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2021년 4월 2일 꽃밭 출석부

꿈낭구 2021. 4. 2. 18:12

세상에나...

원래 큰아주버님께서 가져다 심어주신 동백은

핑크와 붉은색이 혼합된 겹동백이었는데

20여년이 훌쩍 지나 돌아와보니

동백나무가 잘려져 나간 흔적이...

안타까운 마음에 곁가지를 애지중지 키웠더니

탐스러운 핑크빛 꽃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드랬다.

몇 해 전에 혹독한 추위에 냉해를 입을까봐

왕겨를 구해다가 덮어줘가며 마음을 쏟은걸 아는지

동백나무 밑에서 뭔가 빨간게 보여 들여다봤더니

새빨간 동백꽃이 피었다. 그것도 세 송이나...

아마 접붙인 원래 동백이 아니었나 싶다.

고맙고 기특해서 조심스럽게 한참을 들여다 보았는데

이렇게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까.

자엽자두가 드디어 꽃문을 열었다.

작고 사랑스런 연핑크빛 꽃이 하나 둘씩 피어나니

달콤한 꿀냄새가 풍겨나기 시작한다.

꽃에서 꿀냄새가 나는게 신기하다.

자엽자두는 봄마다 우리의 발길을 붙든다.

가지도 잎도 짙은 자줏빛을 띠어

봄날 우리집 앞 뜨락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꽃.

무스카리가 제법 똘망해졌다.

지난해 공사하느라 이곳에 작업대가 놓여지는 바람에

완전 쑥대밭이 되었었는데

다행히도 용케 살아남아 줘서 얼마나 기특한지...

베로나카 조지아블루가 만발했다.

지피식물 답게 바닥에 납작허니 해마다 옆으로 퍼지면

이곳은 푸른 카펫을 깔은듯 황홀하겠다.

산당화 꽃그늘 아래에서 냥이들 놀이터가 될까봐

수시로 순찰중. ㅎㅎ

토종메발톱이 언제 이곳까지 이사를 왔드랴.

작년에 공사하면서 짓밟히고 

자재들 더미에 깔려서 짓눌려가면서도

이렇게 살아남아준게 얼마나 고맙고 기특한지...

미산딸나무 '오작스프링'

이번에 새로 사서 심었는데

그 쪼끄만게 작은 꽃봉오리 하나 매달고 왔더니만

어느새 이렇게 꽃이 피었다.

흰민들레와 아스파라가스와의 동거생활.

민들레가 세입자인데 월세는 꽃으로 내능겨?

잠깐 텃밭에 나가 수확해온 채소들로

후다닥 나물반찬 네 가지를 만들었다.

취나물, 쑥갓무침, 시금치무침, 근대된장무침.

세상으나~!!
지난 가을에 냥이들이 주목나무 타고 오르내리며
장난치다가 제가 작년에 심어 애지중지하던
황금회화나무를 밑둥에서 부러뜨렸는데
너무 속상하고 안타까워서 잘린 부분을 비스듬히 잘라
그 곁에 꽂아두고 잘려진 밑둥에서 부터 상처난 부위를
테이프로 감아주었더니 이렇게 새 잎이 뽀시락뽀시락
나오고 있다.

내가 하도 속상해하니까 남푠이 올봄에 새로 하나
사다가 심어줬는데

오히려 상처난 황금회화나무가 더 생명력이 강한지
잎이 더 잘 자랐다.

울집의 수많은 꽃과 나무들 중에서도
유난히 애잔해서 마음이 가던 나무였는데
곁에 쪼그리고 앉아서 고맙다 사랑한다
수없이 속삭여주고 들어왔다.

포기하지 않고 이런 상처투성이로

죽을힘을 다해 새싹을 틔우는 것이리라.

주변에 가시덤불로 울타리라도 쳐서

다시는 말썽꾸러기 냥이들 범접 못허게 해얄까보다.

어제 날씨가 갑자기 따뜻해서 그런지
자엽자두가 이렇게 활짝 피기 시작했다.

잎도 가지도 모두 자줏빛을 띄고 있어 참 멋져서
요즘엔 조경수로 많이 각광받고 있다지?

작고 귀여운 연분홍 꽃송이에서는
달콤한 꿀냄새가 나니 부지런도 해라...
이 꽃에 저 보다 먼저 온 손님이 있었구만.ㅎㅎ

엄마께서 아주 오래전에 심으셨던거라
밑둥엔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이름을 몰라 한동안 우린 그냥 빨강나무라고 불렀었다.ㅎㅎ

거실에서 마주 보이는 위치라서 더욱 좋다.

이 나무가 코카서스 지역에서는 아름드리
집집마다 있어서 참 보기 좋던데...
꽃 지고 나면 자색 잎이 나오고 자색열매도 열리는데
자두 보다는 조금 작고 야무지게 생겼다.
공원이나 수목원 같은데서 만나거든
향기를 맡아보라. 얼마나 달콤한지...

