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눈 내린 산에서

꿈낭구 2022. 2. 16. 15:43

2022년 2월 16일 수요일

오래 간만에 산을 찾았지요.

명절 이후로 코로나가 창궐한 가운데

가급적 인적이 드믄 코스를 선택했어요.

살짝 오르막길에 있는

이 목백합은 가을에 정말 예쁜데...

꽃이 핀듯 숲으로 향하는 길가에도

눈꽃이 피었어요.

꽃받침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진짜 꽃 처럼 보입니다.

수많은 별꽃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소나무 숲의 설경은 참 멋스러워요.

오늘은 한파경보가 내려서 산 능선이 아닌
덜 추운 골짜기를 택했지요.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며 만난 설경

얼마만의 겨울 산행인지...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라서
맘만 먹음 갈 수 있는데
이사 와서는 아무래도 좀 멀게 느껴지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도 잘 안 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코스가 아주 많아서 능선이며 골짜기며
계곡이며 너무나 익숙한 곳인데도
갈 때 마다 새롭고 신비로워요.

시간에 따라 다르고 계절에 따라 다르고

날씨에 따라 그 느낌이 다르고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겠지요?

오늘은 아이젠과 스패치 까지 챙겨갖고 가기
정말 잘 했어요.

겨울 산행은 안전을 위해 따뜻한 차와 달달구리
간식이랑 특히 아이젠은 꼭 챙겨야 해요.

오색 딱따구리가 우리의 발길을 붙드네요.

숲속의 대장장이 처럼

적막한 숲에 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가

위엄있게 들립니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바쁠것 없는 우리는 

한동안 높다란 나무 위의 오색딱따구리의

리듬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요.

이 코스에는 다리가 아주 많은데

다리 이름 외우기에 늘상 지던 남푠이

이젠 척척 정확히 ...

오늘은 딱따구리들만 숲에 출근을 했나?

여기 저기에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아름다운 눈꽃 덕분에 너무 즐거운 산행입니다.

큰 오색 딱따구리들이 적막한 산에서
멋진 리듬을 만들어 주니 것도 즐거웠구요.

마른 잎 위에 탐스럽게 쌓인 눈송이가

꽃 처럼 어여쁩니다.

숲은 우리를 위해 이렇게 멋진 장식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구만요.

신비로운 숲속 생명체들과 교감하느라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어요.

숲속에서는 바람이 불면 나무의 눈이 쏟아져내려
순식간에 눈사람이 되곤 한답니다.

벌러덩 누워 눈사진도 찍공.

날씨가 춥다기에 3년 만에 꺼내 입은 패딩 덕을
톡톡하게 봤어요. 눈벼락을 맞아도 끄덕 없는 거라서.

앞이 안 보이게 갑자기 쏟아지는 눈은
그야말로 스노우 파우더. ㅎㅎ
삽시간에 숲속 풍경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지요.

넘나 즐거웠는데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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