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 박목월 -
우리 고장에서는
오빠를
오라베라 했다.
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
오오라베 부르면
나는 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
나는 머루처럼 투명한
밤하늘을 사랑했다.
그리고 오디가 새까만
뽕나무를 사랑했다.
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
이슬마꽃 같은 것을......
그런 것은
나무나 하늘이나 꽃이라기보다
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
(하략)
**책이 좋고 글이 좋아 붓을 업으로 삼고자 모여든 친구들,
그렇게 목적한 바가 분명한 대학 동기들과
처음으로 한데 모여 신입생 환영회라는 걸 하는 날이었어요.
이 술 저 술에 이 과자 저 과자에
이 사람 저 사람이 차례로 일어나 자기소개를 하는데 글쎄,
즉석에서 전국사투리자랑대회가 벌어지는 거예요.
서울 경기는 입 다물어라,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제주까지 특유의 억양과 말법이 구수하게 오가는데
무슨 영문인지 나는 그게 참 부럽더라고요.
뭐랄까, 억지로 접시에 담아내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사람마다의 맛이 입에 착 감겨서
일순간에 익숙하고 친숙해져버렸다고나 할까요.
오빠라는 말도 그래요.
다들 선배라고 할때 나 혼자서 오라방, 올배, 오랍시, 오라베,
온갖 사투리로 오빠를 흉내 내고는 했는데요,
어쩌면 있죠,
표준어라는 규정이 그 오동통한 하마로 분해
우리들 저마다가 풍겨내는 진솔한 사람 냄새 같은 걸
죄다 잡아먹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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