진달래가 지고 있는 모습을 담아봤다.
젊은 시절엔 주로 눈에 화사한 모습만을 즐겨보다가
나이 들며 비로소 보이지 않던 이런 모습들이 눈에 들어온다.
애잔하기 보다는 이런 모습 또한
성숙한 모습으로 여겨지며 아름다워 보이더라는...

문득... 봄마다 내가 즐겨 암송하던
이형기 님의 '낙화'라는 시가 떠오른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 지던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른 봄부터 남푠이 예약주문해놓고 기다리던 아왜나무가

옮겨심기 적당한 시기에 배송해주기로 하여

얼마전 택배로 받았는데

활착을 잘 했는지 벌써 새싹이 돋아나고 있다.

남부지방에서 자라는거라서 우리집에서 월동이 가능할지

그게 좀 걱정이다.

오색참죽나무도 이번에 배송되어 

아직 작은 묘목이라 앞뜰에 심었는데

하루가 다르게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 처음 만난 뒤로

그 황홀한 빛깔에 반해서

언제부터 울안에 들이고 싶어했더니

남푠이 용돈으로...ㅎㅎ

키가 훤칠허니 잘 자라얄텐데...

플라밍고라고도 부른다던데

핑크빛 로맨틱하던 그 빛깔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물론 지금도 넘나 어여쁘지만.

아기 청개구리 한 마리가
얼떨결에 나왔나보다.
잔뜩 놀란듯 엉금엉금...

'해치지 않을게 그냥 잠깐 나랑 놀지 않을래?'
몸집에 비해 왕방울 만한 눈망울을
요리조리 굴리믄서
진심인지 아닌지를 잠깐 생각해보는걸까?

그때 냥이가 저만치서 이 수상한 움직임을 알아차린듯...
'아기청개굴아 어서 죠기 풀숲으로 들어가.'
냥이에겐 먹이가 아닌 놀이감이 될텐데
이 엄지손톱 만한 작은 청개구리에겐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일이겠어.
'냥2 냥3이 너희들 일루 와봐.'
먹이통을 흔들자 데크 위로 퉁탕거리며 달려왔다.ㅋㅋ

 

꽃마리가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솜털 보송보송한 할미꽃도 피어나고

고개숙인 할미꽃에게 말을 걸어보려다 깜놀~!

어두운 동굴 같다.

자목련이 한바탕 신나게 합창을 하는 모양새다.

요즘엔 백목련이 더 흔해져서 그런지

자목련이 더 사랑스러워 보인다.

더덕이 옹골차게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하늘을 향해 덩굴을 뻗고 있다.

화개장터에서 홍매를 살때 얻어온 더덕을 심었더니

담장 아래 그늘진 곳 여기저기에서 올라오고 있다.

까마귀밥나무가 노랗고 연두연두한
작고 귀여운 꽃을 피우더니 어느새 꽃이 지고

열매를 만들기 위해 여물고 있는 중이다.
이 나무는 암수딴그루인데
울집 옆마당의 까마귀밥나무는
잎이 다 진 추운 겨울에도
귀엽고 쬐그만 빨간 열매가 매달린걸 보면
암꽃나무 인가보다.
꽃이 작고 수수한데다 잎 아래 숨어있어
눈에 잘 띄지 않는데
참 이쁘지?
이 나무가 키가 큰 석류나무 아래에 있어서
새들 눈에 잘 안띄어 겨우내 새빨간 귀여운 열매를 매달고 있었는뎅.
다른 나무에 비해 쨍한 초록잎이 일찍 나오는 부지런쟁이.

흰민들레 꽃 속에 수많은 황금열쇠가 숨어있는것을

내가 찾아내고야 말았다.

꽃받침이 이케나 어여뻤던거야?

씨가 여물어 민들레 홀씨되어 날아가기 전 까지는

아직 한참 남은것 같아서

민들레 잎만 조금씩 채취를 해서 나물로 무쳐볼까 한다.

초벌부추와 상추도 한 줌 수확했다.

오늘도 울집은 건강밥상이 될터이고.

남푠이 오후 내내 뭔가를 투덕투덕하며 두드리나 싶다가

웽~~하는 드릴소리도 들리더니

샐러드용 채소를 여기에 가꾸어 보잔다.

요즘 냥이들이 텃밭에 들어가 자꾸 볼일을 보는데

아무래도 생야채를 먹는 샐러드가 찜찜하다고.

상자텃밭에 씨앗을 파종하고 이불꺼징 덮어두었다.ㅎㅎ

아로니아가 꽃망울이 생겼다.

키가 너무 많이 자란것 같아서

올해부턴 아로니아 수확하기도 힘들것 같다.

의자놓고 앉아서 구부리고 따는것 보다는 나으려나?

내가 좋아하는 하얀꽃을 피우는 라일락이

드댜 꽃문을 열었다.

달콤하면서도 향기로운 라일락이

침실 창가에 있어서 넘나 좋다.

 

오늘의 출석부는 여기까징.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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