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우리집 김장이야기

꿈낭구 2013. 11. 25. 13:45

 

 

엉겁결에 김장을 혔쓰요.ㅎㅎ

김장도 허기 전에 눈이 내려서

사람들이 맴이 급혀졌능가

여그저그 김장허느라 부산헌 모십들을 보닝게

몸이 부실헌 요즘 김장냄시만 맡어도

엄두가 안 나서 가위눌릴 지경으로

김장에 대헌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렸었드랬쥬.

 

 

글두 엥간치 몸을 추스려서

나름 동치미도 담그고 석박지에 굴깍두기꺼정

비록 양은 그리 많지않지만 간이김장 숭내는 냈었당게여.

그러고는 또 다시 끙끙 앓어눕기를 몇 차례...

 

울큰형님께오서 전화를 주셨네여.

'자네 짐장은 워뜨케 헐것잉가?'

에고고...지가 독감으로 앓아누운 그 시기에

울형님께서 허리땜시로 입원을 허셨다가 막 퇴원을 허셨단디

김장걱정을 허십니다요.

해가 짧은 요즘은 금세 어둑어둑혀지닝게

아무래도 편찮으신 아주버님과 울큰형님을 뵙고와얄것 같어서

퇴근후 서둘러 형님댁으로 향했구먼요.

 

 

왠 바람은 그리도 불던지요...

마침 밀물때라서 변산반도를 지나믄서 이렇게 남실대는 바다를 보기는

참 오랜만인것 같구먼요.

 

 

맴이 바뻐서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달림서도

아쉽게 달리는 차 안에서 심상찮은 바닷가 날씨를 담었구먼요.

 

 

에고고...

울형님네 밭에는 아직 수확을 못헌 콩이 그대로구마는

몸도 자유롭지 못허신 울형님께서

올해는 해마다 간 절여서 동기간들헌티 보내던 일을 못허시게 되야서

배추가 너무 많이 남을것 같다시며

이렇게 뽑아주시네여.

남들 한창 땅맛을 알아 이쁘게 자라던 때

일손이 부족허셨던 형님께서 뒤늦게 이 배추모종을 심으셨던 날에

아주버님을 뵈러 형님댁에 갔었는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게 적당허니 자란 배추를

열 통만 필요허단디도 손이 크신 울형님

열 통 갖다가 누구 코에 바르냐시며 무려 24통이나 뽑아주셨어요.

올핸 작년것도 두 통이나 남았고

제작년것도 있어서 조금만 담그려던 참였거덩요.

간절인 배추를 사서 간단히 해결헐 생각였는디

이거 생각지못헌 큰일을 벌이게 생겼드랑게여.

여태껏 이렇게 많은 양은 생전 츰이라서...

 

 

워디 그뿐이 아녀라잉.

갓이며 쪽파며 무우꺼정 바리바리 이렇게 싸주셨어요.

 

 

생강도 담아주시고 고구마도 한 상자 주셔서

낑낑거림서 헉헉~!

아이고...맨날 이렇게 넘치는 사랑만 받으니 우쨘대여...

 

 

돌아오자마자 울신랑 김장도우미 모드로 돌입을 혀서

시키지도 않었구만 지가 주방서 쪽파 다듬는 사이에

거실에서 TV시청허믄서 생강을 손질혀줬쓰요.

아고...이제 김장분위기가 팡팡 납네당.

12월 초 쯤에나 김장을 헐까 혔었는디

느닷읎는 김장을 허게 생겼지뭐유?

 

 

전라도 김치는 새우젓이랑 멸치젓

황석어젓, 갈치젓 등 젓갈을 섞어서 김치를 담그는디

지는 깔끔허고 시원헌 김치맛을 좋아혀서

요 명품 임자도새우젓으로만 김장을 헐라구요.

 

 

참 맛나게도 생겼지라잉?

그냥 넣어도 된다지만

저는 갈어서 넣으려구요.

 

 

시장에서 살어서 폴폴 뛰는 생새우도 이만 원 어치를 사왔쓰요.

요게 들어가믄 김치맛이 아주 시원헌지라

지는 늘상 요것을 빠뜨리지 않고 챙긴당게여.

동치미에 넣고 남은 청각도 갈아서 넣으려구요.

 

 

생새우도 이렇게 갈아서 넣을거구요.

 

 

육수만드는것도 집집마다 많이 다릅디다만

울집김장은 다시멸치여다가 황태대가리랑 다시마, 파뿌리

양파, 대파, 고추씨, 표고버섯을 넣고 끓여서 걸러 준비를 혔구먼요.

 

 

김장을 위해서 미나리 한 단 오천 원 주고 산것과

생새우와 청각만 샀응게로

올김장은 그야말로 거저 허게 되얏지 뭡니꺼? ㅎㅎ

 

 

어휴...배추 간 절이기와 씻기가 젤루 심이 들었쓰요.

이렇게 배추가 물이 빠지는 사이에

 

 

육수로 찹쌀죽을 쑤어서 고춧가루를 불려놓고

마늘과 생강도 넣고 새우젓과 생새우 갈은것도 넣고

매실청은 약간만 넣고 마늘엑기스를 넣었지요.

