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굴깍두기

꿈낭구 2013. 11. 20. 13:45

 

 

어제 울동네엔 첫눈이 푸짐허니 내렸습죠.

비록 부실헌 몸이기는 허지만

소담스레 내리는 눈발을 봉게로

속절읎이 가심이 설레지뭐유?

첫눈이 내린다고 울신랑헌티 문자를 날렸쓰요.

울동넨 눈이 내리는디 거긴 비가 내린대나요?

아직 김장도 안 혔는디...ㅋㅋ

지주냥반 아낙헌티서 무시 몇 개 뽑아놨는디

왜 여태 안 가져갔냐고 토란이랑 담어놨응게 어여 와서

갖다묵으라고 전화가 왔네여.

감기로 입술도 부르트고 코밑이 헐어서 딱지가 생겨

밖에 나다니기 흉헌 몰골이라 마스크로 가리고 주말농장에 갔등만

비닐하우스 속에 행여 얼을까봐 두꺼운 비닐로 덮어둔게 눈에 띄기에

들춰봉게로 마대자루에 알토란이 담겨있고

그 자루 밑에 기미가 닥지닥지 낀 증말 못생긴 무시가

바닥에 열 개 쯤 누웠드랑게여.ㅋㅋ

올해 무시농사가 변변찮드라며 못생겼다고 혀쌌등만

참말루 몬생겨두 너~~~모나 몬생겼당~!

웃음이 터져나오드랑게여.

그거라도 항꼬 나눠묵자며 갖다 먹으라기에 괜찮다고 혔는디

글두 준 성의를 봐서 접수를 혀야쓰긋쟈녀유잉?

흐흐...우리 밭의 알량난 무시보다 훠얼~씬 못생겨서 웃음이 났쓰요.

우리것은 비록 애기 주먹만헌 크기이긴 혀두

따글따글허니 생긴건 야물딱시럽게 생겼는디

워매 이 무시는 껍따구에 왠 기미맹키로 시커먼스여다

지진난것 맹키로 쩍쩍 갈라져서 보기에도 웃음이 나옵디다.ㅎㅎ

쓰레기나 줄이자고 따땃헌 비닐하우스 속에서 다듬어 올 요량으로

펑퍼짐허니 앉어 네 개쯤 껍질을 벗기던 참에

지주냥반헌티서 전화가 왔쓰요.

알토란 밑에 우리몫의 무우가 있는디 무신 무우를 다듬는중이냐고...

헐~! 너모나 못생겨서 버리긴 좀 그렇고 혀서

따로 놔둔것을 우리몫인종 알고 지가 그것을 다듬느라 헛수고를 혔지뭐유?

 

 

그랴서 어차피 다듬은 것잉게로 그것꺼징 주섬주섬 챙겨서

집으로 돌아와서 깍두기나 담글 요량였쥬.

 

 

오는길에 농수산물 도매시장에 들려서 싱싱헌 굴을 사왔쓰요.

헉~! 굴이 넘 비싸네여.

무시 몇 개 굴깍두기나 담글까 허고

오천 원어치만 달랬등만 그렇게는 못판대여.

한 봉지에 13000원 이라기에 탱글탱글헌넘으루다 한 봉지 사왔쓰요.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소쿠리에 건져놓고

몇 개를 집어먹으니 바다냄시가 솰솰나고 음청 맛나구먼유.ㅎㅎ

 

 

무우를 썰어서 소금에 절였쓰요.

못난이 무우에 매달렸던 무청도 동참을 시킬참여라.

 

 

간 절이는 사이에 냉동실에서 찹쌀가루를 꺼내서

찹쌀죽을 쑤어 식히고

 

 

 

양파와 배와 임자도새우젓을 갈었쓰요.

요것은 깍두기 담고 조금 남은것입니다요.

사진 찍기도 전에 덥썩 고춧가루 불린다고 넣어뿐져서뤼...

 

 

찹쌀죽에 고춧가루랑 믹서에 갈어둔 양념도 넣고

마늘이랑 생강도 넣고

매실청을 두 큰술 정도 넣어

절여진 무우를 한 번 물에 헹구어 소쿠리에 물기를 빼둔

깍둑 썬 무우를 넣고 고루 버무려준 다음에

굴을 절반 정도 넣고 파를 넣어 가볍게 버무렸어요.

 

 

요즘 입맛이 써서 도무지 음식 간을 못보긋더라구여.

그랴서 울신랑 퇴근헐때꺼정 요렇게 함지박에 놔뒀는디

한 입 잡솨보등만 싱겁다네여.

소금을 조금 더 넣고 새우젓을 한 수저 더 넣고

순전히 이 굴깍두기의 성공여부는 간 보는 사람헌티 달렸다고

신중허니 간을 봐얀다고 혔등만 막중헌 책임감에 먹고 또 먹공...ㅋㅋ

에고고...검은깨만 있고 통깨가 떨어졌넹.

워따 뒀능가 암만 뒤장혀도 읎어라잉.

뭣을 너무 잘 둬도 항상 문제랑게여.

지가 요담에 혹시 통깨를 찾거들랑 여그다가 뒀노라고 말해주라고

울신랑헌티 지난번에 신신당부를 혔건만...

흐흐흐...그란디 그 말을 들은것도 같은디 정작 거기가 워딘지 생각이 안 난대여.

한심헌 두 사람이서 있을만헌 곳을 암만 뒤장혀도 끝내 안 나타나능규.

구역을 정해 통깨찾기 프로젝트에 돌입을 혔는디

찾다찾다 포기를 허고 걍 검은깨만 넣자고 기권을 선언허는디

은근과 끈기와 집념으로 불타오른 지가 끝끝내 찾고야 말긋다고

뒷베란다 한 쪽 구석부터 본격적으로 탐색을 벌이던중

울신랑 구역에서 것두 맨 츰 찾아보고 확실히 읎노라던 그곳에서

지가 찾아내고 말었구먼유.

에고고...두 눈을 뜨고도 코앞에 있던 통깨를 못찾다니요...

 

 

얄미운 통깨를 한 줌 신나게 뿌려주고

통여다가 이렇게 담었등만 딱 한 통이네여.

워뜨케 이케 깎어맞춤이당가요?

 

 

공기를 차단허게 랩으로 야무지게 덮어서

이제 익을날만 지달리믄 되긋네여.

동무네 덕분에 얼떨결에 굴깍두기 한 가지 숙제를

이렇게 끝냈구먼요.

울집은 새콤허니 익기전에는 안 먹거덩요.

새콤~허니 맛나게 익을때쯤

지주냥반네 불러들여 항꼬 맛난 저녁을 먹어야긋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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