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예심리 함께 공부했던 동생의 부탁으로
지난 봄 옆 도시 근교의 한 요양병원에 원예치료 수업을 다녀왔었는디
그때 첫 시간이 아직도 생생헙니다.
무표정헌 얼굴로 눈도 마주치지 않으시던 치매 어르신들과
목화씨를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조각난 기억들을 길어 올렸었드랬쥬.
어르신들 중 목화씨를 보시고는 문익점을 기억해내셔서
얼마나 놀랍던지요.
그 즈음에 함께 심었던 목화가 이렇게 탐스런 모습으로 자랐더라구여.
저는 잘 모르고 있었는디
요렇게 속을 끄집어 보십니다.
할머님께서는 어린시절 목화 속에서 요렇게 이걸 끄집어
달큰헌 맛을 즐기다 부모님께 야단맞으신적도 있으셨다네여.
이날은 원래 다른 수업을 계획허고 있었지만
때마침 자원봉사자들이 많아서
야외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가을을 즐겼답니다.
정기적으로 이곳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허는 고교생들과
근처 대학의 학생들까지...
모처럼 병실의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을 휠체어로 모시고
근처 뜨락을 둘러보며 가을햇살과 나무와 꽃들과 함께할 수 있었지요.
챙이 넓은 모자로 단장을 허시고
익어가는 감나무의 감이며 근처 텃밭의 호박이며
꼬신내 물씬 나는 들깨밭을 지나며
모처럼 나들이(?)를 하셨답니다.
감나무의 감을 보시더니 어느 할머니께서는
금세 눈물이 글썽글썽~~하시더니 갑자기 우시네여.
감나무에 얽힌 무언가 기억 한 자락이 떠오르신걸까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아주 많이 났습니다.
대학생들을 인솔하신 교수님과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눴는데여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세대가 드물어서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우셨다는데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부쩍 성숙해진 모습을 자랑스러워 허시더라구요.
천방지축일것 같은 어린 학생들도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어르신들을 모시며
귀엽게 재롱을 떨기도 허믄서 사랑스럽던지
참 아름다운 동행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ㅎㅎㅎ 한 할머님께서 갑자기 흥겨우셨던지
제 손을 맞잡고 춤을 추자셔서 졸지에...ㅋㅋㅋ
돌아오는 길엔 코스모스가 한창이더이다.
울엄마께서 유난히 좋아하시던 꽃인디...
소녀처럼 좋아하시던 그 모습으로
꿈속에서라도 만나뵐 수 있었음 얼마나 좋을까요?
엄만 코스모스를 언제나 고수모수라 허셨드랬쥬.
그랴서 지가 엄마흉내를 내며 한바탕 웃곤했었는디...
작은 소리로 엄마를 불러보았쓰요.
오늘따라 넘 넘 그립네여.
'주저리 주저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리바리...엄마마음 (0) | 2013.11.17 |
---|---|
이게 뭐게~~요? (0) | 2013.10.06 |
봉숭아꽃 물들이기 (0) | 2013.09.22 |
남푠의 추석맞이 특별솨비수 (0) | 2013.09.14 |
어젯밤에는... (0) | 2013.09.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