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빗소리에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지난주엔 명절이 끼어있어서 공사가 중단되었는데
이번 주 바짝 해서 마무리를 짓기로 했는데
비가 내리니 또 일정에 차질이 생겼구나 싶으니
답답한 마음이네요.
이번 주 내내 일기예보에는
강추위에다 비와 눈 소식까지 있어서
이번 주에도 마무리는 어려울 듯싶네요.
거실에서 지내던 노랑나비가 안 보여서
찾다 찾다가 포기했었는데
서재에서 낮은 비행을 하고 있다기에 가봤더니
기력이 없는지 불안 불안한 날개짓으로
책상 주변을 맴돌다 바닥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더니
보면대 위에서 이러고 있네여.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오늘로 벌써 6일째.
생이 너무나도 짧은지라 애달프기 그지없네요.
나비 한살이를 제대로 살아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을 알기에 더더욱 짠합니다.
처음 나비를 발견했던 곳이 바로 서재의 창가였는데
오후 햇살이 따스한 이곳으로 날아와 앉으면 좋으련만...
오늘 날씨가 정말 심란스러워요.
날씨가 춥기도 하지만
바람이 어찌나 요란한지
나무들이 강풍에 몸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로 시달리는 모습이 가엾어요.
잠깐잠깐씩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니
침실 가득 잠깐이나마 햇살이 쏟아져 내립니다.
실내에만 있으면 바람이 요란하게 부는 줄 모르겠는데
밖을 내다보면 심술궂은 바람의 기세가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내게 합니다.
뒷마당에 방풍림을 조성해얄것 같아요.
과일나무도 꽃나무들도 너무나 바람에 시달려서...
변덕스러운 바람이 구름들을 몰고 다니나 봅니다.
잠깐씩이지만 갑자기 환한 햇살이 쏟아져 내리기도 하네요.
창가에 물꽂이를 했던 산당화 가지에서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올망졸망 사랑스런 모습을 한참이나 보면서 놀았지요.
나무에서 꽃이 피면 진한 다홍빛 꽃인데
이렇게 잘라다 꽂아두면
사랑스러운 핑크빛으로 피어나요.
저는 이 빛깔이 너무 예뻐서
이른 봄이면 언제나 이렇게 가지를 꺾어다
물에 꽂아서 꽃을 즐깁니다.
너무나 사랑스러워요.
한바탕 심술바람이 천지를 뒤흔들더니
살짝살짝 햇님과 밀당을 하나 봅니다.
그러거니 말거니
저는 이 어여쁜 꽃들과 사랑에 빠져서
오후 내내 읽던 책도 내던져 두고
이 화병 앞에서 떠날 줄 모르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네요.
매화 한 가지 꺾어다 곁에 꽂은 데서
아무도 모르게 은밀한 곳에서 이렇게 매화꽃이 피었어요.
매화는 이웃집 어린 산당화 꽃송이와
사이좋게 햇볕을 나누며 지내나 봅니다.
봄마다 이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어쩌면 이렇게도 어여쁜지요.
한순간 찬란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네요.
눈부신 햇살에 어리둥절...
아니나 다를까 또 금세 구름을 몰고 오네요.
침실에서 이런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다니
정말 커다란 축복입니다.
곧 서산으로 넘어가는 저녁노을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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