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노랑나비 우화 이틀째~사흘째

꿈낭구 2021. 2. 14. 10:42

2021년 2월 12일

지난밤에는 나비가 거실 화분에서 잤나봅니다.

창가에 놓인 화초들도 해바라기를 하는데

작년에 시클라멘 화분에서 씨앗이 떨어졌는지

시클라멘 새싹들이 옹기종기 올라왔네요.

러브체인이 종려화분에 세들어 사는데

또 거기에 새로운 새입자가 생겼네요.

시클라멘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생명이

함께 작은 찻잔 속 화분에서 꼬물꼬물 하는게

마냥 신기하기만 합니다.ㅎㅎ

곁에 있는 화분 때문에 햇빛을 보겠다고

고개를 내밀고 창밖을 향하고 있는

여리디 여린 생명들과 나비 덕분에

울집엔 봄바람이 살랑살랑~~ㅎㅎ

이젠 서재를 팔랑팔랑 날아다녀요.

서재 창가에서 책상까지로

싸이클 아래로도 낮게 날다가

거울 앞으로 팔랑팔랑~~!

그러다가 내 발 위로 사뿐히 내려와 앉아서

꼼짝 못하고 한참을 이러구 서있어야 했답니다.ㅋㅋ

철없이 자다가 깨어난 나비가 팔랑거리는 우리집은

노랑나비 한 마리가 봄을 미리 선물해주어 즐겁고 행복합니다.

아직은 아무것도 먹이활동을 하지 않은듯 보이는데

이 화분에서 수분을 섭취하려나요?

가급적 놀라지 않도록 먼발치로 관찰을 하고 있어요.

나비의 수명이 얼마나 될까 알아보니

너무 짧아 애처롭네요.

짝짓기 할 암컷도 없으니

얘는 이 땅에서의 삶이 너무 짧지 않나 싶으니까

가엾어요.

저녁이 되니 어디론가 사라져서 한참을 찾았더니

여기 이렇게 화초 아래에 붙어서 은신중이네요.

아침에 일어나 살펴봤을땐 그대로 화분속에 있었는데

포근한 햇살이 내리쬐니까 살금살금 올라와서

여기 이러구서 해바라기 하는 중인가봐요.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은것 같아서 애가 타는데

한동안은 먹지 않고 견딜 수 있나봅니다.

2월 13일 노랑나비 우화 사흘째.

오전에 햇볕이 드는 창가로 팔랑거리며 옮겨가기에

먹이로 꿀물을 탄 작은 종지를 가까이로 옮겨놓았어요.

혹여 종지의 꿀물을 먹으려다가

날개에 묻어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

꿀물 한 방울을 나비 가까이에 떨어뜨려주었어요.

나비야~! 이 달콤한 꿀이라도 좀 먹어보렴.

2월 14일 우화 나흘째

자고 일어나서 보니 나비가 사라졌어요.

혹시 처음 발견된 서재로 갈지 몰라서

간밤에는 서재문을 열어두고 

버티컬도 반 쯤만 내려두고 잤는데

서재에도 없고 거실에도 나비가 보이지 않아서

여기저기 한참을 찾아나섰어요.

아~! 찾았다!!

노랑나비야 왜 거기 숨어있는거야.

요 며칠 이 노랑나비한테 마음을 빼앗겨서

애를 태우니까 남푠은 나비의 한살이가 얼마되지 않으니까

그만 애태우라며 저를 일깨웁니다.

이러다가 제풀에 명을 다하고 죽게되면

마음아파할까봐 걱정스러운 모양입니다.

여전히 근처의 꽃에 날아들지도 않고

놓여진 꿀물을 먹는것 같지도 않구만

얘는 어떻게 이렇게 사나흘을 견뎌내고 있는건지...

하도 나비 찾는다고 거실의 화분을 살피느라

납작 엎디어 수색을 하는 모습에 

남푠은 나비 보다 오히려 저를 더 염려스러운가봐요.ㅎㅎ

가끔 팔랑거리며 짧은 비행을 하기도 하는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이 노랑나비와 함께 하는 동안

귀찮게 하지 않고

놀라게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만 보기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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