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아득허니 저려옵니다.
이 물건이 무엇이냐구요?
요즘 아이들은 본 적도 없을끼구만요.ㅎㅎ
청색 테이프가 감겨진 빼뺏헌 것은
엄마가 쓰시던 잣대랍니다.
어린시절 엄마께선 주루룩 내리 딸 넷을 위해
여름이면 모시로 나시옷을 만들어 입혀주셨지요.
예쁜 바이어스를 대서 손수 만드셨지만
지금은 까실까실해서 좋다고 느껴질테지만
어린 마음에 보들보들한 질감이 아닌 껄끄러운 느낌이 싫어서 입기 싫다고
무던히도 공연한 트집을 잡곤 했더랬죠.
땀도 안 차고 바람이 슝슝~ 통허니
월매나 션허고 좋은디 그러냐시며
공연히 앞자락을 쥐어뜯고
손가락에 돌돌 감았다 폈다허믄서 심술부리는 저에게
급기야는 혼찌검을 내셨던 엄마의 다용도 잣대였어요.
오늘 여름살이를 준비한다고 아침내내 두시럭을 떨고
침구를 바꾸고 세탁하고...
대나무 숯베개도 꺼내놓고 죽부인도 꺼내놓으며
환해진 분위기에 눈이 번쩍 뜨일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땀을 뻘뻘 흘리며 집안일을 하느라 지쳤었거든요.
벌러덩 침대위에 누워 잠시 고단함을 잊고있던차에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옵디다.
그동안 먼지때문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지 않았었는데
모처럼 베란다 창틀의 먼지까지 깨끗이 청소를 하고
창가의 허브향을 즐기려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었었지요.
순간... 바람이 세게 불면 옷장 위의 먼지가 날릴텐데...
이미 구석구석 청소를 마친 상태였지만
다시 의자를 가져다놓고 키발을 딛고 서서
물걸레로 옷장 위의 먼지를 닦아내던 중에
요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예전에 부모님께서 서울로 이사하시면서 우리가 친정집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서
가끔 이렇게 아득한 추억이 서린 엄마의 물건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발견되곤 합니다.
눈금도 없는 잣대와 60cm짜리 대나무 잣대.
얼마만에 보는것인지요...
엄마의 손때묻은 물건을 보는 순간
너무나 그리운 엄마를 마주대한듯
속절없이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막내인 저는 두 살 터울의 언니와 툭허면 다투곤 했었지요.
선풍기의 방향을 두고 서로 싸우다가도
엄마가 장롱 위에서 이 잣대를 꺼내오시면
저는 맨발로 냅다 동구밖으로 뜀박질을 했더랬어요.
반면에 언니는 앉은자리서 그대로 쫑알쫑알~~!
결국... 싸움으로 인해 매를 맞게되는건 늘상 언니였지요.
잘못은 제가 했는데도 날쌘돌이처럼 총알같이 튄 저는
해가 뉘엿뉘엿 엄마의 화가 가라앉을 즈음에야 슬그머니...
지금 생각해봐도 언니한테 넘 미안한데...ㅋㅋㅋ
요것을 보니 엄마생각, 언니생각들로
타임머신을 타고 하염없이 여행을 하게 되었구먼요.
이제는 엄마의 유품이 된 이 추억의 물건이
제게는 너무나도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엄마의 손길이, 엄마의 음성이 담겨져있는듯...
우리가 점점 자라면서 이 잣대는 잣대의 용도로 보다는
사랑의 매로 사용된 적이 많았던가 봅니다.
끝부분이 갈라져서 이렇게 감아놓은걸 보면...ㅎㅎㅎ
외가식구들의 우애는 정말 대단했었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만 형제자매의 우애를 무던히도 가르치셨지요.
까칠한 사춘기 시절의 저는 엄마한테서 사람꼴을 못본다고 꾸지람을 많이 듣곤 했었거든요.
엄마의 그런 가르침 덕분에 지금은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만큼
서로를 끔찍이 아끼고 우애하면서 사는거겠지요.