이렇게 많은 분량은 생전 츰이라서 나무주걱으로 젓는것도

여간 심이 든게 아니구만요.

 

 

저는 무우채는 시늉으로 아주 조금만 넣고

무우를 배와 함께 갈아서 해요.

소가 너무 많으면 찌개 끓일때도 그렇고

속이 거추장스럽게 자꾸 빠지고 귀찮어서

왠만한것은 무조건 갈아서 넣는디

배와 감을 갈아서 넣으려구요.

 

 

갓과 쪽파와 미나리를 넣고

그릇이 작아서 결국 따로 덜어서 둘로 나누었어요.

허다가 양념이 모자라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허기 위해서

눈대중으로 가늠허기 좋게...

고춧가루가 불으니까 넘 뻑뻑헌것 같어서

까나리액젓을 조금 더 추가혔쓰요.

 

 

배추가 자라던 과정중에 날씨탓이었는지

하나같이 이렇게 요 부분이 꼬실라졌드랑게여.

 

 

일삼고 요것을 가위로 잘라내는게 보통일이 아녔당게여.

24포기를 네 쪽을 냈응게로

하나 하나 잘라내는게 웜청 시간을 잡어먹은 관계루다

어찌나 허리가 아프던지 울고싶었쓰요.

올해는 지가 몸이 넘 안 좋아서 배추도 절임배추로 주문허고

양념도 국내산으로 만들어 나온걸루다 헐 심산였는디

생각지도 못헌 새로운 복병을 만났지뭐여요?

 

 

울신랑 퇴근후 도와줄팅게 지달리란디

혼자서 후다닥 해치울랬등만

즘심도 굶고 매달려서 오후 네 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마무리가 되얏구만요.

 

 

 괜찮다고 허는디도 울형님 무우도 뽑아주셨쓰요.

무우청이 하도 실허고 좋아서 걍 이렇게 무우김치로 담그려구요.

 

 

ㅎㅎㅎ 작년에는 울신랑과 울딸랑구가 함께 도와서

아주 쉽게 헐 수 있었는디

우리 고망쥐 딸랑구가 있었드람 잘 써먹었을낀디...

둘이서 마주보고 앉어서 각자 몫을 정해 바르기 시작혔쓰요.

이번으로 세 번째 김장도우미를 자청헌 울신랑도

이제는 선수가 다 되얏네영.ㅋㅋ

 

 

 

허리가 아프다고 김치 담그다 말고

벌러덩 누워 쉬엄쉬엄 허믄서도

울신랑보다 지것이 훨씬 빨리 줄어들고 있다고

아무래도 지가 너무 대충대충허는거 아니냐고 태클을 겁니당.ㅎㅎ

주부경력이 월맨디 어설픈 도우미 손끝 같긋써라잉?

 

 

고무장갑이 너무 커서 어찌나 성가시던지요...

울신랑 사이즈에 맞추다봉게로

큰 고무장갑 끼고 속을 버무리는게 여간 심이 든게 아닙디다잉?

허지만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전화받기도 쉽고

이렇게 바르다 말고 허리 아프다고 벌러덩 눕기도 허고

버무리다 말고 인증샷 찍기도 쉽고...ㅎㅎㅎ

좋은점도 있구먼요.

 

 

우리 김치통이 보통 큰것이 아닌디 이 김치통으로

죄다 혀서 다섯 통이 나왔응게로

역사상 가장 대대적인 김장이었네뵤.ㅋㅋ

우거지도 얌전스레 덮어주고

 

 

형님네서 주신 갓이 너무 많어서

남은 양념여다가 갓김치도 버무렸쓰요.

코를 톡~! 쏘는것이 지법이당만유.

아이공~ 양념이 아주 딱맞구랴.

 

 

공기 차단용 비닐도 요렇게 덮고...

어찌나 무거운지 지는 이 김치통을 들지도 못헌당게여.

뒷베란다에서 하룻밤 재웠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을참여라.

우리 내년에는 김장 안 혀두 될랑가 몰러요.ㅋㅋㅋ

김치 왕부자가 되얏당게여.

 

 

뒷정리허는 동안에 후다닥 보쌈을 만들었쓰요.

맛있는 괴기라고 돈을 더 주고 사왔는디

한약재와 대파와 양파, 마늘, 생강,사과만 넣고 삶었지요.

김장김치가 아주 삼삼허니 배추도 꼬숩고 진짜 맛있어서

둘이서 한 쪽을 다 먹었네여.

이웃들과 나눔헐 김치를 따로 담어서 배달을 헐겸

녹초가 된 저를 위해서 찜질방으로 뫼시긋다고

어여 일어나래여.

어느새 미리 찜질방을 여그저그 검색을 혀놨드랑게여.

해수찜질방으로 갈것이냐

숯가마로 갈것이냐

예닐곱 군데를 꼽아감시로 말씸만 허시랑만유.ㅋㅋ

기꺼이 돌쇠가 되어서 뫼시긋단디...

 

덕분에 뜩씬헌 찜질방으서 지친 몸을 힐링허고 왔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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