄에 다시 공들여서 멋지게 가꿔보리라 꿈을 꾼다.

오전 한나절에 땀으로 흠뻑 젖은 옷들을 세탁해서

햇볕 좋은 옥상 데크에 널어놓고 깨웃음이 자꾸 난다.

드디어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게 되얏고낭~!

아이의 원룸 살림살이들이 안방을 가득 차지하고 있어서

한쪽부터 정리를 하는 중인데

공사하시는 분들이 원래 여기 있던 살림살이들과

마구 섞어서 따로 분리하는게 큰 일거리였다.

 

짐을 최대한 줄여야한다.

아파트와는 여건이 다르니 창고에 보관할 수도 없는 짐들이라서

최대한 줄여봐야할 상황이다.

그 와중에 울엄마가 장 담그실때 쓰셨던 길다란 나무주걱이 눈에 들어왔다.

엄마 생각에 너무나 반가워서 일하다 말고

또 한참을 그리움에 젖어보고

아이의 의자를 우리의 벙커침대 속에 넣어보니 쏘옥 들어가고도

이렇게나 넉넉한 공간이 남는다.

향기로운 냄새가 나라고 여기에 이사올때까지 넣어둘까한다.

문제의 아이 냉장고가 다용도실로 옮겨졌다.

어찌됐든 이곳에 두고 아이 전용으로 쓰던지 해야할 터...

땀을 뻘뻘 흘리면서 박스들을 정리하고

아직 마무리가 덜된 상태라서 짐을 제자리에 놓을 수가 없다.

쓰레기통이 필요해서 아이의 짐 속에서 꺼냈더니

뚜껑부분이 이렇게 우글쭈글...

대체 이걸로 뭘 했기에 이 지경이 되었을까 했더니만

원룸에서 모기를 잡느라고 밟고 올라서서 이렇게 되얏단다.ㅋㅋㅋ

아래는 멀쩡해도 뚜껑이 하도 험허게 생겨서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으로나 써야할듯...

우선 아이의 전자렌지를 여기에 옮겨놓았더니

자그만헌게 넘 귀엽다.

아이 살림살이에서 나온 욕실매트

규조토라서 욕실 안쪽에다 이렇게 두고 사용하니 좋다.

하나 더 사서 변기 앞쪽에 놓으면 슬리퍼를 신지 않아도 될듯...

욕실수납장에 타올을 정리해두고

아이의 원룸이삿짐에서 온 화장지 한 묶음이 

통째로 다 들어간다.

수납공간이 여유롭지 못해서 이렇게 넣어두고 사용해얄듯.

여행용 커다란 캐리어에 가득 들어있던 새 타올들을 꺼내서

욕실수납장에 빼곡하게 넣었는데도 이렇게나 많이 남았다.

에효~! 

좋은 생각 1년 구독신청하면 사은품으로 보내오는 타올이 수없이 많다.

거의다 지인들을 위해 구독신청을 해준 것이라니

도대체 얼마나 많았는지 미루어 짐작이 간다.

그나저나 해도해도 끝이 없는 정리가 언제쯤이면 해결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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