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계곡의 고인 물에 담긴 하늘과 나무와 숲들.
이 적막한 숲속에서도 생명의 꿈틀거림이 느껴지기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하늘을 바라보며 이런 감상에 젖어볼 수 있는 여유로움 때문에
우린 자주 이런 산행을 꿈꾸는지도 모르겠어요.
금세 한줄기 바람에 나뭇가지에 힘겹게 얹힌 눈꽃이 눈보라가 되어 날리네요.
꽁꽁 얼어붙은 계곡의 고드름이 운치있지요?
그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요.
아주 가느다랗게...
들리시나요?
오늘의 목적지는 여기 이곳까지...
우리의 쉼터이기도 한 이곳에서 바라다 보는 산은 참 깊고도 푸근하답니다.
이곳에 내남자랑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따뜻한 coffee를 마시고
다시 내러오려는데...
새들의 모이가 아닌가요?
눈밭에서 먹을것이 없어 굶주릴까 염려해서 누군가가 여기에 이렇게 뿌려 놓았나봅니다.
그런데 저만치서 또 눈구름이 몰려오는데
이 모이가 눈속에 파묻혀버림 어쩐다지요?
행여 우리 때문에 새들이 못올까봐 서둘러 일어나기로 합니다.
옴훠나~!!
이거이 뭣이당가요?
참 요상시런 벌레를 목격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탈피의 흔적인가 봅니다.
그런데 정말 살아있는듯 실감나는 자태가 아닌게뵤?
어찌보니 엄숙하기조차 하군요.
깜빡 속을뻔 했쟈뉴?
이거이 뭰지 아시는 분!
히히...벌러덩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눈사진을 찍었지요.
눈사진에 나타난 그림으로 우리 두 사람의 흔적을 알아맞춰 보시기요...
누가 찍어줄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눈 위에다 사진을 찍었지요.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은 또다른 맛이 납니다.
등으로 느껴지는 한기와는 달리 참 아늑하네요.
저만치서 눈이 몰려옵니다.
서둘러 산을 내려오기로 합니다.
계곡으로 휘몰아치는 강한 바람으로 눈을 뜰 수 없답니다.
하지만 나는 이럴때를 대비해서 썬캡 그것도 양옆에 날개가 달린 것으로
준비를 해서 내리는 눈을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제대로 감상할 수 있거든요.ㅎㅎㅎㅎ
점점 눈발이 굵어지는데 모자가 자꾸 벗겨져요.
언능 내려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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