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매화와 매실

꿈낭구 2014. 3. 3. 16:02

 

 

 

매화와 매실

 

                               -  최두석 -

 

선암사 노스님께

꽃이 좋은지 열매가 좋은지 물으니

꽃은 열매를 맺으려 핀다지만

열매는 꽃을 피우려 익는다고 한다

매실을 보며 매화의 향내를 맡고

매화를 보며 매실의 신맛을 느낀다고 한다

 

꽃구경 온 객도 웃으며 말한다

매실을 어릴 적에는 약으로 알고

자라서는 술로 알았으나

봄을 부르는 매화 향내를 맡고부터는

봄에는 매화나무라고 부르고

여름에는 매실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 부모한테 바득바득 대들고 난 뒤에

엄마는 꼭 그랬습니다.

하여튼 저 잘나서 세상에 나온 줄 안다니까.

동생들고 치고 패고 싸우고 난 뒤에

셋이나 되는 자매들도 눈 치켜뜨며 꼭 그랬다지요.

여하튼 자기보다 잘난 사람 세상에 없는 줄 안다니까.

에이 나는 그저 저 혼자 잘난 맛에 존재할 수 있는 존재란 없다는 걸

역설한 것뿐인데 그게 퍽이나 재수 없는 잘난척으로 보인 모양이에요.

꽃은  열매를 위해 열매는 꽃을 위해 존재하듯,

엄마는 자식을 위해 동생은 언니를 위해

또 자식은 엄마를 위해 언니는 동생을 위해

우리 모녀지간들 공중목욕탕 가서

그렇게 한 방향으로 딱 붙어서 죽어라 서로의 등을 밀어댔나 봐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서로의 허리춤을 잡고 뱅뱅 도는 연유까지

굳이 끌어다 대지 않아도 말이지요.

키우는 고양이 이름이 무구인데요,

무구 동생을 하나 데려올 작심 중에 있는데요,

그 녀석 이름을 순리라고 붙여볼 참이에요.

무구야 무구야 부르다 보니 발음하면서 천진해지는 내 얼굴이 있더라고요.

순리야 순리야 브르다 보면

발음하면서 무릎을 치게 되는 어떤 깨달음도 있지 않을까

나도 때론 철든 척하고 싶어 이런다네요. <김민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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