요즘엔 학교에서도 매를 드는일이 없어졌고
집안에서도 매로 훈계하는 일이 드문탓인지
참으로 눈쌀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많지요?
요것이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사용했던 사랑의 매랍니다.
제가 아이를 훈계할때면 제일 작은 방으로 아이를 불렀었지요.
이 사랑의 매를 아이 손으로 직접 들고 오도록 했구요.
화가 많이 날수록 목소리 톤이 낮아지고 작아지는 엄마의 목소리 만으로도
아이는 지레 겁을 잔뜩 먹고 쭈빗거리며 매를 들고 무릎을 꿇었어요.
대체로 화가 나면 목소리가 커지고 높아지는데 반해
저는 일단 마인드콘트롤을 하며
제 감정을 다스리려 시간을 끌며 조절하는데요
그렇게 되기까지는 계기가 있었답니다.
어느날 아이로 인해 화가 무척 났을적에
우연히 거울을 통해 제 모습을 보게 된겁니다.
아...정말 제가 보기에도 싫고 무서웠어요.
순간 큰 깨달음이 왔지요.
화가 나면 거울을 보자고...ㅎㅎㅎ
그래서 저는 화가 나거나 우울하거나 속상한 일이 생기면
거울을 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아이에게 무얼 잘못했는지 이야기를 해보게 합니다.
그리고는 몇 대를 맞아야 할지를 스스로 정하도록 했고요.
사실 그 전에는 다짜고짜로 손바닥이나 종아리를 내도록 했는데
아이는 손을 내밀지도 않고 종아리를 걷지도 않으면서 쫑알쫑알...
'잘못했습니다. 다신 안 그럴게요' 이 한 마디면 될것을
절대로 그 말을 못하는겁니다.
그러니 더 화가 날 수 밖에요.
시종 쫑알쫑알...일종의 자기합리화지요.
그래서 정말 화를 더 돋우는 경향이 있었어요.
'몇 대 때리실거예요?'
'그래야 제가 마음의 준비를 하지요.'
'엄마가 저를 때려서 손가락을 다쳐서 바이올린도 못하고
피아노도 못치고 숙제도 못하면
엄마가 다 책임 지실 건가요?'
ㅎㅎㅎ 이런식이니 화가 났다가도 결국 피식 웃음이 나서
참느라 애를 쓴적이 얼마나 많았나 모른답니다.
딸아이도 이다음에 이것을 보면 저를 추억할 물건이 될까요?
새삼스레 아이를 키우던 오래전 시간들을 돌이켜봅니다.
혼자 크는 아이라서 좀 더 엄하게 키운 편인데
죽비를 사서 사랑의 매로 사용을 했었답니다.
죽비의 앞뒤로 성경말씀을 직접 썼지요.
죽비는 유난히 소리가 요란해서 아주 그 용도로는 적합해요.ㅋㅋ
회초리 같지않아 아프지 않으면서도 소리가 커서
아주 효과적이랍니다.
맞기 전에 먼저 이 죽비에 적혀있는 귀절을 큰소리로 읽게 했어요.
**초달을 차마 못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잠언13:24)**
그 뒷면에는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식의 근본이어늘 미련한 자는
지혜와 훈계를 멸시하느니라
내아들아 네 아비의 훈계를 들으며 네 어미의 법을 떠나지말라
이는 네 머리의 아름다운 관이요 네 목의 금사슬이니라(잠언1:7~9)**
그 사이에 저는 마음을 다스리며
어떻게 훈계하는것이 하나님의 방법인지를
마음으로 기도하며 지혜를 구하곤 했답니다.
이것이 아직도 아이의 방에 걸려있는데
이제는 아이방의 소품처럼 일부가 되어
거기 이 물건이 있었는지 거의 의식조차 못하고 있던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렸네요.
요담에 혼수로 들려보낼까봐요.ㅎㅎ
우리 딸에게서 우리 손주로... 대대로 물려줄 가보가 되지 않을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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