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모름지기 시골생활이란 이런맛이지.

꿈낭구 2021. 2. 6. 09:56

언 땅 위로 살포시 내려앉은 박주가리씨앗이

얼음옷을 입었다.

이 얼음옷이 녹아 마르기 까지는

박주가리의 여행은 잠시 멈춤이겠지?

작년에 열렸던 매실이 쭈그렁방탱이가 되어

아직까지 가지 끝에 매달려있다.

이거 따줘야하나 가지를 잘라줘야 하나

작년 늦은 봄 공사가 한창이던날 

주렁주렁 열린 유기농매실을 어쩌지 못해서

따서 동생네로 보냈는데 그때 선택받지 못한 열매였나보다.

새 가지에서는 통통하게 물이 오른

매화꽃망울이 올망졸망하다.

담장밑 그늘진 나무 아래

차나무가 꽃을 피우려나?

나뭇잎 위에 얼음이 녹아내려

크리스탈 보석이 되었다.

크기도 모양도 가지가지인 보석으로

목걸이를 만들꺼나? ㅎㅎ

이렇게 멋진 조각작품을 만들어내는 자연은

진정한 예술가.

고드름도 따먹는데

이 수정구슬도 따먹어 볼까?

사철나무에 봄이면 진을 먹으려고 파리들이 몰려들어서

잘라내고 싶댔는데도 구석 한쪽에 옮겨심더니

이렇게 열매를 매달고 있다.

이 열매를 보니 어린시절 소꿉놀이하던 생각이 난다.

아니...이 나무에는

누가 이렇게 멋진 작품을 남겼을까?

모란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눈부신 봄날을 준비하고 있다.

회양목이 언제 금빛 옷으로 갈아입었었지?

옆마당에서 뽀시락뽀시락 자라고 있는 까마귀밥나무

봄에 노랗게 피는 꽃도 예쁘지만

빨갛게 열리는 작은 열매들이 사랑스럽다.

지난 가을 까치들의 밥이 되지 않고 

용케 남아있는 열매들이 꽁꽁 얼어있다.

어떤 새의 깃털일까?

산당화 나무 가시에 걸려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어찌나 우아한지...

바람소리에 맞추어 우리만을 위한 춤을 추고 있다.

이 모과나무는 아주 오래전 이 집을 처음 지었을때

울엄마가 심으셨던 모과나무인데

모과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잘 안 열리고

키만 멀대같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어서

잘라내고 새로 사다 심으려고 했는데

수피가 아름다워 열매 대신 수피를 즐기기로 하여

그냥 두기로 했었다.

오랜 세월 이런 모습으로도 용케 살아온게 용하기도 하지.

엄마생각을 하게되는 나무이니

잘 보살피며 오래오래 함께 해야지...

철쭉에는 이렇게 씨앗이 별꽃처럼 예쁘게 매달려 있어요.

빨간 열매가 너무 예뻐서 심은 마가목인데

작년에 공사하느라 옮겨 심는 바람에

몸살을 좀 했드랬쥬.

이곳에서 자리잡고 잘 자라줘얄텐데...

마가목도 목련처럼 교목으로 겨울눈이 비늘눈으로

어긋나기로 나지요.

그런데 가까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겨울눈 근처에 검은 생명체들이 닥지닥지...

이걸 없애야하나 어째야하나 고민스러운데

아무래도 마가목을 위해서는 없애줘얄것 같아요.

느티나무가 잎이 예쁜 품종이 아니라서 단발을 시켰더니

지맘대루 삐죽삐죽 새 가지가 뻗어나서

떠꺼머리 총각 같아서 얘를 어째얄지 몰긋어라.

단풍이라도 이쁘면 그냥저냥 봐줄텐데 것도 별루라서...

근데...살아있는 목숨들을 참 어쩌지 못해서

그냥 두고 있었더니 빠알간 나뭇잎 편지를 넣어놨네요.ㅎㅎ

집을 전세로 내어준 긴 세월동안

손질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서

수형이 이렇게 돼버린 오엽송을

올해엔 본격적으로 전지를 해서

미용을 해줘얄까 궁리중입니다.

단풍나무 강전정을 해서 물이 오르고 있는 시기였던지

물이 뚝뚝 떨어져내리고

가지를 타고 수액이 흘러내리기도 해서

요즘 새들의 샘터가 되었어요.

가만히 보면 시간대별로 찾아오는 새들이 달라요.

이번에는 아주 자그맣게 생긴 귀여운 새가

맛나게 샘물을 먹고 있네요.

친구들도 불러내 어느때는 가지마다 바글바글 매달려있기도 해요.

일본목련이 봄이면 온 동네를 향기로 감싸곤 했드랬는데

세들어 사는 이들이 맘대로 이 나무를 잘라내서

옆마당에 덩그러니 누워있어 볼때마다 참 속상해요.

나뭇잎이 커서 가을이면 낙엽 태우는게 귀찮아서 잘랐는지...

지금은 수많은 생명들을 키워내고 있는지 

구멍들이 슝슝~!

저는 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요.

봄날에 꽃잎 하나가 손바닥만한 커다란 꽃송이는 또 얼마나 예쁘고

향기로운지요.

열매는 도깨비방망이 처럼 생긴게 속에 빠알간 씨앗이 송송 박혀 

참 멋진 나무였는데 엄마가 처음 사다가 심으실때

8년이 지나야 꽃이 핀다고 했었으니까

지금 사다 심으면 꽃을 다시 볼 수 있지 않으려나요?

한때 열심히 가져다 심었던 나무들이 한데 뒤엉켜서

올봄엔 정리좀 해야할듯...

봄이면 온 산을 하얗게 물들이던

층층나무 꽃이 이쁘다고 했더니

옆뜰에 심어줬는데 얘가 너무 속성수라서

잘라내야 할지 고민스러워요.

곧게 시원스럽게 자라고

수피도 아름다운데다 이파리도 깔끔해서 예쁘기는 한데...

나무가 옆으로 퍼지면서 자라기 때문에

공간을 확보해줘야하고

건물과 너무 가까이 심겨져 있어서 

아무래도 다른곳으로 옮기던지 뽑아내야 될것 같다는 생각.

여기에도 벌레 알인지 까맣게 생긴 수상쩍은 생면체들이 모여있네요.

하지만 여름철에는 뜨거운 햇볕도 가려주고

시원스러운 초록잎이 참 예뻤는데...

텃밭의 쪽파들이 엄동설한에 죄다 드러누웠다가

눈이 녹으면서 파릇파릇 몸을 일으켜 세우는 중이네요.

추위를 이겨낸 냉상시금치의 달디 단 그 맛을 

어찌 탐하지 않을 수 있나요.

시금치의 생명력에 다시금 놀랍니다.

나물로 무쳐서 먹으려고 아껴두고 있어요.

살구나무 잘라낸 가지에서 황금빛 보석이 빛을 발하네요.

수피에는 수많은 입술들이...ㅎㅎ

호박이라는 보석 같지요?

금세라도 뚝 떨어져 흘러내릴것 같은 비쥬얼인데

유난히 해충들한테 시달리다 보니

이 자두나무는 봄마다 꽃이 화사한데도

정작 열매 하나를 못먹어봤네요.

약을 안 하면 자두 한 개도 못먹겠어요.

이대로 둬야 할 것인지 과감하게 이른 봄에 살충제를 해야 할 것인지

아직도  답을 못얻었네요.

그러고 보니 자두나무가 눈물을 흘리는것 같아서 애처롭네요.

올봄엔 어떤 대책이라도 세워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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