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오래간만에 천변 걷기

꿈낭구 2020. 10. 15. 17:20

2020년 10월 15일 목요일

이사 후유증으로 허리가 고장난 남푠이

로봇이 되얏쓰요.

며칠전부터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게 좋겠다고 했지만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막상 여러 사람들이 드나드는 병원에 가는게

그리 내키지 않아서 며칠 푹 쉬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닌듯...

그래서 결국 어제부터 이사하기전에 다니던 한의원을 찾게 되얏쥬.

어제 특수헌 약침을 맞았다는데

오늘도 이어서 치료를 하는게 좋겠다하여

함께 동행을 했다우.

남푠 치료받는 동안에

오늘은 천변을 걷기로 했는데

햇살을 등지고 걷는 길은 아주 한가롭고 좋더구만요.

쑥부쟁이도 피었고

억새도 햇볕에 반짝이며 흔들리고

늘상 함께 걷던 길이었는데

수술하고부터 걷지 못하다가

어느정도 회복되어 걸으려니

잦은 물난리로 길이 물에 잠겨서 못 걷게 되었고

그러다가 이사오기 전에 

이 천변을 못걷게 되는게 가장 아쉬운지라

좀 걸어볼까 했더니

잦은 비로 퇴적물이 쌓이고

게다가 뱀도 출몰했다기에 아예 생각을 접기로 했었지요.

오늘은 한낮이라서 그런지 사람들도 없고

아주 한적해서 혼자서 걷기에 참 좋았지요.

사색하며 걷기에 안성맞춤. ㅎㅎ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는 물새들도 바라보고

우아한 자태를 담아보기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것도 좋더구만요.

집 가까이에 이런 길이 있다는게 얼마나 큰 즐거움이었나

새삼 느끼게 되었네요.

이십 년을 걸었으니 

계절이 바뀌며 달라지는 풍경들도 익숙하고

이 천변 주위에 새로 들어선 아파트들이며

빌딩들로 강바람이 가로막혀 

점점 더워지던 여름이며

물고기들이 떼지어 노닐고

물오리들이 군무를 선물하던 이곳이

많이 그립고 아쉬울것 같네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새로운 수중궁궐.

ㅎㅎ

아직은 이곳이 익숙해서

은행이나 병원이며 장보기까지

아무래도 이곳을 찾게 됩니다.

다행히 그리 집에서 멀지 않고

익숙한 곳이라서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구요.

아이가 다니던 학교도 있고

바람에 날리는 억새들의 군무에 마냥 황홀했던 추억들이며

징검다리 건너 강건너 천변으로 걷기도 하고

이른 아침에도

늦은 저녁에도

위험하지 않은 운동코스였는뎅...

우아한 자태로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어주네요.

한 시간이 금세 지났어요.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새로운 보금자리로 돌아왔어요.

나이 들어 삶의 터전을 옮긴다는게 참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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