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늦은 가을 같기도 한 이 산길을 우리만 전세낸듯 걸었었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여
내남자랑 새로운 길을 개척하기로 했는데
이름모를 새소리와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도 없다.
오후 살짝 늦은 시간이라서 그럴까?
저 멀리 모악산의 정상이 보인다.
저 능선을 따라 휘파람 소리나게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엔 부실해진 몸으론 힘에 겨워
어쩌다 가끔씩 내남자와 동행을 할적에나
저 능선을 걷는다.
한때 몸이 부실했던 시절이 있었다.
병원에서 퇴원한 후 야트막한 길을
퇴근후 남편과 딸아이와 함께 걸었었다.
한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힘에 겨웠던지
몇걸음 못걸어 주저앉곤 했던 시절...
남편과 딸아이의 부축으로
겨우겨우 목표지점까지 걷다보면
내려올때는 가로등이 환하게 켜있곤 했었다.
딸아이와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며
끝말잇기 놀이도 하며
우리 가족이 거의 매일 이 산에 왔었다.
그렇게 얼마나 열심을 냈던지
차츰 회복이 되어
불과 3년만에 모악산의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얻게됐다.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스며있는 길인지
어찌보면 나를 키워준 산이기도 하다.
QT를 하며 오르던 Surprise,
차를 마시며 새들과 구름과 나뭇잎과 눈을 맞추던 Eden.
비오는 날이면 함께 우산을 쓰고 걷기조차 비좁은 연인의 오솔길...
우리 가족끼리만 통하는 이름을 지었는데
어느새 내 가까운 이웃들도
모두 함께 쓰는 이름이 되었다.
정말 요즘 보기드믄 마름쇠 울타리.
누군가의 과수원 울타리일까?
이 감나무 잎에 무어라 편지가 쓰여있을것 같은...
나뭇잎 하나 하나에도 감동의 진동표가 있는 이 산이
나는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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