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낑낑대며 손질한 화분들을
실내로 들여놓기 위해 준비를 해놓고 나니
어느새 해가 기울어가는 중이었다.
저 멀리 솔숲 너머로 저녁노을이 아름답다.
점점 멀어져가는 해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두고
어떻게 돌아설 수 있을까...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어도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저만치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가 지나간다.
기내에서 내려다 보이는 일몰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제 곧 어둠이 내리겠지?
전원생활의 로망이 바로 이런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텃밭의 김장채소들도 월동대책을 세워줘얄텐데......
목화와 다알리아도 많이 놀라겠다.
어릴적 고향집에서는 요맘때면 다알리아 뿌리를
흙을 채운 항아리에 담아 연탄 아궁이 근처에 보관했던 생각이 난다.
눈부신 황금빛 단풍으로 우리를 사로잡던
비목도 속절없이 지고 있다.
2층 데크에서 내려다 보니
잎이 지는게 너무 아쉽다.
이래저래 이젠 겨울채비를 서둘러야 할 듯.
서재로 들여놓은 화분들이 햇빛을 많이 볼 수 있도록
창가쪽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안으로 들이면 물을 맘껏 줄 수 없어 아쉽다.
그래서 큰 화분들은 욕실로 보내고
올망졸망한 아이들로 대충 자리를 마련해줬다.
해오라비사초는 실내로 들어오느라 우듬지 절반을 잘라야만 했다.
하늘하늘 어여쁜 꽃이 잘려나간 모습이 아쉽긴 하지만
곧 적응해주리라 믿는다.
시클라멘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얘들을 들이기 위해 정원의 미니온실에 갇히게 된
워터코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실내에서 겨울나기를 하기 위해
과감한 단발도 감수한 화초들인데
창가 양지바른 곳이니 곧 회복될거라 속삭여줬다.
해오라비사초가 월동이 가능하다는데
난 아무래도 마음이 쓰여서 단발시켜서
안으로 들였으니 지금은 떠꺼머리 총각 머리 처럼
졸지에 이런 모냥새가 되었지만
곧 예쁘게 잘 자라주리라 믿는다.
책을 물리치고 자리잡은 화분들이다.
아무래도 실내에서는 물을 듬뿍 흡족하게 줄 수 없기에
신경을 많이 써가며 돌봐야 한다.
키다리 종려는 거실 창가에 자리 잡았다.
잎이 잘려져 좀 아쉽지만
곧 멋진 모습으로 자라주리라 믿는다.
욕실로 옮겨진 화분들은 아무래도 씩씩한 아이들이다.
오후에는 햇살이 드니 잘 견뎌내리라 믿는다.
우리 함께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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