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5월 6일 화요일
5월의 날씨가 우중충하고 춥다.
비는 그쳤지만 해가 뜰 기미는 보이지 않아
잠시 정원의 꽃들을 보며 출석을 부르기로 했다.ㅎㅎ
비바람에 쓰러질 것 같은 가냘픈 수선화가
용케 잘 견뎌내고 꼿꼿하게 서서 아침인사를 건넨다.
내가 런닝머신에서 걸으면서 보면
별처럼 보이는 꽃 한 송이가 보이는데
바로 너였구나.
이웃의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도록
아무 낌새가 없더니 어찌 혼자서 외롭게 피었누......
꽃들이 앞다투며 피기 시작했다.
그토록 화려했던 모란이 꽃잎을 떨구고
이렇게 다음 해를 위해 갈무리를 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빗방울이 또르르르~~
얘는 우산 대신 꽃잎으로 모자를 썼다.ㅎㅎ
이 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이 정원에서 시들어 가는 잎을 시시때때로 따주시곤 하셨는데...
엄마가 가꾸시던 꽃밭이다.
겨우 내 서재에서 지내다가
얼마 전에 데크로 원위치시켰더니
워터코인이 기름칠이라도 한 듯 반짝반짝하다.
날씨가 흐려서 그런지 유난히 흰 철쭉꽃이 청아하고
황금조팝도 더욱 샛노랗게 보인다.
우리 집 뜨락은 꽃사태가 났다.
조롱조롱 매달린 둥굴레 꽃송이들이 귀엽다.
아주 작은 종소리가 들릴 듯......
눈이 부시게 핀 절정이던 공조팝꽃도
비에 흠뻑 젖어 아래로 더욱 늘어졌다.
날씨가 흐리니 흰꽃들이 더욱 청아하게 보인다.
토종 메발톱의 우아한 자태.
모두들 붉은 고깔모자를 우산 대신 쓰고
입을 모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처럼 보인다.ㅎㅎ
여기저기 씨가 날려서 작년 보다 구역이 훨씬 넓어졌다.
이렇게나 가냘픈 줄기에 야무지게 꽃송이를 피운 것도 신기한데
비에 흠뻑 젖었어도 이렇게 서있는 모습이
너무 야무져 보여서 한참을 눈을 맞추며 놀았다.
어쩌다가 씨가 모란 아래로 떨어졌을까?
키가 훌쩍 큰 모란과 경쟁하듯 목을 길게 빼고 당당하다.
고양이들이 오르내리던 수세가 시원찮은 주목이 안타깝다.
너무 오래된 나무라서 우리 힘으로는
옮겨심기가 역부족이라 그냥 두고 보는데
힘이 든 지 누런 잎들이 보인다.
그 자리를 넘보는 새 식구인 삼색버드나무가 야무지게 자라고 있다.
캐모마일도 이제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했다.
꽃이 진 자리에 하얗게 흰머리가 생긴 할미꽃.
황금회화나무의 색깔도
하루하루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작년 겨울 우리 마을의 하수관 공사로
갑자기 잔디 대신 시멘트 포장이 되다 보니
지피식물들이 점점 꽃밭쪽을 점령하는 기세가 안타깝다.
잔디 깎는 수고로움이 줄었으니 좋지 않은가 했다가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랄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는
때 늦은 후회가 밀려오기도 한다.
가장 먼저 심었던 백리향은 그들이 살 방도를 찾아
무스카리와 앙증맞은 청매화붓꽃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들어와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홍가시나무가 홍단풍의 그늘 때문인지
붉은빛이 덜하여 단풍나무 전지를
좀 더 과감하게 해줘야듯.
모두가 함께 어우렁 더우렁 잘 살아얄텐데...
이젠 정원수 관리하기에도 점점 부담스럽다.
얼마 전 오엽송 전지를 하느라 애쓰는 남푠 모습에
앞으로는 그만 심으라고 말리고 싶은데
올봄에도 어느새 나 몰래 사서 심어
여기저기 못 보던 꽃과 나무들이 있다.
우리 점심이나 간식 시간에 앉아서 먹는
오엽송 나무 아래에 긴 밴치 대신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수상해서 보니 어느새 못 보던 식구 하나가 보인다.
삼색버드나무를 우짠다고 또 여기에 심었을꼬~!
담장을 타고 기세등등하게 오르는 저 더덕의 무리들을 어찌한담!
내가 조만간 몰래 다 캐묵어뿐질까보다.
오월의 뜨락은 이래저래 꽃과 나무들과
그것을 지켜내느라 말썽꾸러기 냥이들과 씨름하는 남푠을 보며
ㅎㅎ우리의 인생 2막은 낙원이 아닌가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