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산길을 걷다가 - 박상천 -

꿈낭구 2014. 3. 6. 17:00

 

 

 

 

산길을 걷다가

 

                                     - 박상천 -

                  

아무도 없는

눈 덮인 산길을 바삐 걷다가

잠시 숨을 돌리려

바위에 앉았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멈추자

주변이 갑자기 고요해지더니

산이 품고 있던 소리들이

조심스럽게 살아납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숨죽이고 있던

산새소리

나뭇잎들 바스락대는 소리

눈 위에 햇살 내리는 소리

             

      

   

아, 거기 그 소리들이 있었습니다.

내 발자국 소리에 묻혀

듣지 못하던 소리들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멈춰야 들을 수 있는 산의 소리들

 

숨죽이고 바위에 앉아

산의 소리를 들으며,

내 발자국의 소란

내 발자국의 몰염치

내 발자국의 횡포를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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