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소소한 일상

꿈낭구 2021. 1. 25. 15:38

2층 다락방의 출입문을 다는 공사를 해야해서

먼지 내려앉을까봐 아래로 데려왔어요.

먼지도 털어줄겸 빗자루 탄 마녀들도 데려오고

꽈배기 버들에 연밥을 꽂아서 장식을 했던 것들도

먼지를 피해 미리 가져다가 놓았는데

어차피 내려온 김에 욕실로 가져다가 헌칫솔로 먼지를 털어가며

물로 세척해서 하룻동안 햇볕에 말려서 다시 이렇게 도자기 화병에 꽂았어요.

맨 앞의 마녀는 머나먼 발틱의 에스토니아에서 데려온 마녀인데

주먹코가 익살스럽고 

추운 나라 답게 따뜻한 질감의 모자를 쓰고 

멋진 깃털까지 꽂은 은발의 마녀구요

앙다문 입술이 재미나지요.

아이들에게도 친근한 이미지의 마녀랍니다.

 

가운데 패셔너블한 마녀는 체코 프라하 출신인데

스프링으로 되어있어서 매달아두면 위아래로 흔들리는 모습이

하늘을 나는 마녀 처럼 실감나지요.

웃고 있는 모습이 정감있는 제가 젤루 좋아하는 마녀구요.

 

맨 뒤의 푸른 눈의 마녀는 조금 심술궂어 보이고 무뚝뚝한 마녀 같지요?

독일에서 데려온 마녀인데

직접 나무를 깎아서 만든 장인의 작품이라서

꽤 비싼 돈을 들여서 데려온 마녀랍니다.

이 마녀를 남푠과 여행중에 만나게 되었는데 

기꺼이 주머니를 열어 사준거라 애지중지 망가질까봐

뽁뽁이로 감싸서 뫼셔왔지요.

 

그런데 먼지를 털고 세심하게 손보다 보니까

맨 앞의 에스토니아 마녀와 

맨 뒤의 독일의 마녀가 탄 빗자루의 소재가 같더라구요.

크기만 다르지 소재가 같은게 신기했어요.

체코의 마녀는 가지런한 빗자루인데

이 두 마녀가 올라탄 빗자루는 힘있게 멀리 날 수 있는

성능 좋은 빗자루인가 봐요.ㅎㅎ

오후 햇살이 서재의 문에 그림자를 드리우네여.

아파트에 살 때에는 이런 그림자 놀이를 몰랐는데

이곳에서는 소소한 놀거리들이 많아서 재밌어요.

빨래 걷으러 옥상 데크에 올라갔다가

해 지는 저녁노을을 마주했지요.

어쩜 이렇게도 아름다울까요.

하늘의 구름들도 다채로워요.

빛깔도 모양도 다 제각각으로

멋진 작품을 매일같이 이렇게 우리에게 선물하네요.

이곳에서의 생활이 심심해서 어찌 견디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벗들이 있는데

몰라도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라니깐요.

이런 다채로운 놀이가 있는데

심심할 겨를이 있나요?

침실 창으로 보이는 오후 나절의 하늘을 보면

혼자 보는게 아까울 정도로 멋져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빛깔도 아주 조금씩 달라져요.

넘 신기하지 뭐유?

농도가 다른 하늘의 도화지는 보아도 보아도 질리지 않아요.

시간에 따라서 서성이는 창가가 달라져요.

아침에는 서재에서 아침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찬란해서 절로 기도가 나오고

오후 해질녘의 노을빛은 하루를 마감하기 위한 

경건의 시간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이곳으로 이사올때의 생각과는 달리

이곳에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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