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추워도 바깥놀이는 즐거워

꿈낭구 2021. 2. 4. 15:37

요즘 유난히 새들이 모여드는 단풍나무

점점 대담해져서 인기척이 있어도 능청스럽다.

왜 이렇게 단풍나무에 하루종일 새들이 날아들까

궁금했는데 얼마전 단풍나무를 강전정을 했더니

잘려나간 가지끝에 단풍나무 수액이 매달려있어

그걸 먹으려고 몰려드는것 같다.

간밤에 내린 옆마당의 눈에 햇빛이 수묵화를 그리고 있다.

냥3이도 질세라 발도장을 찍으며 워킹...

정원등 위에 크리스탈 처럼 얼음덩이가 반짝인다.

그곳에도 하늘이 담겼다.

달달한 메이플시럽이 맛있는지

아주 쉴새없이 날아드는 새들 때문에

정원은 소란스럽다.

햇빛에 반짝이는 가지끝에 매달린 달디 단 물방울은

봄이 가까움을 말해주는듯 하다.

물이 오르는 까닭이겠지?

단풍나무 아래 수액이 떨어진 흔적들.

ㅎㅎ여기 입 벌리고 드러누워 볼까?

냥3이는 해바라기를 하고 명상중이다.

폭신한 이불이 깔린 집 속 보다는

그래도 따사로운 햇살이 더 좋은가보다.

라일락 가지를 잘라줘얄텐데 아까워서 어쩐담~!

창고를 이 나무와 너무 가까운 곳에 만든 바람에

잎이 무성해지기 전에 손을 대얄텐데

하얀 꽃송이들이 청초해서 예쁜데 아쉽다.

어느만큼을 잘라줘야 하나...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에 수많은 도형을 그리고 있어서

조금 더 미뤄두기로 한다.

뾰족한 솔가지에 얼음이 찔렸다.

동백나무엔 고드름이 매달렸고

여기저기 간밤에 내린 눈이 녹아내리면서

날씨가 추우니 고드름으로 매달린다.

동백고드름은 무슨 맛이 날까? 

동백나무의 겨울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이렇게 저마다 춥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는구나.

소교목인 산수유는 마주나기로 비늘눈을 가지고 있다.

소교목인 홍매의 겨울눈 역시 비늘눈으로

얘는 겨울눈이 마주나기가 아닌 어긋나기로

꽃사과나 살구랑 자두와 매실나무가 다 이에 속한다.

남천은 쿨하게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절대로 떨어질것 같지 않던게 흔적도 없이 깔끔하게 

맡은바 임무를 다하고 떨어져 내리고 있다.

아니 이게 왠일~!

밖에서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아끼고 아끼며 애지중지 키운 황금회화나무가

이렇게 처참하게 꺾여져 있었다.

아까까지도 멀쩡했는데...

필시 뚱보 냥2와 냥3이가 이 근처에서 장난치다가

이 나무를 이렇게 만든 모양이다.

얼마나 소중한 나무인데...

너무나 속상해서 꺾여져서 나뒹구는 나무를 흙속에 심어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

대체 뭐하느라 이렇게 처참하게 나무를 부러뜨렸을까 생각하니

너무나 속이 상해서 냥2를 찾으니 어디로 잠적을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요것들을 걍~~!

테이프를 가져다가 꽁꽁 싸매어주면 살릴 수 있으려나?

이게 얼마나 귀한 나무인데...

공사하는 과정 중에도 행여 이 황금회화나무가 다칠까봐

우린 전전긍긍 했었다.

제발...어떻게든 살아나기를...

교목인 목련의 겨울눈은 비늘눈으로 어긋난다.

마가목과 마찬가지로.

겨울눈을 감싸는 포엽은 아린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눈비늘이다.

많은 겨울눈들이 눈비늘에 의해 보호되는데

목련은 추위를 많이 타 눈비늘에 털까지 붙여서 만든 

따뜻한 옷을 겹겹으로 싸서 입는다.

복슬복슬한 털이 하얗고 뽀얀 새 옷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목련의 겨울 외투.

여러 겹의 털로 층을 이뤄 바깥의 찬 공기를 완벽하게 차단하는데

가장 중앙에 꽃을 형성할 신아가 들어있단다.

동아에 털이 슝슝~~!

위의 뾰족한 부분이 벌어지면서

겨울눈의 겉껍질이 딱딱해지고 털이 떨어져 나가며 옷을 벗을 준비를 하면

아래까지 갈라지면서 드디어 낡은 옷을 벗는다.

목련은 겨울 동안 3번 정도 털옷을 갈아입는데

여러 겹의 포엽으로 싸여있다 탈피를 한단다.

 

이렇게 두툼한 방한복을 입었으니 추운 겨울에도 버텨낼 수 있는거겠지.

하지만 찬바람에 시달려 털외투가 보온의 역할이 충분치 못하면

낡은 옷을 벗어 던지기에

목련나무 아래에는 볼품없는 낡은 방한복들로 그득하다.

마주나기인 라일락의 겨울눈이다.

매끈한 수피에 맑은 연두빛이 상큼해 보인다.

 

 

식물들도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는구나.

씨앗을 건조시켜서

열매를 단단한 껍질로 둘러싸서

털외투를 겹겹이 입고서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었구나.

그래.

저절로 그저 살아지는게 아닌거였어.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삶이 애틋하고 소중하게 여겨지는 

입춘 하루 지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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