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들

어쩌면 좋아

꿈낭구 2022. 9. 12. 16:27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아침.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시든 장미꽃잎이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데

향기가 너무나 좋아서 그냥 두고 즐기기로 했다.

창밖에는 까마중 풋열매들이 시나브로 익어가는 중이다.

소리도 없이 내리는 비를 즐기며 

Coffee로 모처럼 한가로운 티타임을 즐기고

안쓰러운 댕댕이랑 장난감 갖고 잠시 놀아주는 동안

남푠은 어느새 또 흰불나방 애벌레들이 날아들어

정원의 나뭇잎을 망사로 만들었다며

비 그친 사이에 정원 일을 하겠단다.

오엽송 나무 밑에 임시거처를 만들어 줬는데

어미도 새끼들도 보이지 않아 이곳 저곳을 살펴보니

헐~! 

옆 모퉁이 처마 밑에 공사자재 남은 것을 쌓아두고

비에 젖지 않도록 세워둔 나무 속에다

삐용이가 새끼들을 죄다 물어다 놓았다.

빠꼼!!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새끼냥이들과

눈이 딱 마주쳤다.

베이비사료를 가져다 줬더니 밥그릇에 앞발까지 집어넣고

냠냠...사료를 먹고 있다.

'빨리 먹고 비켜주라고...다음은 내 차례야.'ㅎㅎ

하지만 이미 밥그릇을 차지한 얘가 쉽게 비켜줄것 같지 않다.

'줄서라구~!

이제 내 차례야.새치기 하기 없기! '

새끼들에게는 여기가 더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걸까?

에어컨 실외기 호스를 건드리면 안 되는데...

옆집 살구나무에서 날아든 흰불나방 애벌레가

자엽자두며 홍매까지 점령해서 순식간에 망사가 된 잎줄기를 

잘라내는 작업중인 남푠 곁에서 능소화 꽃놀이를... 

대문이 열려 있어도 댕댕이는 대문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댕댕이는 집순이.

동생들 때문에 엄마 차지를 못해

유난히 짠한 댕댕이와 잠깐 놀아주기.

어쩌면 댕댕이는 얼떨결에 큰언니 노릇을 하게 된 게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늦기 전에 삐용이와 댕댕이를 데려다 중성화수술을 시켜줘야 할텐데...

작업중인 남푠을 위해 점심은 파스타로 준비해서

2층 데크 식탁에서 먹고 있는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창고 속에서 고양이 소리가 난다고...

그래서 가보니 아주 우렁차게 야옹거리는 소리만 들리고

고양이는 보이지 않아 베이비 사료를 가져다 두고

창고 문을 열어두고 지켜보기로 했다.

잠시 후

어미 삐용이가 단숨에 담장을 올라

옆집 창고 속의 새끼한테로 가더니

새끼 먹으라고 놓은 사료를 먹고는

새끼를 물고 담장을 훌쩍 넘어 부리나케 옆마당을 가로질러

새끼들의 은신처로 향하고 있다.

2층에서 내려다 보니 새끼를 물고 옆 모퉁이를 돌아

아니나 다를까...

주변을 살피는듯 하더니

새끼들의 은신처로 향한다.

새끼들이 나와서 반갑게 맞이하는듯...

생각지도 않은 새끼 고양이 여섯 마리를 어떻게 감당해야 한담~!!

누가 데려다 키우면 좋을지 알아볼까?

옆집 아주머니께는 새끼 낳으면 드리겠다고

진즉에 말씀드렸었으니 두 마리를 드려야지.

그래야 심심치 않고 잘 지낼테니까.

나머지 새끼 네 마리에다 어미 삐용이와 생후 4개월 된 댕댕이

그리고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 부터 터줏대감으로 지냈던

냥3이까지...이를 어쩌면 좋아.ㅠㅠ

졸지에 동물농장이 되얏다고 언니들이 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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