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눈오는 날

꿈낭구 2021. 1. 19. 17:43

2021년 1월 18일 월요일

세상에나 세상에나 뭔 눈이 이케 온다요.

아침부터 눈을 쓸고 돌아서면 다시 소복소복... 

 

눈과의 사투를 벌이다 들어오니 점심때가 되얏네요. 

데크 눈만 치우는데도 기진맥진!

텃밭은 설원으로 바뀌었어요.

앵두나무에도 탱자울타리에도 눈꽃이 피었고

순식간에 설국으로 바뀌었어요.

살구나무도 무겁게 눈을 뒤집어쓰고

태양광 패널 위로 내린 눈은 살짝만 건드려도 쭈르르륵 미끄럼을 타네요.

솜이불을 펼쳐놓은것 같지요?

간장 항아리도 된장 항아리도

소금 단지도 눈을 잔뜩 뒤집어쓰고

말린 어성초며 뽕잎차랑 넣어둔 고무통도 

대봉시를 넣어둔 항아리도 온통 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요.

쓸어도 쓸어도 끝도 없이 내리는 눈은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쏟아질건지...

무겁게 보여 나무를 흔들어서 눈을 털어도

금세 또 이렇게 쌓입니다.

이 와중에 공사자재까지 널브러져 있어서 임시방편으로 비닐을 덮어두고

그 사이에 앞으로 돌아오니

또 이렇게 쌓였네요.

나 원 참~!!

남천은 허리가 휘도록 눈을 뒤집어썼어요.

 

냥이들의 거처 위로도 눈발이 날려서

판자를 가져다 막아주고

집 속으로 눈이 들어가지 못하게

뽁뽁이로 가려주고

ㅎㅎ스티로폼 박스로 단열시공도 해줬다우.

냥3이는 맛나게 식사중인데

욘석이 데크 위에 발자국을 찍어놓았네요.

이런 고냥이 발자국도 쓸어도 데크의 틈에 끼어서 잘 안 떨어져요.

대설주의보가 내려졌다해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눈이 올겨울 참 줄기차게도 내립니다.

습설이라 그냥 두면 너무 무거워져 치우기 힘들까봐

둘이서 땀을 뻘뻘 흘리믄서 
제설작업을 했구먼유.

옆쪽 데크를 쓸고 앞으로 돌아오면 금세 또 눈이 쌓여요.

눈송이가 동전만한 크기로 소리도 없이 퍼붓는데

에너지가 방전됐는지 어지럽네여.

 너무 기진맥진해서

달달한 사탕을 찾으러 들어왔지요.
남푠 당 떨어질까봐 사탕을 챙겨들고 막 나가려는데

 남푠이 거실로 막 들어서던 찰나 저를 보더니 박장대소를 하믄서
왠 더듬이를 달고 나오느냐능규.
그랴서 그게 무신 영문인줄 모르고
어안이 벙벙하던차에 제 모습을 찍어서 뵈야주는디 ㅍㅎㅎ

이 난데없는 모습에 남푠도 첨엔 깜놀혔다우.

함박눈을 치우려는데 딸랑구가 안 입어 내차지가 된 롱패딩은

이곳에서 빨래 널러 옥상에 올라가거나 제설작업용으로 입는데
눈을 치우다보믄 모자가 커서 자꾸 시야를 가려 여간 성가신게 아녀라.

그래서 사탕 가지러 들어왔다가 이 날개달린 썬캡이 안성맞춤여서
롱패딩 모자 고정용으로 쓰고 사탕을 찾느라 여기저기 뒤집던 중에

다용도실 세탁기 바닥의 세탁물을 꺼내는 용도로 걸어둔 집게가
하필 썬캡에 이렇게 걸렸던가봐요.

것도 모르고 김치냉장고 속에서 찾아낸 레몬캔디를 들고 의기양양해서
우리가 카프리섬에서 사온 레몬캔디를 찾아냈다고
남푠 입에 넣어주려는데 그렇게 웃는거였쓔.

아쿠야!
이 어처구니 없는 행색을 한 내모습 땜시
둘이서 배가 아프도록 웃었구만유.

갑자기 아내의 머리에 생긴 이 희한한 더듬이가 
월매나 황당혔긋어라.ㅋㅋ

아무리 부부지간이지만 쥐구멍이라도 있음 들어가고 싶었당게라.

 

팀장님의 작업용 사다리도 눈이 소복하고

눈꽃을 매단 정원의 나무들은 목화솜 같네요.

치자나무와 로즈마리는 지난 가을에

비닐로 감싸주어서 냉해를 입진 않을것 같은데

수시로 눈을 털어줘야해요.

나목위로 눈이 내려앉았다가 스르르르 미끄러지기도 합니다.

열심히 힘을 내서 쓸고 또 쓸었네요.

대문 앞에서 주차장까지의 길은 이미 눈이 산 만큼 쌓였네요.

마늘이랑 양파랑 무시래기 같은것을 걸어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드렸는데

비를 온전히 피하지 못할것 같은 깊이라서 

다시 손보기로 한 문제의 공간은 

이렇게 눈이 많이 내려서 언제쯤 완성이 될지 모르겠네요.

데크 위의 눈을 쓸어내리는게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미끄러워서 얼기 전에 쓸어내리는데

눈 치우는 삽이 너무 작다보니 효율적이지 못해서요.

전날 데크 작업을 하고 목재가 완전히 건조된 후에

오일스텐을 바르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봄이 되어서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항아리 위에 쌓인 눈이 이쁘다고

이렇게 남겨두었답니당.ㅎㅎ

오후에 눈사람 만들다가
폭설로 못올줄 알았던 도배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미완성으로 두고 들어왔었지요.

다음날 나가봤더니
ㅋㅋ이렇게 불쌍한 표정으로 바라보네요.
꼭 누가 일부러 이렇게 해놓은것 처럼요.
모자도 씌우고 목도리라도 해줄것을...

공사중인 심란한 집을 탈출
월욜 휴가내고 주말에 서울로 피신한 딸랑구
픽업하러 가는길에 드댜
남푠이 눈 치우는 이 도구를 사왔어요.
모터의 힘을 빌어 쌓인 눈을 날리는
제설도구를 장만해볼까 허구서뤼
검색을 하려던 참였는딩...
이젠 눈이 와도 덜 겁날것 같아요.
ㅎㅎ울집 제설도구가 여러 번 바뀌었어요.
첨엔 쓰레받이 있는 플라스틱 비에서
대빗자루로, 다시 플라스틱 눈삽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요렇게 생긴 신기헌 도구꺼정...망가지고 부러지고 깨진
제설도구를 죄다 내버려야긋어라.
눈아!
어디 올테믄 와부와라.
누가 이기나 보자꾸나.
ㅎㅎ오늘은 해가 쨍났네요.
기왕 사는김에 하나 더 사서
둘이서 시합을 허믄 좋을건디
쪼매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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