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헤어짐

꿈낭구 2013. 4. 9. 14:21

 

 

유리창이 덜컹덜컹...

환기 시키려고 창문을 열어두었더니

황소바람이 무시무시헌 소리를 내믄서 달려드네여.

안 그려두 맴이 시리구마는...

엊그제 이웃에 사는 오래 알고 지내던 부부를

우리집에 저녁초대를 했었지라.

멀리 선교지로 떠나게 되어서

내 손으로 따뜻헌 밥 한 끼 해드리고 싶어서요.

밖에서 대접을 해드릴까 했었는데

글두...그 먼 길을 떠나는디

정성껏 마련하고 싶은 생각에 집에서 손수 준비를 했지요.

그날 저녁 울집에 오시면서 평소 아끼던 난을 이렇게 가져오셨네여.

 

 

아끼고 아끼던 분재들은 분재원에 맡기고

난 화분 일부만 집에 남겨두셨답니다.

아고...이 귀헌것을...

상당히 부담시럽구만요.

생명있는 것들을 선물로 받게되믄

행여라도 잘 건사를 못햐 시들거나 죽기라도 허믄 어쩌나 싶고

얼마나 아끼는 것인지를 너모나 잘 알기땜시로

부담감이 생기지뭐유.

 

 

주인이 바뀐걸 야들도 눈치를 챘을까요?

우선은 낯선 환경에 적응도 시킬겸 거실에 두고

눈을 맞추믄서 친해져볼라구요.ㅎㅎ

 

 

오늘...떠나게 되얏는디

옆동에 살믄서도 서로가 바빠 자주 얼굴 보믄서 살지도 못혔는디

항상 곁에 있거니...허믄서

서로가 가까이 있음을 든든히 생각험서 살다가

막상 먼길을 떠난다니 왜케 옆구리가 허전헌지요.

 

 

어저끄 냉장고 정리허믄서 이 달걀을 이렇게 담아서

레스토랑 쿠폰과 현관문 비밀번호를 적은것을 건네주더라구여.

갑자기 콧날이 시큰혀집디다.

 

쉽지않은 결단이었을틴디

부디...건강히 맡겨진 사역을 잘 감당허고 돌아오기를 기도합니다.

그동안 가끔씩 들여다보고 베란다 난들도 보살피고

창을 열어 환기도 시켜주끄마고

집걱정 붙들어매고 열심히 충성허고

많은 수고와 헌신의 댓가로 복음의 열매맺기를 기원혔구만요.

 

올해는 왜케 주변 가까운 이들을 떠나보내는 일들이 자꾸 생기는지...

원래가 떠나는 사람 보다는

떠나 보내는 사람이 더 힘든거 아닌가요?

아고...천연조미료라도 좀 만들어서 들려보낼것인디...

아무리 손가락만 튕기면 소통을 헌다고는 허는 시상이지만

글두 직접 얼굴을 맞대는 소통같기야 허긋써라잉?

우리와 함께 했던 세월을 헤아려보다가

벌써보텀 그리워지니...

이렇게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다니요...

달걀이나 삶아야긋써라.

 야곰야곰 먹음서 추억을 들춰보며 허전함을 달랠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